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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통신

[독일] 차고의 변신은 무죄! ‘Coworking Spaces’

최정미 (독일 통신원)
  • 상트 오버홀쯔
    상트 오버홀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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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엔클라베
  • ESDIP 베를린
    ESDIP 베를린


구글 창업자 래리 페이지(Larry Page)와 세르게이 브린(Sergey Brin),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Jeff Bezos), 그리고 두 번 말하면 입이 아파 버리는 애플의 스티브 잡스(Steve Jobs)는 ‘차고창업자’로 유명하다. 사업자금이 만만치 않아 차고를 빌려 혼자 혹은 파트너와 함께 창업하던 시기는 적어도 유럽에서는 한물간 듯 보인다. 차고의 트랜스포메이션인가. 요즘에는 차고보다 소위 ‘코워킹스페이스’라 불리는 협업 공간이 대세인 듯하다.
2001년경 암스테르담 유학 시절, 교수님 한 분이 신발 디자이너인 여자친구를 따라 런던으로 잠시 거처를 옮길 예정이라며 ‘데스크’도 빌렸다고 하셨다. 당시에는 무슨 말인지 몰라 데스크를 왜 빌리느냐고 했더니 런던의 살인적인 물가 때문에 사무실 대신 코워킹스페이스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창작인이나 신생 벤처기업가들과 공간도 나눠 쓰고 교류, 소통, 네트워킹을 할 수 있는 등 장점이 있다며 즐거워하셨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코워킹스페이스는 세계적으로 약 2,500여 개가 운영되고 있으며 이 중 230여 개가 독일에 분포되어 있다. 베를린을 비롯하여 쾰른, 뮌헨 등 대부분 대도시에 둥지를 틀고 있다. 협업 공간을 사용하는 직업군이 대부분 그래픽디자이너, 소프트웨어 개발자, 건축가, 블로거, 기자 등 창작업에 종사해서일까? 엔터프리너와 코워킹스페이스가 몰려있는 베를린은 애플사 맥북(MacBook) 천지다. 맥북을 사용 안 하면 마치 이단아처럼 보일 정도이다. 대부분의 협업 공간에는 책상, 무선 인터넷, 팩스, 프린터 등 사무실 필수용품이 있고 회의실, 부엌 등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그 외 서재, 카페를 운영하는 곳도 적지 않다. 정산은 시간, 일, 주, 월 단위로 가능하며 하루 24시간 사용 가능한 곳도 꽤 된다. 창작인이 밤 도깨비라는 선입견은 한국이나 독일이나 별다른 점이 없는 것 같다.

협업 공간이 점차 늘어가는 만큼 경쟁이 만만치 않아 각 공간은 특징과 장점을 내세우는데, 미래의 스티브 잡스가 코워킹스페이스에서도 만들어질 수 있을까? 잘나가는 공간보다는 확실한 프로필을 갖고 운영하는 협업 공간 3곳을 소개해 본다.
    
l 상트 오버홀쯔(St Oberholz) "카페가 협업공간"

http://sanktoberholz.de/en/english/

상트 오버홀쯔는 베를린 미테 지하철 노선 U8 로젠탈러 플랏츠역 사거리 출구에 자리 잡고 있다. 주변은 창작인 집중 거주지역으로 갤러리가 밀집해 있고 미술관, 박물관 등을 도보로 가볍게 접근할 수 있다. 상트 오버홀쯔 주변은 디지털 보헤미안 종족의 서식지라고 불리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닷컴 스타트업(dot-com start-up), 카페나 델리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데 상트 오버홀쯔도 이 중의 하나이다. 다른 점이라면 여느 코워킹스페이스와 달리 지상층은 보통 카페이며, 들어가자마자 눈에 띄는 수많은 애플 제품과 그 뒤에서 혼자 화면을 뚫어져라 노려보는 손님들이다. 다행히도 그 중간에 대화를 하는 사람들이 눈에 띄기도 한다. 2층은 거의 코워킹스페이스로 사용되며, 지인을 만나 수다라도 떨라면 눈치를 볼 정도이다. 매주 금요일 10시 카페에서 만나 상트 오버홀쯔를 견학할 수 있으며 하루 정도는 시험 삼아 사용할 수도 있다. 사용 시간대에 따라 이용료가 달라지며 가장 보편적인 프로그램인 ‘24시간 사용 가능 Ko-Wor-King’은 159유로, 저녁 6시부터 다음날 오전 10시 까지 사용할 수 있는 ‘밤 올빼미’ 사용료는 99유로, 우편을 받아 주고 주소를 사용할 수 있는 ‘사업장 주소지 대여 서비스’는 79유로이다. 이에 부가가치세 19%가 추가된다. 카페가 있는 건물 맨 위층에 약 38평 정도의 아파트도 대여할 수 있으며 사용료는 1박에 160유로부터이다. 노트북을 노려보다 지치면 상트 오버홀쯔 노상 카페에 앉아 힙스터와 힙스터가 되고 싶은 이들을 구경하며 머리를 식히는 것도 나름 매력이다.      

