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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통신

[영국] 스코틀랜드 국립극단의 드라마틱한 10년

이보람 (영국 통신원)
  • 스코틀랜드 국립극단
    스코틀랜드 국립극단
  • <블랙 워치> 공연
    〈블랙 워치〉 공연

l 극적인 이야기

2006년 8월 에든버러 프린지(Fringe) 축제에 〈블랙 워치〉(Black Watch)라는 공연으로 회오리바람을 일으키며 등장한 스코틀랜드 국립극단은 2016년 2월, 10주년을 맞이한다. 극작가 그레고리 벌크(Gregory Burke)가 취재한 이라크 전쟁 파견 병사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스코틀랜드 국립극단의 첫 작품, 〈블랙 워치〉는 영국 전역과 아일랜드, 호주, 미국 등을 거쳐 2012년에는 한국에도 소개된 바 있다. 극 중 생사의 고비를 넘기고 동료의 죽음을 목격하며 명분 없는 전쟁 속에서 살아 돌아온 병사들은 1시간 50분 동안 뒤틀려진 역사의 단상(斷想)과 그들이 겪고 있는 전쟁 외상의 아픔을 관객들에게 고스란히 전달한다. 8개 부문에서 토니상(Tony Award)을 석권한 연출가 존 티파니(John Tiffany)의 무섭게 빨아들이는 연출력과 탄탄한 스토리, 기발한 무대 활용을 바탕으로 영국을 대표하는 로렌스 올리비에 어워드(Laurence Olivier Awards)에서 최우수 작품상(Best Play), 연출상(Best Director), 안무상(Best Theatre Choreography)과 음향상(Best Sound Design)을 받으며 스코틀랜드 국립극단의 잠재력은 등장과 함께 증명되었다.
* 소개 영상 보기: https://www.youtube.com/watch?v=mSivQwLnqA8

대담하고 독창적인 공연 소재들로 국제적인 명성을 쌓고 있는 스코틀랜드 국립극단은 올해 2015년 에든버러 축제에서도 그들의 입지를 굳건히 했다. 영국 프로덕션 라이브 씨어터(Live Theatre)와 함께 프린지 페스티벌에 선보인 작품 〈영원한 도움의 성모 마리아〉(Our Ladies of Perpetual Succour)란 공연은 스코틀랜드 오반(Oban)이라는 작은 항구도시에서 수도 에든버러까지 합창 경연대회에 참가하러 온 여섯 소녀의 좌충우돌 이야기이다. 리 홀(Lee Hall)이 각색한 알란 워너(Alan Warner)의 소설 〈소프라노〉(The Sopranos)를 비키 페더스톤(Vicky Featherstone)이 연출했다. 클래식 합창곡을 천사들처럼 부르다가 삼부카(Sambuca) 술을 병으로 들이키며 ‘롹 앤 롤’을 외치는 통제 불능의 소녀들은 사투리 섞인 거친 입담으로 관객들을 롤러코스터에 태운다. 이 공연은 순결을 잃고 진정한 자신을 찾는다는 젊은이들의 사랑, 욕망, 임신, 그리고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신랄하고도 유쾌하게 풀어간다. 연일 매진 행진을 하며 타임스지(The Times)를 포함한 다섯 곳의 명망 있는 언론 매체에서 별 다섯 개 리뷰를 받고, 스코츠맨 프린지 퍼스트 어워드(Scotsman Fringe First Award), 헤랄드 엔젤 어워드(Herald Angel Award), 스테이지 앙상블 어워드(Stage Ensemble Award) 등을 휩쓸었다.
* 소개 영상 보기: https://www.youtube.com/watch?v=oXRtq2PvYy8

또한, 2015년에는 스코틀랜드 국립극단과 복스 모투스(Vox Motus) 프로덕션, 그리고 중국 톈진 어린이 예술극단(Tianjin Children’s Art Theatre)이 공동 연출한 무언(Non-verbal)의 오페라 신체극 〈드래곤〉(Dragon)이 에든버러 국제 페스티벌(Edinburgh International Festival)에 초청받아 선보였다. 엄마를 잃고 실의에 빠져 방황하는 소년이 상상의 친구 용을 만나 가족들, 그리고 친구들과 다시 소통하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무대 소품들의 이동과 장소의 바뀜, 배우들의 의상 교체가 공연 내내 무대 위에서 인형극 조작자의 역할을 동시에 하고 있는 배우들을 통해 진행되기에 역동적인 신체극의 묘미 또한 관람할 수 있다. 각각 다른 상황과 감정을 대변하는 대형 용 인형들이 대거 등장하는 스케일이 큰 이 공연은 스코틀랜드 극단들과 아시아권 극단들의 국제 협업 시발점 역할을 하기에 더 이목을 끌었다. 자유 참가 형식의 프린지 페스티벌과는 다르게, 에든버러 국제 페스티벌은 현시대를 대표하는 최고 수준의 공연들을 장르별로 선별하여 초청한다. 올해 에든버러 국제 페스티벌의 초청은 스코틀랜드 국립극단이 세계적인 극단으로 발돋움했다는 것을 인정받은 것이다.   
* 소개 영상 보기: https://www.youtube.com/watch?v=Ne_0rAtW1aM

