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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통신

[중국] 798예술구, UCCA 그리고 리우웨이의 과거와 현재

김새미 (아트인아시아 수석기자)

따산쯔(大山子) 798예술구(The 798 Art Zone)는 이제 우리나라의 대중도 익히 알고 있는 베이징의 관광 명소이다. 구소련과 독일의 기술로 세워진 공장지대가 예술구로 바뀌었다는 사실의 시각적, 역사적 인상은 강렬했다. 2007년 중반 여기에서 개점한 갤러리, 미술관, 아트센터, 카페, 상점 등의 수가 400여 개가 넘었다고 하니 소위 ‘핫플레이스’로서의 인기는 이미 빛이 바랬다고도 볼 수 있다. 몇 년 전부터는 “이곳이 과연 예술구인가 상업지구인가?”라는 논쟁이 불거지고 있어, 이제는 오히려 이곳의 명성이 퇴색되고 있다는 느낌마저 든다. 임대료의 지속적 인상, 민간에서 정부로의 예술축제 주도자 변경, 정부의 표현의 자유 침해 등으로 798예술구의 정체성이 혼란을 겪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침체 현상에도 불구하고 798예술구가 여전히 매력적인 이유는 수준 높은 전시를 꾸준히 개최하고 있는 몇몇 기관들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2007년 개관 이후부터 지금까지 798예술구에서 가장 볼 만한 전시를 개최하고 있는 공간을 꼽자면 그곳은 단연 울렌스현대미술센터(UCCA: Ullens Center for Contemporary Art, 尤伦斯当代艺术中心, www.ucca.org.cn)이다. 798예술구에는 세 개의 북문과 2개의 남문, 그리고 정문 역할을 하는 제2, 제4입구가 있다. 제4입구로 들어가 798로(路)로 직진하다 보면 ‘E zone’으로 들어서게 된다. 수이지엔구어(Sui Jianguo, 隋建国)의 붉은색 공룡을 형상화한 작품 〈메이드인차이나(Made in China, 中国制造)〉가 점점 가까워지면, UCCA에 도착한 것이다. 2월 7일부터 4월 17일까지 UCCA는 리우웨이(Liu Wei, 刘韡)의 개인전 《컬러스(Colors, 颜色)》를 선보이고 있다.
이 전시는 2011년 12월부터 UCCA의 디렉터로 활동하고 있는 필립 티나리(Philip Tinari)의 주도로 기획됐다. 1979년 필라델피아에서 태어난 그는 듀크대학 졸업 후 하버드대학에서 동아시아학으로 문학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풀브라이트 장학생으로 북경대에서 수학했다. 2002년, 제1회 광저우트리엔날레(第一届广州三年展)의 큐레이팅에 보조자로 참여하고, 베이징 중앙미술학원(China Central Academy of Fine Arts, 中央美术学院)에서 미술비평을 강의하는 것을 시작으로 그의 본격적 활동이 이어졌다. 필립 티나리는 2006년 소더비 뉴욕에서 개최된 첫 중국현대미술 경매 도록의 원고작성을 담당했고, 아트포럼닷컴(http://artforum.com.cn)의 중국어판 창간 에디터로 활약했다. 이후 그는 중국에서 라이프스타일과 패션 등에 관련된 잡지를 발행하는 모던미디어그룹(Modern Media Group)이 2009년 현대미술 전문지 리프(LEAP, 艺术界, http://leapleapleap.com)를 창간할 때 주요한 역할을 했고, 2011년까지 리프의 수석 편집자로 일했다. 여담이지만 1년에 6회, 중국어와 영어의 2개 언어로 발행되는 이 잡지는 영어 사용에 몰인정한 중국의 전시 소식을 궁금해하는 외국인에게는 꽤나 유용한 매체다.


