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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과 사람

예술-인문콘서트 ‘카메라로 세상을 그리는 오늘’ 
사진작가 김중만

장지영 (국민일보 기자)

  • 아프리카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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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가 김중만(60). 최근 예술 애호가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아르코 예술-인문 콘서트의 8번째(8월 7일) 손님인 그는 명실공히 국내에서 가장 유명한 사진작가다. 올해 사진작가 데뷔 40년째인 그는 파격적이고 자유로운 삶과 함께 다채로운 사진 스펙트럼으로 유명하다. 대중에게는 최고의 스타 사진과 패션 사진을 찍는 상업 작가로 많이 알려졌지만 그의 사진 세계는 훨씬 넓고 깊다. 특히 2006년 상업적 활동을 중단하고 순수 사진에 몰두하면서 그는 또 다른 미지의 세계에 카메라를 들이대고 있다.  

l 스튜디오 벨벳 언더그라운드

서울 청담동에 자리 잡은 그의 스튜디오는 벽에 빽빽하게 걸린 사진과 그림들, 그리고 곳곳에 놓인 아프리카풍 오브제들이 인상적인 곳이다. 그는 인터뷰 전에 스튜디오부터 먼저 둘러보자고 제안했다. 여러 개의 방 가운데 하나는 그동안 찍었던 필름이 차례차례 보관되어 있었다. 그는 “작품들은 창고를 하나 따로 빌려서 보관하고 있다.”면서 “그동안 사진을 70만 장 정도 찍었는데, 앞으로 100만 장까지 찍는 게 목표이다.”라고 말했다.
다른 방은 엄청난 양의 책과 화집으로 가득 찬 서재였고, 또 다른 방은 여러 국적의 문하생들이 자신들의 작업을 하는 공간이었다. 사진작가를 지망하는 젊은이들이 매달 그를 찾아오는데, 사진에 대한 열정의 정도가 그가 문하생을 받아들이는 기준이라고 한다. 참고로 최근 국내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사진작가 가운데 조선희, 안성진, 김지양, 김현성 등이 바로 그의 문하생 출신이다. 그는 “여기 스튜디오에 있는 젊은 친구들은 제가 직접적으로 가르치기보다는 각자 알아서 자신들의 작업을 해나가고 있다.”고 했다.

l 카메라와의 운명적인 만남, 그리고 기계에 대한 거부감

정부 파견 의사였던 아버지를 따라 아프리카 부르키나파소에서 자란 그는 프랑스 유학 시절 처음 사진의 매력에 빠졌다. 원래 그림을 전공하던 그는 당시 기숙사 동료가 풍경 사진 인화하는 것을 돕기 위해 암실에 들어갔을 때 충격을 받았다. 사진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바로 매료돼 버린 것이다. 이후 붓 대신 조리개와 셔터로 세상을 그리기로 마음먹은 그는 지금까지 매 순간 카메라와 함께 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예술 장르 가운데서 기계(카메라)의 역할이 큰 사진을 직업으로 택했으면서도 기계에 대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인지 디지털 카메라를 쓰면서도 여전히 필름을 사용하는 아날로그 카메라로 작업도 많이 한다. 그는 “인터넷을 전혀 하지 않는다. 이메일보다 손으로 쓴 편지가 좋고 검색을 통해 지식이나 정보를 얻기보다는 책을 직접 읽거나 문화를 체험해서 얻는 게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리 삶이 기계의 혜택을 누리고 있지만, 내 마음속에는 그에 대한 저항 심리가 있다. 편리함과 빠름이 좋긴 하지만 내 삶의 중심이 되는 ‘영혼의 정원’의 순수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다.”라고 밝혔다.
특히 그는 인터넷 속의 수많은 저질 사진에 대해 분노했다. “요즘 스마트폰을 통해 누구나 사진을 찍을 수 있기 때문에 사진의 가치가 희석됐다. 인터넷에는 얼마나 많은 사진이 떠도는가? 하지만 나는 이런 사진들 가운데 상당수가 ‘비주얼 레이프(rape, 강간)’라고 생각한다. 상상을 초월할 만큼 끔찍해서 인터넷을 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 사진작가 김중만
    사진작가 김중만