얼마 전 스코틀랜드 국립극단은 내년 상반기 프로그램을 발표하며, 10번째 생일 파티는 한국에서 열릴 것이라 알렸다. 스코틀랜드 국립극단이 제작하고 존 티파니가 연출을 맡아 2013년에 초연된 공연 〈렛미인〉(Let me in)을 한국에서 신시 컴퍼니와 함께 레플리카(Replica) 공연(원작 프로덕션의 모든 디자인을 그대로 사용하는 공연 형태)으로 제작해 비영어권 최초로 내년 2016년 1월 22일부터 2월 28일까지 예술의전당 토월 극장에 올리기로 했기 때문이다. 외로운 12살 소년과 뱀파이어 소녀의 사랑 이야기를 담고있는 이 공연은 스웨덴 작가 욘 아이비데 린드크비스트(John Ajvide Lindqvist)의 소설 〈렛 더 롸이트 원 인〉(Let the right one in)이 원작으로, 스웨덴 영화감독 토마스 알프레드손(Tomas Alfredson)이 2008년에 영화로 발표해 호평을 받았었다. 학교에서 집단 괴롭힘을 당하는 주인공 소년 오스칼은 새로 이사 온 소녀 이엘리와 만나게 되고 서로의 외로움을 어루만지며 둘은 우정 이상의 것을 느끼게 되는데, 마을에서 벌어지는 연쇄 살인 사건의 배후에 이엘리가 있다는 것을 오스칼이 알게 된다. 아름다운 영상미와 작품성으로 2008년 전 세계에 화제를 몰고 왔던 영화의 흥행을 한국에서 올려질 이 공연이 따라잡을 수 있을지 궁금하다. 한국과 스코틀랜드 극단의 첫 국제 협업인 이 레플리카 공연은 연출 및 의상, 무대 세트까지 똑같이 제작해 올리기에, 존 티파니 연출을 포함한 스코틀랜드 국립극단 스태프들이 한국 배우들과 공연 준비를 함께할 계획이다. 이번 공연이 서로에게 좋은 경험이 되고 신뢰를 쌓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 소개 영상 보기: https://www.youtube.com/watch?v=TpF4cq8Uik4)


  • <영원한 도움의 성모   마리아> 공연
    〈영원한 도움의 성모   마리아〉 공연
  • <드레곤> 공연
    〈드레곤〉 공연
  • <렛미인> 공연
    〈렛미인〉 공연



  • 록 빌라 리허설 룸
    록 빌라 리허설 룸

l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

십 년도 안 되는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스코틀랜드 국립극단이 지금까지 200점이 넘는 작품들을 발표할 수 있었던 이유는 영국 내외의 많은 극단, 극장, 연출가와 배우들과의 협업 작품이 많았기 때문이다. 스코틀랜드 국립극단은 예술의 전파와 보급에 있어 어떤 경계도 뛰어넘겠다는 취지로 그들을 둘러싼 벽을 깨고 그들만을 위한 극장 없이 출범했다. 대극장 공연부터 소규모 프로젝트 공연들까지 골고루 섭렵한 스코틀랜드 국립극단은 영국을 포함한 여러 국가들을 순방하며 저명한 극장만 아니라 공항, 학교, 야외 공연장, 유람선, 숲 속 등 이례적인 장소들에서도 공연을 해왔다. 관객이 있는 곳은 어디라도 찾아가 그들이 들어야 하는 이야기를 전하겠다는 것이 극단의 포부였다.

‘십 년이 지나면 강산도 변한다’라는 옛말처럼, 2016년 여름이면 스코틀랜드 국립극단은 그들의 염원을 더 구체적으로 실현시킬 첫 공간을 갖게 된다. 19세기 말 채석장들이 많았던 글래스고(Glasgow) 북부 지역의 이름을 딴 ‘록 빌라’(Rock Villa)라는 건물이 오픈될 예정이다.


스코틀랜드 전역으로 흩어져 보관되고 있는 극단의 작품들과 예술인들을 한곳으로 모아 스코틀랜드의 창조력을 대표하는 공간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라고 한다. 그동안 늘어나는 제작 공연 수에 비해 대여 가능한 제작 장소는 턱없이 부족했을 뿐만 아니라, 그 비용도 만만치 않았었기 때문에 그들을 위한 공간이 절실했다. 하지만 꼭 그것만이 이 건물의 용도는 아니라고 한다. 이 공간은 지난 몇 년 동안 스코틀랜드 국립극단이 공 들이던 프로젝트로 20세기 탈산업화의 폐해와 계급 격차에 따른 극심한 도시갈등을 겪고 있는 글래스고 특정 지역을 위한 예술을 통한 도시 재생 정책의 일환이기도 하다. 막대한 자본을 들여 건물을 지은 것이 아니라, 십 년 넘게 방치되고 있었던 대형 슈퍼마켓 공간을 재활용했다는 것 또한 의미가 크다. 워크숍과 예술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 발전 지원 활동을 적극적으로 유치해나갈 계획이라고 한다. 벽은 있되 누구에게나 열려있을 이 공간이 스코틀랜드 미래 예술 발전에 동력과 촉진제가 되기를 기원해본다.
* 록 빌라 정보 더 보기: https://www.nationaltheatrescotland.com/content/default.asp?page=s8_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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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5.1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