  • hilip Tinari
    Philip Tinari

l UCCA의 세 번째 수장

필립 티나리는 UCCA의 세 번째 디렉터다. 아트센터 설립에 큰 기여를 한 첫 번째 디렉터는 중국현대미술계의 제1세대 예술비평가이자 큐레이터인 페이 다웨이(Fei Dawei, 费大为)였다. 페이 다웨이는 2002년부터 UCCA의 설립주최인 가이앤미리엄 울렌스재단(The Guy and Myriam Ullens Foundation)이 중국현대미술품을 수집하고, 그들의 컬렉션이 해외에서 기획전을 통해 소개되도록 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그가 기획한 UCCA의 첫 전시 《85 뉴웨이브(2007.11.5~2008.2.17, 85’ New Wave, 85’ 新造)》는 1985년 일어난 중국 최초의 아방가르드 미술운동을 소개하고 그 역사적 의의를 되짚어 보았다는 점에서 개관전에 걸맞은 규모와 의의를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2008년 UCCA는 두 번째 디렉터로 제롬 상스(Jerome Sans)를 임명했다. 그는 2000년부터 2006년까지 니콜라 부리요(Nicolas Bourriaud)와 함께 파리의 팔레 드 도쿄(Palais de Tokyo) 공동디렉터를 역임했다. 제롬 상스는 UCCA 재직 중 60개 이상의 전시를 개최했고, 루브르박물관 인테리어 등에 참여했던 프랑스의 건축가 쟝 미셸 빌모트(Jean-Michel Wilmotte)와 함께 건물 리노베이션을 추진하여 보다 유연한 전시공간을 만들고자 했다. 32세의 젊은 나이에 세 번째 디렉터로 임명된 필립 티나리는 중국미술계는 물론 국제미술계와도 긴밀하게 소통하며 젊은 감각으로 아트센터를 이끌어 나가리라는 기대를 받으며 출발했다. 그 또한 국내작가, 해외작가를 동일한 비중으로 소개하는 방향으로 전시 프로그램을 구상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2012년 3월 구더신(Gu Dexin, 顾德新)의 개인전을 시작으로 7월 왕마이(Wang Mai,王邁), 2013년 5월 왕싱웨이(Wang Xingwei,王兴伟.), 6월 테칭시에(Tehching Hsieh,謝德慶), 2014년 1월 지다춘(Ji Dachun,季大纯)과 슈젠(Xu Zhen,徐震) 등의 개인전을 열어 오늘날 중국에서 가장 명성 있는 작가들을 소개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객원 또는 협력큐레이터와 함께 2013년 6월 테페이 가네우지(Teppei Kaneuji), 9월 티노세갈(Tino Sehgal), 2014년 5월 파베우 알타메르(Paweł Althamer) 등의 개인전을 열어 해외작가의 작품을 소개하거나, 여러 명의 젊은 중국작가를 동시에 소개하는 기획전을 열어 중국 미술계에서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음을 보여줬다.


