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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과 사람

인도 안무가
케야 안 디수자(keya Ann D'souza)와
리야 만달(Riya Mandal)

김선욱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국제교류부)
  • 케야와 리야의 협업 작품 ©서울무용센터
    케야와 리야의 협업 작품 ©서울무용센터
  • 리야의 솔로 작품 ©서울무용센터
    리야의 솔로 작품 ©서울무용센터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인도의 인코센터(Inko-Center)는 격년제로 상호 각국의 안무가들을 레지던스에 파견해 작업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올해는 인도 안무가 2명이 한국을 찾았다. 그녀들의 이름은 케야 안 디수자(Keya Ann D'souza)와 리야 만달(Riya Mandal)이다.
그녀들이 처음 방문한 한국, 그리고 서울 홍은동 레지던스는 그녀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또한 어떤 마음으로 다양한 국적의 안무가들이 함께 모이는 레지던스란 공간을 선택했을까. 위원회에서 2012년부터 추진해 온 사업이지만, 사업이라는 타이틀을 떠나 예술가 개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그리고 그들은 레지던스란 공간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l 무용을 위한 그녀들의 선택

이번 참가자들의 가장 큰 특징은 모두 현대 무용이 전공이 아니란 점이다. 그렇다고 몸의 언어학인 무용과 전혀 상관없는 길을 걸어온 것은 아니지만 그들에게 그 선택이 쉽지만은 않았을 거라고 생각된다.
케야 안 드수자(Keya Ann D'Souza)는 어린 나이부터 〈페임〉, 〈웨스트사이드 스토리〉 등의 작품에서 뮤지컬 댄서로 활동했다. 당시 그녀의 나이는 불과 14세였다. 그 후로 3년간 뉴델리에서 재즈와 현대 무용을 동시에 배웠고, 시드니 댄스 컴퍼니(Sydney Dance Company)에서 전통 발레를 전공했다. 이후에는 본격적으로 미국에서 현대무용과 안무 교육을 받게 된다. 해외에서 다양하게 재즈, 발레, 현대 무용을 배운 그녀는 고국으로 돌아와 ‘아따깔라리 인도 바이에니얼 페스티벌(Attakkalari India Biennial Festival)’, 산샤리 모바일 극장(Mobile Theatre Sanchaari) 등에서 레퍼토리 전문 댄서로 활동하였으며 아따깔라리 무용센터에서 직접 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했다. 2010년부터는 코펜하겐, 독일 등지에서 본격적으로 해외 안무가와 협업을 시작했으며,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협업을 비롯한 그녀의 무용 세계를 더 확장하기 위해 한국의 레지던스를 지망하게 되었다.
리야 만달(Riya Mandal)은 다양한 장르의 무용을 배운 케야와 달리 어릴 적 인도의 전통무용인 카탁(kathak)을 배우고 전통 무용 댄서로 12세 때부터 활동하다가 2008년부터 재즈댄스와 현대 무용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녀는 작은 움직임과 음악, 그리고 이 요소들을 통한 육체 치료를 중요시하는 인도에서 인간의 행동과 그 영향에 대한 고찰을 무용안무에 담아 내기위해 노력했다. 어린 나이로 큰 경험은 없지만, ‘청중을 사로잡는 리야의 얼굴 표정과 육체의 표현은 특별하다.’, ‘그녀의 손짓 하나로 자연의 많은 것을 표현하고 청중을 사로잡는다.’라는 언론의 찬사를 받기도 했다. 그녀의 안무를 한국에서 본 홍은창작센터 관계자는 자신이 본 인도 안무가 중에 가장 기본기가 뛰어나다는평을 하기도 했다.
현대 무용에 대한 열정을 갖고 한국 레지던스를 찾은 당찬 포부만큼 그녀들의 레지던스 생활 또한 활력이 넘쳤고, 타국이기에 생길 수 있는 아픈 경험도 있었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이 그녀들의 창작 생활에 더 큰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l 낯선 곳에서의 아프다는 서러움

