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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통신

[미국] 올해의 지역우수극장 토니상 "Signature Theater"

서정민 (미국통신원, TresArts Management)
  • 시그너처 극장 입구
    시그너처 극장 입구 ⓒDavid Sundberg Esto
  • 시그너처 극장 티켓 박스
    시그너처 극장 티켓 박스 ⓒDavid Sundberg Esto
  • 시그너처 극장 로비
    시그너처 극장 로비 ⓒDavid Sundberg Esto
1947년부터 개최되고 있는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최대 행사 ‘토니 시상식(Tony Awards: Antoinette Perry Award for Excellence in Theatre)’에서는 뮤지컬 부문의 시상과 함께 비영리 지역우수극장(Regional Theater)을 선정, 시상하고 있다. 올해의 선정단체는 뉴욕에 위치한 시그너처(Signature: 책자에서 표지를 제외한 모든 부분) 극장이다. 이 상은 1976년부터 미국연극평론가협회(ATCA: American Theatre Critics Association)의 제안으로 시작되었다. 매년 ATCA 내부의 추천과 투표를 통해 지역우수극장을 선정하여 토니 시상식 집행부에 추천하고, 토니 집행부는 수상 여부를 결정하는데, 올해도 ATCA에서 추천한 극장 시그너처를 토니 집행부는 지역우수극장으로 인정, 시상하였다. 토니 시상식이 개최되기 한 달 전에 토니상 수상 후보를 발표하는데, 이때 지역우수극장 수상자가 발표된다. 수상 단체는 토니 시상식에서 상패와 상금 25,000달러를 받는데, 380여 개의 크고 작은 극장이 밀집해 있는 뉴욕임에도 불구하고 올해가 최초의 수상이다. 작년까지 지역우수극장 선정 지역에서 뉴욕을 제외했다가 올해부터 포함시켰고, 뉴욕 소재 극장이 선정될 것이라고 일찍이 많은 이들이 예상하였다.


시그너처 극장은 브로드웨이 ― 뉴욕 맨해튼 40가에서 54가, 6th Ave에서 8th Ave 지역의 500석 이상의 극장에서 열리는 쇼를 ‘브로드웨이’라 한다. ― 심장부라 할 수 있는 42가에 위치하고 있다. 42가에는 최고의 제작비를 들였으나 참패했다는 기록을 가진 뮤지컬 〈스파이더맨〉이 공연된 팍스우즈 극장(FOXwoods Theater)을 비롯하여 최근에 개봉한 뮤지컬 〈알라딘〉이 공연되고 있는 뉴 암스테르담 극장(New Amsterdam Theater), 브로드웨이 극장 중 유일하게 비영리로 운영되며 뮤지컬 〈바이올렛〉이 공연되고 있는 라운드어바웃 극장(Roundabout Theater), 어린이 전용극장인 뉴 빅토리 극장(New Victory Theater) 등이 있다. 반면, 오프 브로드웨이(OFF Broadway) ― 뉴욕시에 위치한 100석에서 499석 규모의 극장으로 브로드웨이 극장보다 작은 공연장 그리고 그곳에서 공연되는 작품을 일컫는다. ― 범주라 할 수 있는 ‘The Duke on 42nd St’, ‘Playwright Horizons’, ‘Theatre ROW’, ‘Little Shbbert Theatre’ 등이 42가에 있고, 그중 하나인 시그너처 극장이 ‘올해의 지역우수극장’으로 선정되었다. 그 밖에도 스튜디오와 여러 소극장시설을 갖추고 있는 ‘뉴 42가(New 42nd Street)’, 재즈를 안다면 꼭 가 봐야 하는 ‘비비킹스 블루스 클럽(B.B King’s Blues Club)’ 등이 있다.
시그너처는 극장 외관부터 다르다. 브로드웨이 극장에는 로비다운 로비가 없지만 시그너처 극장에 들어서는 순간 여유로움을 느낄 수 있다. 다채로운 행사를 열 수 있는 멋들어진 로비와, 음료와 칵테일 등 가벼운 드링크를 판매하는 카페와 바, 서점, 리허설 스튜디오, 스튜디오 극장 그리고 분위기 있는 세 개의 극장 시설, 이곳이 바로 퍼싱 스퀘어 시그너처 센터(The Pershing Square Signature Center)이다.



  • 시그너처 극장 내부
    시그너처 극장 내부
    ⓒDavid Sundberg Esto 

극작가와 지역 커뮤니티를 위한 극장

시그너처는 극장 시즌에 한 작가의 작품만을 무대에 올릴 수 있도록 지원하는 시스템을 최초로 선보인 극장으로 제임스 호톤(James Houghton)이 1991년 설립, 극작가를 기념하고 존경하는 것을 미션으로 ‘극작가 중심의 극장’을 표방하고 있다.

퍼싱 스퀘어 시그너처 센터는 뉴욕 문화지형에 상당히 공헌하고 있고 공간 지원을 통해 아티스트들 간의 협업을 장려하고 있다. 연극인들의 커뮤니티 허브(Hub)와 지역주민들이 편하게 올 수 있는 곳을 지향하는데, 2014 월드컵 개최 기간에는 로비와 카페에서 월드컵을 함께 관람할 수 있도록 상영 스케줄이 짜여 있다. 본 극장은 New York Musical Festival이 개최되는 메인 극장이기도 하다.