l 엔클라베(ENKLAVE) "절대로 혼자서 일하지 말자고!"

http://www.enklave.de/

예전에는 가난한 유학생, 이민자들도 꺼렸던 지구가 노이쾰른이다. 주로 이슬람계 이민자들이 많고, 골목을 걷다 보면 마약을 투약한 주사기가 널브러진 풍경 또한 생소하지 않은 곳이었다. 약 7년 전부터 점차 노이쾰른에 창작인의 아이디어가 폴폴 풍기는 카페와 바가 생기기 시작하더니 최근에는 지인으로부터 상당히 근사한 한국식 포장마차가 생겼다는 소식도 전해 들었다. 노이쾰른 시청에서 도보로 약 10분 정도 떨어진 키닛쩌 거리(Kienitzer Straße)에 있으며, 지하철 노선 U8 라이네 거리에서는 걸어서 약 5분 거리에 있다. 창업자나 디자이너 외에 예술가들이 자주 사용하는 공간이다. 기본적인 공간운영은 오전 10시부터 저녁 10시까지이며 회원에게는 24시간 개방한다. 모든 협업 공간처럼 기본적으로 와이파이, 사무실 기재 그리고 카페 등이 있다. 약 190평 정도 공간에 크고 조용한 초록색 방, 파란 커뮤니티 방, 팀 방 그리고 전화를 하거나 회의를 할 수 있는 방으로 분리되어 있다. 회원제로 운영되며 하루 테스트 기간을 거쳐 적합한 멤버인지를 결정한다. 기본이용료는 월 19유로에 한 시간마다 99센트가 추가된다. 총 사용시간은 무선랜을 통해 검산 되며 매월 청구서가 발행된다. 아니면 한 달에 249유로를 내고 지정한 책상에 매일 이동하지 않고 기물을 쌓아놔도 된다. 유료이긴 하지만 베를린에 점점 늘어나고 있는 육식뿐만 아니라 유제품도 멀리하는 비건들을 위한 점심도 가능하다.

l ESDIP 베를린(ESDIP Berlin) "우리는 교육 프로그램도 있다고!"

http://esdipberlin.com/space/

베를린의 파티존인 프리드리히스하인 지구에 자리 잡고 있으며 지하철 노선 U5 프랑크푸르터 토어에서 도보로 약 5분 정도면 도착한다. 전에는 패션쇼룸이었으며 2012년에 오픈한 97평  정도 공간의 비교적 작은 코워킹스페이스이지만, 스페인 마드리드 주제 ESDIP 예술 학교와 협력하고 있다. 이에 맞게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도 함께 진행한다. 회원제로 운영되며 작가, 일러스트레이터, 카투니스트, 그래픽디자이너, 컴퓨터 프로그래머 등이 주요 이용자들이다. 만화가, 웹디자이너를 위한 코스, 3D 디자이너용 크래쉬코스 그리고 각종 드로잉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전시 아이디어가 있다면 등록된 회원이 아니더라도 전시 공간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하루 사용료는 14유로이며 지정된 데스크 없이 빈 책상에 가서 업무를 보면 된다. 매일 책상 옮기기 번거롭다면 한 달에 265유로를 내고 내 데스크처럼 사용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사무실, 부엌 외에 인터넷, 인쇄, 복사, 팩스 등을 사용할 수 있고 미니축구 테이블도 비치되어 있다. 근처에 있는 복스하게너 광장은 식당, 바, 베이커리나 카페가 옹기종기 모여 있어 먹거리나 간식거리를 구하기 쉽다. 약 500여 미터 떨어진 곳에 전설적이고 힙한 베를린 클럽 베르그하인(Berghain)도 있다. 창작하다 지치면 새벽에 베르그하인에서 유명한 DJ의 퍼포먼스는 물론 콘서트 관람으로 다시 창작 에너지를 충전해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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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5.1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