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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통신

[독일] 무지개처럼 빛나는 독일 문화 정책

최정미 (독립 큐레이터, 디스쿠어스 베를린 대표)
  • Schauspielhaus Bochum
    Schauspielhaus Bochum
    ©juergen_landes
  • Staatliche Museen zu Berlin
    Staatliche Museen zu Berlin
    ©Staatliche Museen zu Berlin
  • Kulturstiftung des Bundes
    Kulturstiftung des Bundes
    ©Jens Passoth


연방제 국가답게 각 연방 주의 문화, 교육 정책 등은 독립적인 지위와 권한을 가진다. 한마디로 독일 중앙정부는 기본법을 위반하지 않는 이상 16개 연방 주의 문화, 교육 정책을 간섭하지 않는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문화정책은 크게 세 가지 주요 영역으로 구분된다. 공공 재원으로 운영되는 기관, 공공 자금 보조금으로 운영되는 문화 기관 그리고 후원 및 민간 재단의 지원으로 운영되는 민간 문화 예술 기관으로 나누어진다. 박물관, 연극공연극장, 음악당, 오페라하우스 등 무수한 기관이 공공 재원이나 보조금으로 운영되는데 대표적으로 한국에도 잘 알려진 막심 고르키 테아터(Maxim-Gorki-Theater), 도이체스 테아터 베를린 (Deutsches Theater Berlin), 샤우슈필하우스 보훔(Schauspielhaus Bochum), 바이에른 국립오페라(Bayerische Staatsoper) 등을 들 수 있으며, 연방에서 직접 관리하는 베를린국립미술관(Staatlichen Museen zu Berlin)도 그 중 하나이다. 일종의 미술, 박물관 연합인데 신 국립미술관(Neue Nationalgalerie), 함부르그 반호프 현대미술관(Hamburger Bahnhof) 등 총 20여 개다. 이 외에 인지도가 높은 독일문화원(Goethe-Institut)을 비롯하여 슈투트가르트에 본부를 둔 Institut für Auslandsbeziehungen e. V. (ifa) 그리고 국제교류에 주완 점을 둔 독일 연방 문화 재단(Kulturstiftung des Bundes), 장학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알렉산더 폰 훔볼트 재단 (Alexander von Humboldt Stiftung) 등이 있다. 이들 재단은 문화정책 외에 문화외교도 펼친다. 연방에서 운영하기도 하고 재정 지원을 받지만, 운영 기조나 프로그램 등은 자율 독립성을 보장받는다. 각 기관에서 전문가의 심의를 통해 확정한 사업을 연방 혹은 공공재원을 운영하는 기관이 간섭하거나 반려할 수 없다. 각 분야의 전문가나 전문직 공무원을 믿고 정책을 실행할 수 있게 하는 시스템이다. 이와같이 많은 기관들이 독립적으로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 중 성격이 독특하거나 흥미로운 기관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l 아이가 있는 여성 예술가는 NRW 여성부(Frauenkulturbüro NRW e.V.)로!

대략 1,800만 명의 인구가 거주하는 노르드라인 베스트팔렌 주(이하 NRW)는 독일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주이다. NRW 여성부(Frauenkulturbüro NRW e.V.)는 여성 예술인을 대상으로 전시와 공연 지원,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수상제도를 시행하는 기관이다. NRW 여성부가 발족한 1991년에는 여성 예술인이 예술 시장에 발붙이기가 어려웠다. 거기다 아이가 있거나 미혼모라면 작가 생활은 접거나 취미 수준으로 영위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NRW 여성부는 이들을 체계적으로 육성, 지원하였으며 매년 프로그램과 지원 범위를 확대해 왔다. 위원장은 녹색당과 사회민주당 주의원인 루트 자이들(Dr. Ruth Seidl) 씨와 봘부르가 베닝하우스(Walburga Benninghaus) 씨이며, 위원장뿐만 아니라 심의위원회를 제외한 부원은 모두 여성이다. 대표적인 프로그램으로는 국제교류 레지던시 사업이다. 선정된 독일 작가 4명을 파트너 3개국에 파견하며 파트너국은 그들의 작가를 NRW 주에 보낸다. 독일에 온 외국인 작가의 공적, 사적 루트를 통해 상대국가에 그들의 미술계를 알리는 것이다. 참여 작가는 2~3개월 거주 기간 동안 작품 활동보다는 네트워크 형성, 리서치 등을 주로 시행하며, 아이가 동행할 경우에는 이에 상응하는 거주지와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독일에서 파트너 국가로 지원하는 작가는 국적과 상관없이 노르드라인 베스트팔렌 주에 거주해야만 한다는 점이다. 이는 NRW에서 거주하는 한국인 여성 예술인이 관심을 가져볼 만한 일이 아닐까 싶다.  
Frauenkulturbüro NRW e.V. 사이트 : http://www.frauenkulturbuero-nrw.de
 
l 서민, 학생, 미혼모여 베를린에서는 문화활동을 즐기시라

함부르그, 브레멘처럼 베를린은 도시주(Stadtstaat)이다. 주 전체를 고려하지 않고 시 맞춤형 문화정책을 펼칠 수 있다는 뜻이다. 베를린의 경우는 시 상원의회에서 문화정책을 수립하고 실행한다. 세계 문화예술의 메카가 되어버린 베를린의 문화정책은 당연히 시의 주요 사업이며 연간 예산은 400억 유로이다. 중장기 프로젝트에 속하는 기관 지원이 예산의 약 95% 그리고 약 5%는 단기성 개인 프로젝트에 쓰인다. 오페라하우스, 연극공연극장, 박물관, 미술관 그리고 각종 문화재단 등 약 70개 정도의 중장기 프로젝트 형 문화 기관을 지원한다.
 