1991년 맨해튼 다운타운에서 99개 좌석이 있는 블랙박스 극장으로 시작하여 2012년 1월, 42가 10Ave에 뉴욕에서 가장 야심 찬 복합문화공간으로 태어난 이 센터는 건축을 예술로 탈바꿈시켰다는 거장 프랭크 게리(Frank Gehry)가 디자인하였다. 소규모 극장에서 뉴욕을 대표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은 영화배우 에드워드 노튼의 공이 컸다. 그는 대학을 갓 졸업한 1994년, 24살에 시그니처에서 공연될 Edward Albee의 작품 오디션에 참가했으나 떨어졌다. 그러나 예술감독 제임스는 에드워드 노튼이 맘에 들어 다음 작품에 그를 출연하게 했고, 그 후 1996년부터 극장의 이사회 멤버로, 센터 증축 기금 모금 캠페인 때는 캠페인 회장으로 활동하였는데 이 캠페인 기간 중에는 몇 편의 영화 출연을 사양하며 모금 운동을 이끌었다. 그리고 현재는 이사회 의장이다. 그는 “새로운 유산 기관(Legacy Institution)을 설립하는 것은 도시 20년 생활 중 가장 흥미로운 경험 중 하나였다.”고 소회를 밝히고 있다.


극작가만을 위한 레지던시 프로그램

시그너처는 본 극장의 홈, 퍼싱 스퀘어 시그너처 센터를 통해 극장의 미션을 수행한다. 2012년 1월에 센터를 오픈한 후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통해 최대 9명의 작가를 지원할 수 있게 되었고, 연중 45개 작품을 무대에 올릴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이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위해 극장은 끊임없이 펀딩을 하고 있다. 작가 중심의 극장을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시그너처는 총 세 종류의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다음과 같이 운영하고 있다.


  • 데이비드 헨리 황
    데이비드 헨리 황 ⓒDavid Sundberg Esto

첫 번째, ‘레지던시 One’으로 시그너처의 중요한 극작가 레지던시 프로그램으로 20년 전부터 시행하고 있으며, 1년간 한 작가의 작품을 그 해의 시리즈로 제작하는 프로그램이다. 매년 극장은 선정된 한 작가의 작품만을 연속적으로 무대에 올리는데, 예를 들어, 1997-1998 시즌에는 아서 밀러(Arthur Miller)의 작품 〈The American Clock〉, 〈The Last Yankee〉, 〈I Can't Remember Anything〉, 〈The Pussycat & the Expert Plumber〉, 〈Who Was a Man〉, 〈Mr. Peter's Connections〉이 시즌 전체에 올려졌다. 다른 작가의 작품은 이 시즌에 선보이지 않고 오직 아서 밀러의 작품만이 극장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무대에 올려진 것이다. 작가 기획에 따라 무대에 올려지는 작품 수는 다르다.

예술가적인 제작 측면에서의 절대적인 자유는 물론, 전례 없는 전폭적인 지원을 통해 작가는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고, 깊은 통찰력이 있는 작품을 탄생시킨다. 새로운 기원을 이루고 있는 이 프로그램은 결과적으로 관중에게 완성도 높은 작품을 선보일 수 있다. 데이비드 헨리 황(David Henry Hwang)은 레지던시 One에 초청받아, 세 개의 작품: 〈Golden Child〉, 〈The Dance and The Railroad〉, 세계 초연인 〈쿵푸(KungFu)〉를 무대에 올렸다. 한국에서 최근까지 김광보 연출로 공연되었던 〈M. Butterfly〉도 헨리 황의 작품이다.


두 번째, ‘레지던시 5’는 미국 극장 시스템에서 최초이자 극장에서도 꽤 자랑스러워하는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센터를 개관하면서 계획한 새로운 프로그램으로, 레지던시 참가 작가들이 5년 동안 각각 3개씩의 작품을 제작하여 무대에 올릴 수 있도록 보장하는 프로그램이다. 전통적인 위탁방식 혹은 워크숍 모델을 뛰어넘는 이 프로그램에 대해 극장 예술감독 제임스는 “우리는 레지던시 5를 진행하고 있어 기쁘고 흥미롭다. 작가들이 작품을 만들 때, 시그너처의 관심과 의도는 그저 신진과 중견 극작가들을 지원하는 것이다. 첫 번째 이상적인 작가 그룹으로는 Annie Baker, Will Eno, Katori Hall, Kenneth Lonergan, Regina Taylor이다. 이 작가들은 미국 연극계에 잊혀지지 않을 만한 흔적을 남긴 성취적이고 매력적인 이야기꾼(Storyteller)들이다.” 라고 했다. 그는 이번 토니 시상식 지역우수극장 수상 소감에서도 현재 레지던시 작가 이름을 한 명 한 명 호명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홈커밍(Homecoming) 혹은 재방문 이라고 불리는 ‘레거시(Legacy) 프로그램’이 있다. 시그너처 10주년을 기념하는 2000-2002 시즌에 걸쳐 과거 극장 레지던시에 참가했던 작가의 초연 혹은 그 이전에 발표했던 작품을 초청하여 무대에 올리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레지던시 참가 극작가들은 50,000달러에 해당하는 지원금과 건강 보험, 활동비 등을 제공받고, 극장이 소유하고 있는 모든 시설을 활용할 수 있다. 레지던시에 참가했던 작가들은 미국 연극계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데, 미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인 퓰리처상, 오프 브로드웨이에서 최고의 연극을 시상하는 루실 로트상(Lucille Lortel Awards), 오프오프 & 오프 브로드웨이의 토니상인 오베이 상(Obie Awards: 빌리지 보이스 신문사가 개최하는 시상으로 신문, 공연자, 공연 단체 등을 시상), 브로드웨이와 오프 브로드웨이에 걸쳐 우수 작품과 공연자를 선정하는 드라마 데스크 상(Drama Desk Awards) 등 미국 내에서 권위 있는 공연 시상식에서 시그너처 레지던시 출신 작가들의 이름을 보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 되었다.



