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호보기
  • 구독신청
  • 구독자의견
  • 아르코발간자료
  • 인쇄
  • 맨위로 이동

국제교류

원주 토지문화관 레지던시 프로그램 참가기

미낙쉬 타쿠르 (Minakshi Thakur, 작가)

  • 동국대학교 강연 청중과 ‘인도를 생각하는 예술인 모임’ 관계자들과의 만남
    동국대학교 강연 청중과 ‘인도를 생각하는 예술인 모임’ 관계자들과의 만남

2014년 8월 31일, 나는 서울에 도착하여 연희문학창작촌에서 이틀을 머물렀다. 복잡한 서울에서 조용한 쉼터의 역할을 하는 이곳은 그 자체로 하나의 작은 우주였다. 도착 첫날에는 서울 문화투어를 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문학 담당자가 북촌과 국립고궁박물관을 비롯해 서울의 이곳저곳으로 나를 친절하게 안내해 주었다. 툇마루에 앉아 한국 전통음식을 맛보기도 했고, ‘인도를 생각하는 예술인 모임’이라는 문학단체의 일원이자 인도와 문학 교류를 지속적으로 이끌어가는 동국대학교 교수진을 만나기도 했다.

9월 2일에는 토지문화재단을 방문하여 9월 27일까지 머물며 마음을 차분하게 해주는 환경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냈다. 이곳에서는 주로 밤에 시간을 내어 나의 두 번째 소설(가제: 아름다운 실수 Beautiful Errors)을 집필하며 시간을 보냈다. 이 작품은 한 사진작가를 그리며 그의 삶과 사랑, 그리고 갑작스레 찾아온 죽음을 다룬다. 사람들이 각자 다양한 방식으로 사건을 다르게 바라보는, ‘보는 행위(seeing)’에 의해 이야기가 전개되며, 주인공이 사진작가이기에 빛에 대한 그의 집착이 작품 전반을 지배한다. 나는 이 이야기를 통해 ‘말하기(telling)’가 길을 잃게 되는 순간을 보여주고자 한다.
화자로 나서는 것은 두 여자, 사진작가의 아내와 내연녀이다. 이들은 자신이 사랑했던 남자에 대하여 각자가 남자를 알았던 방식, 그리고 남자를 바라보았던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내며 그의 삶을 직조한다. 나는 라이트모티브(leitmotif)라고 하는 사진 용어의 개념과 기술을 이용하여, 비극이 찾아오기 전 그녀들이 자기 삶의 중심이었던 한 남자의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헤쳐 나가며 결국 어떻게 서로 평화를 찾게 되는지를 그리고자 한다. 사랑과 더불어 다양한 분위기에 관한 관찰이 작품 전반에 흐르게 될 것이다. 미묘함과 정적을 고려하며 써 나가야 하는 아주 어려운 소재에 관한 이야기로, 인간의 내면을 다루고 있기에 고요하면서도 명료해야 한다. 추억을 떠오르게 하는 도시, 델리가 그 배경이다.

당장 내가 속한 환경에서 벗어나면 생각도 정돈할 수 있고 새로운 생각과 아이디어로 향하는 문을 열 수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 작업 중인 소설은 한 사람의 절대적인 이미지를 쫓으며 죽음과 사랑, 상실에 관해 이야기하는 상당히 어두운 색채의 이야기이다. 이런 나에게 박경리 소설가와 토지문화재단, 원주의 아름다운 산천은 내가 그동안 찾고 있던 환경을 제공해주었다.
우울한 소설과는 별개로 이곳에 머물고 있던 한국 작가와 예술가들, 그리고 많은 도움을 준 토지문화관 직원분들과 동료 작가들을 만나게 되어 매우 기뻤다. 이들 모두 내가 편안하게 머물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지원해주었고 함께 산책을 가거나 장 보는 일을 도와주기도 했다. 일정이 끝나갈 즈음 나는 박경리 소설가가 생전에 살았던 자택과 공원을 찾아 도시 관광을 했다. 감히 말하건대 그곳은 고독과 창의성이 깃든 박물관이었으며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 또한 활기가 넘치는 한지축제도 방문했는데 한지의 역사와 제작 방법을 엿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그리고 우거진 숲과 멋진 경관이 있는 오크밸리리조트에 위치한 한솔뮤지엄 또한 매우 인상 깊었다. 한국 작가들의 드로잉 작품과 더불어 제임스 터렐의 조명 설치물도 감상할 수 있었다.

9월 27일, 서울 연희문학창작촌으로 돌아와 〈미소-배비장전〉이라는 훌륭한 한국 전통연극을 관람했다. 오감이 만족되는, 평생 기억에 남을 경험이었다. 9월 29일에는 동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의 초청으로 동국대학교 도서관에서 강의를 하기도 했다. 학생들과 대화를 나누며 나의 작가 인생, 시에 대한 사랑, 두 편의 소설, 그리고 하퍼콜린스라는 다국어 출판사의 번역 에디터로서 작업한 저작물 등에 관해 논했다. 또한 출판사의 구조와 작업 방식을 주제로 가공되지 않은 원고가 따끈따끈한 책으로 출판되기까지의 여정을 이야기했으며, 번역을 통해 서로의 문학을 교류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논하기도 했다.

너무나도 아름답고 뜻깊은 시간으로 가득 찬 여행이었다. 주최 측을 비롯해 나를 도와준 모든 분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 박경리 소설가가 생전에 거주했던 자택 방문
    박경리 소설가가 생전에 거주했던 자택 방문
  • 원주 내 문화체험
    원주 내 문화체험
  • 정동극장 〈미소-배비장전〉 관람
    정동극장 〈미소-배비장전〉 관람
아르코 로고

[기사입력 : 2014.1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