  • Liu Wei
    Liu Wei

l 정치적 미술을 지양한 감각적 미술

현재 전시 중인 리우웨이의 개인전 또한 작가와 기획자 모두가 중국 현대미술의 제1세대와는 차별화되는 세대임을 보여주는 전시다. 리우웨이는 1972년 베이징에서 태어나 1996년에 항저우의 중국미술학원(China Academy of Art in Hangzhou)을 졸업했다. 2014년 2월 아트뉴스와의 인터뷰에 따르면, 그의 양친 모두 의사였고, 할아버지는 유명 문구회사의 경영인으로서 제백석(Qi Baishi, 齊白石)과 같은 거장에게 화구류를 공급했다고 한다. 리우 웨이는 자신이 60년대에 태어나 80년대 중후반에 아방가르드 미술을 추구했던 장샤오강(Zhang Xiaogang, 张晓刚)이나 왕광이(Wang Guangyi, 王广义)같은 선배들과는 다른 미술을 추구한다고 느꼈다. 자신과 동년배의 세대는 중국과 세계의 소통이 활성화되던 시대의 물질적 풍요를 누릴 수도 있었고, 국제적 교류도 자유롭게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1999년 자신과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던 미술가 동료들과 함께 작가이자 큐레이터인 치우즈지에(Qiu Zhijie, 邱志杰)와 큐레이터 우메이천(Wu Meichun, 吳美純)이 기획한 《후기 감각적 감성: 이질적 본질과 망상(Post-Sense Sensibility: Alien Bodies and Delusion, 后感性:, 異型與妄想)》이라는 전시에 참여했다. 이때 참여한 다른 작가들로는 천원보(Chen Wenbo, 陳文波), 가오쉬밍(Gao Shiming, 高世名), 양푸동(Yang Fudong, 楊福東) 등이 있다. 리우 웨이는 85 뉴웨이브라 불리는 흐름의 작가들과는 달리 사회의 정치적·역사적·문화적 현상을 비판적으로 보는 것이 미술의 주된 목표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어렸을 때부터 그에게 미술이란 적극적이고 진보적인 지적 활동이라기보다는 일상생활의 다양한 측면에서 시각성을 발견하는 일이었고, 그러한 발견은 그에게 현재를 구성하는 요소였다.


정치적 표현에서 멀어진 미술, 글로벌 네트워크와 다양한 미디어 매체를 활용하는 미술은 중국미술계에 신선하고도 새로운 인상을 남겼다. 신문사의 사진기자로 일하고 있던 리우웨이는 2004년 제5회 상하이비엔날레(第五届上海双年展)에 출품한 사진작품을 통해 대표적인 중국현대미술품 컬렉터 울리지그(Uli Sigg)의 전화를 받는 등 국제적으로 주목받았고, 2005년 첫 개인전을 개최하는 등 본격적 활동을 시작하게 된다. 베니스비엔날레(2005), 미디어시티서울(2006), 리용비엔날레(2007), 광저우트리엔날레와 부산비엔날레(2008) 등으로 그의 국제 활동은 나날이 넓어져 갔다. 미국, 스위스, 아일랜드, 노르웨이, 독일, 네덜란드 등에서 그를 찾았다. 2011년은 그에게 의미가 큰 해이다. 베이징을 대표하는 금일미술관(Today Art Museum, 今日美术馆)과 상하이를 대표하는 민생현대미술관(Minsheng Art Museum, 民生现代美术馆)이 그의 개인전을 개최함으로써 그의 명성이 중국에 자자해지게 되었기 때문이다. 2013년에는 뉴욕의 레만모핀(Lehmann Maupin)에, 2014년에는 런던의 화이트큐브(White Cube)에서 그의 개인전이 열려 이제 리우웨이는 상업적으로도 성공한 작가로 입지를 다지게 됐다.


그의 작품으로서 가장 많이 노출된 회화작품 시리즈는 화면을 0.5㎜ 정도 폭의 세로면들로 나누어 하나하나의 면들을 채워나감으로써 조직적이고 규칙적인 기하학 무늬를 만들어냈다. 체계적인 색상의 배치와 구성을 통해 화면은 높낮이의 차이와 원근감이 있는 추상적 풍경처럼 보이게 되었으며, 평론가들은 이러한 그의 회화작품을 흔히 중국 내 급격한 도시개발에 대한 우회적 비판으로 해석했다. 리우웨이는 이러한 제작 방식을 이후 입체작품에도 적용했다. 가로폭은 얇고, 세로폭이 넓은 나무판들을 이용하여 비슷한 방식으로 하나의 구조물을 만들어냈다. 화면 위의 구성이 고층건물들이 즐비한 도시 풍경의 원경처럼 보였다면, 입체조형물들은 단기간 내에 무분별하게 세워지고 또 무너지는 건물들의 잔해처럼 보이기도 했다. 겉으로는 위압적인 화려함을 뽐내지만, 고층건물 축조 시 흔히 발생하는 부당한 노동 또는 부실한 진행 과정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 같기도 했다.