관객들을 위한 명품 서비스 ‘Initiative Ticket’ 등

티켓 장려금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는 ‘Initiative Ticket’ 프로그램은 관객들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준다. 일반 티켓 가격이 75달러라면, 관객은 25달러에 티켓을 사고 차액 50달러는 극장에서 자체 펀딩을 받는 것이다. 이 프로그램은 2005년부터 시작되었으며, 공연 전체 기간의 2/3 동안 적용하여 운영된다. 극장 측은 모든 사람들이 편리하고 저렴하게 공연을 관람할 수 있게 하는 이 프로그램이 관객 확장에 크게 기여한다고 설명했고, 에드워드 노튼은 이 제도는 관객들을 확장하고 그들이 미국 연극계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도 알게 되는 금상첨화의 제도라고 했다. 연극계에서 최초로 도입된 Initiative ticket은 현재의 티켓 가격 25달러를 2031년까지 유지할 예정이다.

한편, 극장은 관객들이 창작자들과 함께할 수 있는 여러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토크백 시리즈(Talkback Series: 작품 제작팀, 출연진과 함께하는 Q&A), 백스테이지 패스(Backstage Pass: 공연 디자이너 중 한 명과 공연 전에 갖는 프로그램), 페이지 투 스테이지(Page to Stage: 예술팀 멤버들과 갖는 대화), 시그너처 시네마(Signature Cinema: 시그너처 작가, 작품과 관련된 영화 시리즈 상영회), 연극의 세계(The World of the Play: 작품에 관련된 토픽 혹은 주제에 관해 전문가와 공연 전에 갖는 이벤트), 협업의 예술(The Art of Collaboration: 두 명의 협업 예술가와 공연 전에 나누는 대화) 등을 통해 관객들이 극장예술가들의 역할과 작품을 제작하는 과정 등을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l 마치며

시그너처 펀딩 행사의 시작은 에드워드 노튼의 아파트였다고 한다. 자신을 배우로 알아봐 준 제임스에 대한 고마움의 답례이기도 하겠지만, 한결같이 제임스의 옆에서 도왔다는 것은 많은 시사점이 있을 것이다. 에드워드가 없었다면 시그너처 센터의 탄생은 거의 불가능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를 좋아하는 팬이 센터에 2,500달러를 기부한 일도 있었으니 말이다. 배우를 성장시키고, 그 배우가 극장을 위해 헌신하는 동반자가 되는 모습은 극장과 배우들에게 좋은 모델이 아닌가 싶다.
에드워드는 “극작도 고전음악 혹은 재즈, 미술품만큼의 선보일 장소가 필요하다”고 극장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 말은 시그너처 한 곳만이 아니라 극장이 많아야 한다는 표현이기도 하다. 한편 예술감독 제임스는 이렇게 멋진 극장에서 결코 브로드웨이 작품을 겨냥해서 뮤지컬을 대량 제작하지도 않을 것이고, 스타를 사용하는 캐스팅도 하지 않을 것이라 했다. 그것은 작가 중심의 극장이기 때문일 것이다. 시그너처 극장을 갈 때마다 편안함과 안정감을 느꼈다. 이렇게 세련되고 멋진 극장이 상업성이 아닌 극작가 중심의 극장으로 미션을 설정하고 미국의 연극계를 이끌고 있다고 하니, 겉으로 화려하게 보이는 브로드웨이가 그냥 자본에 의해서 뚝딱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겠구나 싶었다. 토니 시상식의 ‘지역우수극장’에 대한 선정은 브로드웨이를 지속적으로 나가게 하는 큰 자원이 아닌가 싶다.

극장 시그너처 웹사이트 www.signaturetheatre.org


  • 극장 세 곳 중 한 곳(Alice Griffin Jewel Box Theater)
    극장 세 곳 중 한 곳(Alice Griffin Jewel Box Theater) ⓒDavid Sundberg Esto
  • 시그너처 cafe + Bar
    시그너처 cafe + Bar ⓒDavid Sundberg Es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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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4.0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