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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통신

[중국] 양회에 울려 퍼진 미술계의 목소리

김새미 (아트인아시아특파원)
  •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제12기 전국위원회 4차 회의 개막 장면 (출처: 신화통신)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제12기 전국위원회 4차 회의 개막 장면 (출처: 신화통신)
  • 중화인민공화국 제12기 전국인민대표 4차 회의 장면 (출처: 해남일보)
    중화인민공화국 제12기 전국인민대표 4차 회의 장면 (출처: 해남일보)

2016년 3월 초, 베이징은 양회(两会)로 시끌벅적하다. 언론통제가 강화되면서 미녀 통역사나 베이징 스모그에 대한 보도가 불허됐다는 소식이 현지에도 퍼졌고, 인터넷 또한 일부 사이트로의 접속이 차단되었거나 해외 사이트로의 연결이 원활하지 않다. 시 중심가의 공안요원들은 경계를 강화했고, 택배 서비스도 지연되고 있다. 양회 취재를 신청한 내외신 기자만 3,260여 명이라고 하니 그럴 만도 하다 싶다. 국내 언론에도 양회에 관한 보도가 연일 쏟아지고 있는데, 양회라는 게 정확히 무엇인지를 먼저 살펴보자.
양회가 지칭하는 두 가지 회의는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中国人民政治协商会议, 이하 정협, www.cppcc.gov.cn)과 전국인민대표대회(全国人民代表大会, 이하 전인대, www.npc.gov.cn)이다. 의결권을 가진 “전인대”의 구성원은 ‘대표’로서 ‘의안’을 제시하고 국무원(최고 국가행정기관)의 보고를 ‘심의’하며 의정에 ‘권력’을 행사할 수 있지만, 자문 및 감독기관으로서 역할을 하는 “정협”의 구성원은 ‘위원’으로서 ‘제안’을 내놓고 국무원의 보고를 ‘토론’하며 의정에 ‘참여’한다는 점이 다르다.
3월 3일부터 14일까지 제12기 4차 회의를 진행하는 정협은 정책자문 및 감독기구로서 정치협상, 민주감독, 참정의정의 직능을 수행한다. 중국공산당, 민주당파, 무당파인사, 민족단체, 소수민족 및 각계의 대표, 홍콩•마카오•대만 특별행정구역 및 귀국 동포 대표와 초청인사로 구성된다. 전국정협위원회는 5년마다 조직되는데 이번 12기는 2013년 출범하여 제안위원회, 경제위원회, 인구자원환경위원회, 교과문위체(교육•과학•문화•위생보건•체육)위원회 등 9개 전문위원회와 경제사회이사회, 종교계평화위원회, 인민정협이론연구회 등 전국위원회 산하 3개의 전국성 조직을 설립했다. 34개의 단체 또는 전문 영역에서 활동하는 2,200여 명의 인사들이 위원으로 참여하며 이중 문화예술계 인사는 143명이다.

5일부터 16일까지 제12기 4차 회의를 진행하는 전인대는 전국 각지의 성•시•자치구•인민해방군 및 홍콩•마카오 특별행정구 인민대표대회와 인민해방군이 선출한 대표로 구성되어 입법권을 행사하는 중국의 형식상 최고 권력기관이다. 민족위원회, 법률위원회, 재정경제위원회, 교육과학문화위생위원회, 환경 및 자원보호위원회 등 9개 전문위원회와 법률, 예산, 특별행정구역기본법 등에 관한 업무를 주관하는 상설기구인 전인대상무위원회로 구성된다. 올해는 참석 대상자 2,943명 중 2,890명이 출석하고 53명이 불참했다. 전인대 4차 회의에서는 2015년과 2016년의 사회경제발전 계획 및 중앙과 지방의 예산집행 현황 및 초안에 관한 국무원 보고를 각각 심사하고 비준한다.
전인대에서 올해 주목할 것은 첫째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전개되는 사회경제발전 제13차 5개년 규획(13•5 계획) 요강 초안의 심사 및 비준이며, 둘째 “중화인민공화국자선법(초안)”에 관한 심사이다. 자선법 초안은 면세 혜택을 늘리고 자선기금 운용의 투명성을 높이는 장치를 마련하여 자선사업에 대한 신뢰도가 낮고 기부문화가 미흡한 풍토를 변화시키고자 발의되었다. 이 외에 주요 의제로는 샤오캉사회(小康社会, 1인당 국민소득 연 1만 달러 내외 수준의 중진국 사회, 2014년 중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연 7,500달러)로 진입하기 위한 탈빈공격전(脱贫攻坚战, 빈곤퇴치운동), 신창타이(新常态, 중고속성장 상태)의 발전을 위한 공급측개혁(供给侧改革, 산업재정비 사업), 일대일로(一带一路, 신 실크로드경제권과 21세기 해상 실크로드 건설), 사법제도 개혁, 친환경발전, 반부패제도화 등이 꼽힌다.