한국의 가을 날씨에 적응하기까지 어려움이 있을 것이란 생각으로 케야를 맞이했다. 입국 첫날 공항에서도 몸이 좋아 보이지 않았던 그녀는 며칠 후 말라리아로 응급실에 실려 갔다. 한국 병원에서는 외국에서 전염되어온 것으로 보이나 고열로 인해 밤사이에 어떻게 될지 모르니 인도로 돌려보내는 편이 나을 거 같다는 의견을 냈다. 하지만 그녀는 여러차례의 인도 측 의사와의 협의와 확인 절차를 거쳐 레지던스에 남아있게 됐다. 밤사이 체온을 체크하고 끊임없이 그녀 방에 마실 물을 준비해 놓는 것은 리야의 몫이었다. 다행히 건강은 빠르게 호전되어 그녀는 본인의 안무 작업에 몰두할 수 있었고, 훌륭하게 쇼케이스를 소화했다.

l 결과 발표

레지던스 생활을 마무리하는 최종공연을 ‘결과 발표?’, ‘쇼케이스?’라고 명명하는 게 아무래도 적절한 단어 같지는 않다. 그들이 레지던스를 통해 서로를 알아가고 같이 생활하며 이룬 작품은 그들을 평가할 결과도,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쇼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들은 레지던스를 통해 느끼고 경험한 것들을 바탕으로 더욱 더 성숙하고 발전할 것이기 때문이다. 아무튼 케야와 리야의 레지던스 생활을 마무리하는 짧은 공연이 홍은창작센터에서 열렸다. 이날 케야는 리야와의 협업작품을, 그리고 리야는 솔로로 작품을 발표했다.
첫 공연으로 케야와 리야의 협업 작품이 선을 보였다. 현대무용의 움직임, 그리고 시 낭독, 인도의 전통음악·전통춤이 자랑하는 손끝과 눈동자의 움직임 등이 다양하게 어우러진 공연이었다.
리야의 솔로작품은 천장에 가느다란 실들을 달아 놓고 그녀의 몸과 마음을 실 끝에 전달하며 열정적인 장면들을 보여주었다.


l 예술가, 특히 안무가들이 레지던스를 사랑하는 이유


  • 이선아 씨와 피아이브 디아콩(Pierre-Yves Diacon)이 유리창을 두고 춤을 추는 모습 ©서울무용센터
    이선아 씨와 피아이브 디아콩(Pierre-Yves Diacon)이 유리창을 두고 춤을 추는 모습 
    ©서울무용센터

케야와 리야의 작품 외에 다른 두 작품이 선을 보였다. 스튜디오와 레지던스의 작품 발표는 안무가들에게 장소 활용이 무궁무진하단 장점이 있다. 물론 무대세트와 조명, 음향설치 등에 제약이 있지만 공간의 틀을 넘어 선보이는 작품들을 보면 그 감동은 규격화된 극장에서의 것과는 또 다른 맛이 있다. 케야와 리야의 협업 작품은 복도를 이용해 시작되었다. 또 무용가 이선아 씨와 스위스의 피아이브 디아콩(Pierre-Yves Diacon)과의 협업에서는 유리창을 두 무용가 사이에 두고 춤을 추는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이들에게 공간은 제약이 아니라 단순히 활용의 대상일 뿐이다.

사람들은 열린 공간이라는 표현을 자주 한다. 그리고 야외를 상상한다. 하지만 열린 공간은 닫힌 공간의 반대말로 우리의 의식을 가둬놓지 않는 공간이기도 하다. 스튜디오나 레지던스의 공연이 우리의 갇혀있는 의식을 열어주는 미묘한 재미를 주는 공간이기도 한 것 같다.

l 마무리

그녀들은 비가 오는 추운 가을날 한국에 들어와 비가 오는 일요일 그녀들의 작품을 발표하고 다음 날 인도로 떠났다. 이들에게 어떤 미래가 펼쳐질지는 알 수 없지만, 예술가로 살아가는 데 있어 이번 레지던스 경험이 더 넓은 세상을 두려워하지 않고 본인의 예술을 키워 나갈 수 있는 좋은 발판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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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5.1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