l 상업 사진에서 순수 사진으로
 
대학 시절 사진으로 전공을 바꾼 그는 오래지 않아 재능을 인정받았다. 23살 때인 1977년 프랑스 ‘오늘의 사진작가 80인’에 최연소 작가로 선정된 그는 2년 뒤 한국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당시 보수적이던 한국 사회에서 그는 1980년대에 두 번이나 추방을 당하기도 했다. 당시 보수적인 한국 사회에서는 용납될 수 없는 자유분방한 사고방식과 행동 때문이었다. 사진 역시 그동안 한국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감각적이고 섹시했다.
그는 한국에서 다양한 사진 작업을 했다. 특히 프랑스에서 세계적인 패션 전문잡지 ‘엘르’ ‘보그’ 등과 일했던 만큼 패션 사진의 제안이 많았다. 당시 한국 사진계는 기능적으로 분화가 뚜렷하지 않은 상태였는데, 그는 패션 사진 분야에서 선도적 역할을 했다. 한편으로 1988년에는 사진작가 최초로 아프리카 사진집을 출판해 주목을 모으기도 했다. 아프리카는 그에게 고향 같은 곳으로 그는 지금도 아프리카를 테마로 꾸준히 사진을 찍고 있다.
그가 사진계를 넘어 대중문화 전반에서 유명세를 타게 된 것은 2000년 무렵부터다. 그는 스튜디오를 내고 본격적으로 상업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영화 〈괴물〉, 〈타짜〉, 〈달콤한 인생〉 등의 포스터와 전도연, 비, 원빈, 정우성, 배용준, 이병헌, 고소영, 강수연, 김정은, 손예진 등 1,000여 명에 이르는 스타와 함께 패션, 광고 등 다양한 분야의 사진을 찍었다. 당시 그의 수입은 10억대를 오르내렸다.   
하지만 그는 2006년 상업적인 사진 활동으로는 돈을 벌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오랫동안 내 자신이 찍고 싶었던 순수 사진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 아티스트로서 나 자신에 대해 성찰하는 시간도 필요했다. 다행히 상업 사진을 그만둔 이후에도 나를 찾는 곳이 꽤 있었다.”고 얘기하며 미소 지었다.
당시 그는 한국관광공사로부터 우리나라의 아름다움을 담은 엽서를 만들기 위해 사진을 찍어달라는 의뢰를 받았다. 그리고 이것이 계기가 되어 문화재청, 동북아역사재단 등 여러 기관으로부터 사진을 의뢰 받고 있다. 또한 한국 사진작가 최초로 소더비 경매에 등재되기도 했던 그는 지난해 프랑스 국제 사진 페어 ‘파리 포토’에서 7만 5,000달러에 작품이 팔리는 등 컬렉터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l 중랑천 뚝방길, 수묵화가 된 사진

그는 그동안 인물, 풍경, 꽃, 동물 등 수많은 피사체를 프레임 안에 담아왔다. 일반 대중에게 익숙한 연예계 스타들의 아름다운 초상을 비롯해 야성적인 아프리카 풍광 사진, 조각 같은 조형미를 보여주는 꽃 사진, 에로티시즘이 물씬 풍기는 여체 사진 등은 그만의 스타일을 보여준다.
하지만 그가 순수 사진을 지향하면서 가장 대표적인 피사체를 꼽으라면 중랑천 뚝방길의 나무들 사진이다. 중랑천은 강북을 흐르는 대표 개울로 이 일대는 다른 지역에 비해 개발이 늦은 편이었다. 그는 건축물 폐기물이 쌓인 중랑천 뚝방길의 사연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2004부터 약 4년간 그곳을 걸었다. 그러다 보니 아무도 봐주지 않는 상처받은 나무들이 마음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는 2008년부터 이곳 나무들을 본격적으로 카메라에 담기 시작했는데, 그동안 찍은 사진이 무려 5만 장 정도나 된다고 한다.
그런데, 중랑천 뚝방길 사진은 그에게 단순히 새로운 소재를 넘어 기법의 전환을 가져왔다. 그는 뚝방길의 나무들을 찍은 사진을 한지에 인화했는데, 마치 여백 가득한 수묵화를 보는 것 같다. 사진을 한지에 인화하는 것은 그가 처음은 아니지만 그만의 노하우와 감성이 들어가 뛰어난 예술성을 자랑한다. 그리고 이들 작품 시리즈 ‘상처 난 거리’는 그 어느 곳에서도 보지 못한 독특함으로 국내외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상업 사진을 그만두면서 조금씩 변화가 왔는데, 카메라로 그림을 그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술적인 노하우와 철학이 가미된 작업을 찾는 과정에서 이런 수묵화가 등장했다. 솔직히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몇 년째 하다 보니 카메라로 그림에 대한 베이스를 얻은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또 ‘EAST(동양)’를 테마로 한국, 중국, 일본 등의 자연을 뚝방길처럼 한지에 담아내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마치 중국의 산수화 가운데 웅혼한 산세를 그린 북종화를 연상시킨다. 그는 “이 작업은 지금 고민 중이다. 문학성이 내재된 비주얼을 만들겠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그 비주얼 아래 응축된 이야기들이 어떻게 구성되어야 할지 모르겠다. 솔직히 지금 답을 찾지 못하고 깜깜한 상태다.”라고 털어놓았다. 그래서 그는 아직 ‘EAST’를 외부에 공개하진 않고 있다. 