l 어떤 공간에서 어떤 작품을 어떻게 바라보는가라는 문제

이번 전시는 그가 지금까지 발표했던 회화작품 외에도 새로운 내용과 형식으로 제작된 다수의 설치작품을 발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는 이전보다 더욱더 미술작품의 형식적 측면에 주목했다. 매표소 앞에 설치된 작품 〈Love It, Bite It No. 32014〉는 그가 2006년부터 작품 제작에 사용한 소가죽으로 만든 입체물로, 인간의 허영심은 무한하고 강력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때로는 폭력적이기까지 한 과정을 통해 획득한 인간의 권력과 명예는 언제든 빼앗길 수 있고 무너질 수 있는 유약한 것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본 전시실 안으로 들어가면 천장에 닿을 듯 높고, 몇 걸음을 걸어야 좌에서 우로 갈 수 있을 정도의 거대한 육면체들이 이런저런 방향으로 놓여있어, 관객은 미로를 통과하듯 그 사이를 지나가야만 한다. 이제 리우웨이는 멀리서 보이는 공간의 시각적 인상이 아니라, 가까이에서 눈과 피부가 느끼는 공간의 공감각적 인상을 받아들일 것을 제안한다. 어두운색의 거친 천으로 뒤덮인 육면체들 사이사이에서 관객은 불가항력적인 힘과 고압적인 타자의 위력을 맞닥뜨리게 된다. 미로를 빠져나오면 허리까지 오는 입체물들이 널려 있고 여기저기에 높은 가벽이 세워져 있는 전시장 한가운데로 들어서게 되는데, 그제서야 숨통이 좀 트인다는 느낌이 든다. 반투명한 천장을 통해 들어오는 햇빛과 거울을 주재료로 한 작품이 서로서로 조명광을 반사하기에, 어두운 터널에서 빠져나온 듯 상쾌해진다.

〈Puzzle〉이라는 거울 설치작품의 전략은 명료하다. 환경적 차이가 낳는 시각적 경험의 다름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한편 무수히 많은 다른 각도로 세워진 거울들은 공간의 실체를 쉽게 인지할 수 없도록 시각을 교란시키면서도 관람자가 자기 자신을 다양한 모습으로 보게 만든다는 점에서 시각적, 공간적 유희라는 효과도 낳는다. 이 외에도 앞서 말한 방식으로 제작된 회화작품들이 작은 소품으로도, 전광판만큼 큰 대형 작품으로도 전시되어 있어 비슷한 대상을 바라보더라도 그것을 어떠한 정도의 거리를 두고 바라보는지에 따라 우리의 시각적 지각은 상당히 달라진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게 한다. 많은 현대미술가들이 시각성의 본질, 시각을 통한 인식의 불확실성과 시각적 지각의 다양성 등을 작품의 주제로 삼고 있지만 이러한 주제를 탐구하고 시각화하며 제시하는 방식의 수준에는 큰 차이가 있다. 리우웨이는 평면과 입체를 넘나들고 작품이 차지하는 공간과 작품이 놓이는 공간의 관계를 고려하면서 시각적 대상에 대한 인식과 공간에 대한 인식을 연결 짓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그의 연구가 앞으로 어떠한 방식으로 다양화될지 더 큰 기대를 갖게 한 계기가 되었다는 점에 이번 전시의 의의가 있다. 다른 한편으로 798예술구의 변화와 그에 대한 우리들의 인식은 또 어떻게 변하게 될지 지켜볼 일이다.


  • Liu Wei, Untitled No.3(2014)
    Liu Wei, Untitled No.3(2014)
  • Liu Wei, Installation view(2013)
    Liu Wei, Installation view(2013)
  • Liu Wei, Puzzle, Glass, aluminium alloy(2014)
    Liu Wei, Puzzle, Glass, aluminium alloy(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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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5.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