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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통신

[프랑스] 라디오 프랑스의 파업

김동준 (재불음악평론가, 오케스트라 지휘자, 르 쉐네 음악원 교수)
  • 라디오 프랑스


건물의 건축 양식 때문에 ‘둥근 집(Maison ronde)’으로 알려져 있는 라디오 프랑스가 파업의 역사를 새롭게 썼다. 파업은 프랑스를 상징하는 문화처럼 인식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고, 라디오 프랑스의 파업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렇지만 이렇게 오랫동안 파업이 이어진 것은 처음이어서, 라디오 프랑스 파업 역사에 남을 것이다. 파업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은 라디오 프랑스의 전체 재정에서 2천만 유로(한화 약 230억 원)의 삭감 발표였다. 물론 재정 삭감 발표가 난 직후에 파업이 곧바로 시작된 것은 아니다. 라디오 프랑스의 재정의 어려움은 이미 수년 전부터 인식되어왔다. ‘둥근 집’의 재정비와 새롭게 문을 연 오디토리움 건축 등으로 엄청난 지출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현재 라디오 프랑스의 총책임자인 마튜 갈레는 재정의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서 380명이 자진 사퇴하는 안을 제시했었으나, 이는 설득력을 지니지 못했다. 라디오 프랑스에는 총 4,300여 명의 직원들이 일하고 있다. 또한 라디오 프랑스 내의 프랑스 국립 오케스트라와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가운데 하나의 오케스트라를 외부로 방출하거나, 아니면 아예 하나의 오케스트라로 합병하는 안도 내놓았다. 사실 이 두 개의 오케스트라를 하나로 합치는 것에 대한 이야기는 이미 오래전부터 나오고 있었지만, 두 개의 오케스트라의 역사와 또 이들이 연주하는 레퍼토리가 서로 다르고, 각각의 오케스트라가 고유의 정체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이를 하나로 합친다는 것은 사실상 이 두 오케스트라의 정체성을 모두 말살하는 일이라는 우려가 존재한다.  
잠시 라디오 프랑스 파업의 역사를 살펴보면, 이번 파업 다음으로 긴 파업은 약 10년 전인 2004년이었는데, 당시 18일간의 파업이 있다. 당시 라디오 프랑스는 현실적인 임금 인상을 놓고 대규모 파업을 했었다. 방송은 그 특성상 소위 그늘 속에서 일하는 사람들, 그러니까 기술직들의 숫자가 엄청나다. 라디오 프랑스도 이들 대부분을 단기 고용 형식으로 계약을 맺고 있었는데, 당시 파업으로 장기 고용 형식으로 바뀌게 되었다.

라디오 프랑스는 10여 개의 서로 다른 성격의 라디오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데, 그 가운데 ‘프랑스 퀼튀르’와 ‘프랑스 뮈지크’는 프랑스 음악계의 두뇌라고 말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다양한 정보와 양질의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예를 들자면 한 특정 작곡가의 전기를 쓴 전문적인 음악학자나 음악평론가가 깊이 있고 믿을 만한 지식을 전달해 주고, 많은 연주자들과 작곡가들이 인터뷰 형식으로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또한 실황이나 녹음을 통해 유럽 곳곳에서 열리는 페스티벌과 중요한 연주회들을 청취자들에게 제공한다. 인터넷 덕분에 라디오 프랑스 대부분의 방송들은 인터넷에서 다시 들을 수 있기도 하다. 또한 라디오 프랑스 내에는 두 개의 오케스트라 외에도 라디오 프랑스 합창단과 라디오 프랑스 청소년 합창단이 존재한다. 특히 라디오 프랑스 합창단의 단원들은 월급을 받는, 프랑스에서는 드문 프로페셔널 합창단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파업 기간 동안에 라디오 프랑스는 일부 프로그램만을 운영하고, 약 10%의 직원들이 릴레이 형식으로 파업을 이어나갔다. 이들은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서도 자신들의 입장을 청취자들과 소통했으며, 파업 기간 동안 ‘둥근 집’을 둘러싸는 인간 리본 행사를 갖기도 했다. 파업이 계속 이어지자 현 문화부 장관인 플뢰르 펠르랭이 직접 팔을 걷고 나서기도 했지만, 해결점을 찾지 못했다. ‘까나 앙쉐네(Canard Enchaine)’는 라디오 프랑스의 총책임자인 마튜 갈레가 사무실 개조와 개인 차량의 구입 등을 위해서 10만 유로(한화로 약 1억 2천만 원)를 사용했다는 기사를 내보냈고, 이 때문에 마튜 갈레에 대한 라디오 프랑스 노조의 분위기와 여론은 순식간에 나빠졌다. 파업 기간 동안 많은 사람들이 마튜 갈레가 사퇴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지만, 노조는 뜻을 관철하지 못했다.