  • 〈I Have Two Souls〉: 중랑천 뚝방길 사진을 한지에 스크리닝한 작품
    〈I Have Two Souls〉
    : 중랑천 뚝방길 사진을 한지에 스크리닝한 작품
  • 〈Jackson Pollocks World〉
    〈Jackson Pollocks World〉



l 사진에 담고 싶은 휴머니즘

‘상처 난 거리’는 그가 순수 사진으로 전향하면서 그만의 작품 세계와 예술관을 구현한 작품이며 ‘EAST’는 현재 그것을 찾아가는 과정의 작품이다. 그는 “내 작품에 사회 비판적인 거창한 메시지보다는 아름다운 휴머니즘을 담고 싶다. 인간이 삶을 살아가며 잠시 생각할 수 있는 여지를 제기하는 것이다. 인문학적 어프로치라고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데미안 허스트, 제프 쿤스, 안드레 거스키, 줄리안 오피스, 아이 웨이웨이 등 20~30년간 현대미술계를 호령한 일련의 스타 아티스트들에 대해 그는 ‘소셜리즘’이란 용어로 그 성과를 설명했다. 이들은 그동안 우리가 터부시했던 것을 거리낌 없이 예술의 영역으로 다루면서 논란의 중심에 올랐고, 임팩트 있는 이들 작품들은 현대미술의 중심이 됐다. 이에 대해 그는 “소셜리즘에 비해 내가 추구하는 휴머니즘은 비주얼 파워가 떨어진다. 그래서 세계 시장에서 예술가로서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낮다. 하지만 나는 소셜리즘에 대한 새로운 대안으로 휴머니즘을 들고 한번 싸워보고 싶다.”고 피력했다.
한편 그의 작품들은 내년 세계 현대미술계에서 매우 중요한 국제 전시회와 미술관에 초청을 받았다고 한다. 이미 계약을 마친 상태로 초청전시에 대한 이야기를 잠시 들려줬다. 하지만 계약과 별개로 이들 기관에서 공식 발표를 하기 전까지는 보안을 유지해달라는 요청이 있었다고 하여 더 이상의 자세한 이야기는 들을 수 없었다.
그는 “내년에 한국 아티스트로서 글로벌한 데뷔를 하는 셈이다. 물론 내 사진이 해외에서 팔리고 있지만 내년 전시회는 세계 현대미술계의 흐름에 의미 있는 작업으로 인정받을지에 대한 여부가 결정된다. 내 나이가 이제 60살이어서 더 이상 기회가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내게는 사느냐 죽느냐 할 정도로 중요하다. 내가 보기엔 성공 확률이 5%로 리스크가 크지만 한번 도전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 박찬욱 감독과 스마트폰으로 찍은
    박찬욱 감독과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

l 자선은 나의 힘

그는 그동안 여러 인터뷰에서 아프리카 빈민국에서 의사로서 일생을 바친 그의 아버지에 대한 존경심을 드러낸 바 있다. 그가 사진작가로서 해온 다양한 자선 활동은 아버지의 영향이 크다. 아프리카 사진 시리즈는 “아프리카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하라.”던 아버지의 바람에서 시작됐다. 그는 사진을 통해 아프리카의 어려운 현실을 알리는 한편 그 사진으로 인한 수익금은 아프리카 사람들을 돕는데 써왔다. 올해에는 영화계의 거장인 박찬욱 감독과 함께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 전시회를 열어 그 수익금을 저소득층 환자 수술비로 내놓기도 했다. 
이외에 그의 자선활동 가운데 주목할 것은 지난해 말 자신의 작품 66점에 대한 저작권을 문화체육관광부에 기증한 것이다. 이에 따라 문화부는 66점을 인터넷 공유마당(gongu.copyright.or.kr)에 올려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들 작품은 올해가 정부 수립 66주년임을 기념해 한국적 이미지를 담은 작품들로 작가가 직접 선정했으며, 지난 5년간 국내외 구석구석을 찾아다니면서 촬영한 한국적인 이미지를 담은 수준 높은 작품들이다. 상업적으로 계산할 경우 30억 원대로 추산되기도 했다. 그의 지적 자산 나눔은 자신의 저작권에 예민한 예술가로서는 이례적인 일이어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그는 “나를 받아준 한국을 위해 언젠가는 보답을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있었다. 중소기업들이 품질 좋은 상품을 만들고도 포장 등 디자인 문제로 손해를 보는 경우가 많은데, 제 사진을 활용해서 그런 문제를 해결했다고 들어서 기쁘다.”고 밝혔다.

l 그에게 사진의 의미와 예술가의 역할

요즘 스마트폰을 통해 누구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시대가 됐다. 그래서 사진의 가치도 예전 같지 않다. 하지만 예술로서 사진의 가능성은 여전히 무궁무진하다. 그는 사진작가로서 오늘도 치열하게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사진을 통해 예술가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서다.
그는 “예술가가 된다는 것은 하나의 특권이자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진실과 창의력 등 예술에 필요한 요소들을 찾는 과정은 고통스럽지만 우리 사회에 문제를 제기하는 예술가의 역할이 너무나 중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예술가는 우리 인류가 행복해지고 존재의 가치를 확인할 수 있도록 답을 찾는 노력을 멈춰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여전히 사진의 세계를 탐험하는 젊은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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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4.07.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