공공 재원 후원으로 운영되는 극장, 오페라 하우스 등 수많은 기관 중에 미국 건축가 휴 스터빈이 설계한 세계 문화의 집(Haus der Kulturen der Welt)은 트랜스미디알레(Transmediale)로 한국에 수차례 알려진 곳이다. 세계 각지의 문화 기관들과 네트워크를 갖고 있으며 메이저리그 문화 프로그램 외에도 소수 집단을 보호하는 프로젝트도 운영한다. 음악, 공연예술, 미술, 그리고 문학, 사회 관련 심포지엄 등이 개최된다. 문화예술계의 국제적 교류와 협력이 핵심이다.
 
연극공연극장 중에 특징이 강한 대표적인 공간을 보면, 영화계와는 달리 연극계는 언어의 한계가 있어 국제적으로 활동하기 쉽지 않지만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정책 비판이 강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공간들이 수두룩하다. 서베를린에 있는 샤우뷔네(Schaubühne)는 베니스비엔날레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은 토마스 오스터마이어가 연출을 맡고 있고, 가장 작은 막심고르키 극장(Maxim-Gorki-Theater)은 사회주의 리얼리즘의 가장 대표적인 극장으로 러시아식 연출 방법을 고수하고 있으며, 지금은 사라진 독일 통일사회당 정책을 비판하는 대표적인 장소이다. 1890년에 설립된 폴크스뷔네(Volksbühne)는 1992년부터 현재까지 프랑크 카스토르프가 총감독으로 있다. 정치 비판적, 실험적인 프로그램으로 유명하며 르네 폴레쉬 와 작고한 크리스토프 슈링엔지프 등 유명 연출가들이 작품을 올린 곳이기도 하다. 도이체스 테아터(Deutsches Theater)와 양대산맥을 이루는 베를리너앙상블(Berliner Ensemble)은 독특한 외관과 저명한 배우들의 작품으로 유명하다. 창립자인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유작을 전문으로 공연하지만, 쿠르트 투홀스키의 유작 그리고 페터 한트케의 〈관객모독〉도 공연 목록에 올라 있다. 현재는 68세대의 대표적 주자인 클라우스 페이만이 연출을 맞고 있다. 연출가나 배우의 이름만 들어도 입이 벌어지는 공연 입장료는 영화관 입장료보다 저렴한 5유로부터 40유로 정도이다. 빈부차이에 상관없이 서민, 학생 등 누구나 원한다면 수준 높은 연극, 오페라 등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다.    
 
l 엘리트 문화정책의 바이에른 주

바이에른 주는 튼실한 경제와 높은 교육 수준으로 다른 주들로부터 시샘을 받는다. 독일 박물관(Deutsches Museum)의 재건축에 180억 유로, 인간과 자연(Mensch und Natur)이라 불리는 신생 박물관에 80억 유로 등 다른 주에서는 책정하기 힘든 높은 예산이 배정되고 있다. 한편 뮌헨 같은 대도시 외 변방 도시에는 특별 프로젝트를 제외하고는 7억 유로 예산이 배정되었다. 형평성이 없다고 원성이 높다. 엘리트 문화정책을 선호하는 바이에른 주 문화부 장관 루드뷔히 스팬레(Ludwig Spaenle) 씨는 뮌헨은 인구가 많은 대도시이며, 국제적으로 지명도가 높은 밤베르거 심포니커(Bamberger Symphoniker), 뉴른베를거 오페라하우스(Nürnberger Opernhaus)와 같은 기관이나 단체에게 예산을 대폭 지원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그 이유에 대해서 설명했다.
 
엘리트 문화정책으로 논란이 되는 부자 주 바이에른, 재정이 상대적으로 가난하다는 베를린, 베를린으로 많은 예술인을 뺏겨 분통해 하는 NRW 등 어느 곳을 봐도 문화예술이나 교육정책은 그들만의 색을 갖고 있으며 자율성과 독립성을 유지한다. 중앙에서 통괄, 간섭하는 정책이 아닌 각 주에 맞춘 전문적인 문화정책은 독일이 문화강국이 된 이유 중에 하나이지 않을까 싶다.


  • Deutsches Museum
    Deutsches Museum ©Deutsches Museum
  • Deutsches Museum

  • Maxim Gorki Theater (From Wikimedia)
    Maxim Gorki Theater (From Wikim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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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5.04.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