‘까나 앙쉐네’는 프랑스의 정치, 경제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신문이다. 이 신문은 그동안 수많은 정치인들과 경제인들의 비리를 폭로했으며, 날카로운 비평으로 수많은 독자들을 지니고 있다. 오늘날에도 파리 메트로나 거리에서 이 신문을 열심히 읽는 프랑스인들을 만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무엇인가에 만족하면 그것을 좀처럼 표현하지는 않지만, 불만족인 것에 대해서는 망설이지 않고 표현하는 프랑스인들에게 ‘까나 앙쉐네’처럼 권력을 지닌 이들을 향해 비평과 비판을 날리는 신문이 환영받는 것은 아주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라디오 프랑스의 총책임자인 마튜 갈레는 파업 기간 동안 플뢰르 펠르랭의 방문과 대화를 피하기 위해서 자신의 사무실 내에 설치한 실내 사우나에서 하루 종일 나오지 않는 웃지 못할 에피소드를 연출하기도 했다. 노조로부터 신임을 잃은 마튜 갈레를 대신해서 도미니크-장 쉐르티에르를 노조와의 중재자로 내세우기도 했지만, 대화와 협상은 순조롭지 못했다. 플뢰르 펠르랭은 기존의 마튜 갈레의 정책, 그러니까 라디오 프랑스의 두 개의 오케스트라인 프랑스 국립 오케스트라와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하나로 합병하고, 380여 명이 자진 사퇴하는 것에서 한 걸음 물러선 입장을 표명했다. 즉 두 개의 오케스트라는 손대지 않는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 부분도 아주 명확한 것은 아니다. 두 개의 오케스트라를 그대로 유지하되 단원들의 수를 줄인다는 규정이 추가되었기 때문이다. 이 뜻은 두 오케스트라를 합병하지는 않지만, 단원들이 그만두거나, 은퇴할 경우에 그 자리를 채우지 않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니 미래가 여전히 불확실하다고 보는 편이 맞을 것이다. 파업이 진행되는 동안에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단원들은 라디오 프랑스 내의 입구에서 모차르트의 현악 오중주 등의 실내악을 연주했고, 자진해서 파리 근교의 병원 등에 찾아가는 연주회를 하고 있다. 자신들의 월급의 출처가 시민의 세금인 만큼 자신들이 조금 더 시민들에게 유용한 존재가 되겠다는 의지의 표현인 셈이다. 그러나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같은 프로페셔널 오케스트라가 이러한 의지를 보이는 배경을 반드시 이해해야 한다. 파업 기간 동안 프랑스 국립 오케스트라는 자신들의 존재를 과시하기 위해서 파리 샹젤리제 극장의 연주회를 자진 취소하는 극단적인 행동을 했는데, 같은 ‘둥근 집’ 내에 존재하지만 두 오케스트라의 분위기가 매우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이기도 했다. 프랑스 국립 오케스트라는 자존심이 더 강하고, 일류 의식에 사로잡혀 있는 반면에,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음악을 연주하는 일에 대한 열의와 의욕이 가득하다.  
라디오 프랑스의 여러 채널들을 합병하고, 인터넷을 이용해서 더 많은 청취자들이 들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은 사실상 그동안의 라디오 프랑스의 여러 방송들의 중요한 점으로 그것이 시사적인 주제이든, 문화적인 것이든, 하나의 주제에 대해서 다양한 비판과 관점을 제공하는 기능을 없앨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에, 어쩌면 민주주의적인 사회의 본질에 역행하는 것일 수도 있다는 우려가 많이 제기되었었다. 실제로 정보화와 세계화의 방향이 우리들의 삶을 그다지 무지갯빛으로 만들어주지는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정보를 쥐고 흔드는 기득권들이 꿈꾸고 있는 세상은 비극적이지만, 전체주의적인, 통제가 가능한 사회이기 때문이다.   

CGT(1895년에 프랑스 리모쥬 지역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프랑스 전국 노동자 연합으로, 모든 분야에 걸친 많은 수의 봉급 생활자들이 당원으로 가입되어 있고, 라디오 프랑스 내에도 CGT에 가입한 직원들이 있다)는 이번 라디오 프랑스 파업이 28일 동안 지속되었지만, 정부의 입장을 후퇴시키지 못한 실패한 파업이라고 스스로 규정지었으며, 라디오 프랑스 내의 노동조합의 투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3월 19일에 시작한 파업 철회를 4월 16일에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지만, 자신들은 계속 파업을 이어나가겠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라디오 프랑스는 28일간 지속된 파업으로 약 4백만 유로(한화 약 47억 원)의 재정적인 손실을 입었으며, 불투명한 미래를 여전히 간직한 채 파업이 마무리되었기에, 이 파업의 기록은 언제 다시 경신될지 알 수 없다.  


  • 프랑스 국립 오케스트라


(사진: 라디오 프랑스)


[기사입력 : 2015.04.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