정협 위원 중에서는 분야별로 볼 때 경제계 위원 수가 155명으로 가장 많은데, 어느 기업 회장이 어떤 제안을 내놓는지도 젊은이들의 주 관심사다. 올해 2월 후룬연구원이 발표한 10억 달러(약 1조 1900억여 원) 이상의 자산 보유 전세계부호명단(胡润全球富豪榜, Hurun Global Rich List) 568명 중 107명이 중국 양회에 참석하며 이 중 57명이 전인대 대표, 50명이 정협 위원이다. 중국 대륙 부호명단에서 3위를 차지한 쫑칭허우(宗庆后)  와하하(娃哈哈, 식음료 기업) 회장, 4위의 마화텅(马化腾) 텐센트QQ(腾讯, 인터넷서비스 기업) 회장, 5위의 레이쥔(雷军) 샤오미(小米, 디지털제품 기업) 회장 등은 전인대 대표이다. 한편 정협에서 7천만 원 상당의 수입 손목시계를 흔들어 보여 여론의 뭇매를 맞은 회장이 있는가 하면, 검색엔진 바이두(百度)의 리앤홍(李彦宏) 회장은 전 세계가 알파고(AlphaGo)와 이세돌 九단의 대결에 주목하고 있을 때, 인공지능 기술을 교통 영역에 도입하는 무인기사 자동차에 관한 법률과 제도를 마련하자고 주장하여 이목을 끌었다.   
양회에 참여하는 문화예술계와 체육계 인사에 대한 국민의 관심 또한 뜨겁다. 국가 1급 배우 짜오번샨(赵本山), 액션배우 청룽(成龙), 영화감독 펑샤오강(冯小刚), 농구스타 야오밍(姚明), 노벨문학상 수상자 소설가 모옌(莫言) 등이 대표적으로 유명한 정협위원인데, 고슴도치공사(刺猬公社)의 보도에 의하면 짜오번샨과 성룡의 몸값은 각각 60억 위안(여 1조 1천억여 원), 20억 위안(약 3700억여 원)에 달한다. 미술계에서는 중국미술관, 고궁박물원, 중국예술연구원, 중국국가화원, 중앙미술학원, 아트론 아트그룹(雅昌文化集团) 등을 대표하는 주요 인사들이 정협에 참여했다. 미술계 인사들이 양회에서 제출한 의제들은 국민을 위한 예술, 문화전통의 계승, 미술교육, 예술시장과 업계의 발전, 환경보호 등의 주제로 구분될 수 있다. 여기서는 국민의 문화생활과 미술업계 발전에 관련된 위원들의 제안을 살펴보고자 한다.

l 샤오캉 사회에서 예술의 향유

예술이 빈곤퇴치 운동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인민화보(人民画报)의 해외판 월간잡지 『중국』의 보도에 따르면 농민 1인당 평균 순수입 2300위안(약 42만여 원)을 빈곤퇴치 기준으로 삼았을 때, 개혁개방 후 37년 간 7억 명 이상의 인구수가 빈곤에서 벗어났다. 이번에 발표된 13차 5개년 계획의 빈곤퇴치 목표는 2020년까지 농촌 빈민을 빈곤상태에서 벗어나게 하는 데 있다.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이번 전인대 개막식에서 “전면적 샤오컁 사회 건설을 위한 마지막 단계(2016~2020년)의 출발을 확고히 하고 중화민족의 위대한 꿈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자”고 말했다. 13•5 계획이 마무리되는 2021년, 중국은 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맞는다. 이때까지 중국은 빈곤과의 전면전을 벌여 모두가 중산층이 되는 국가를 만들고자 하는 것이다. 샤오캉은 맹자가 “홀아비•과부•고아 등이 스스로 설 자리가 마련되는 상태”라고 표현한 데서 유래된 것으로, 1979년 덩샤오핑(鄧小平)은 3단계 발전전략 싼부저우(三步走•세 걸음)의 두 번째 단계로 샤오캉을 제시했다. 1단계는 먹는 문제를 해결하는 원바오(溫飽), 3단계는 평등과 안락을 구가하는 다통(大同)이다. 2002년 11월 개최된 제16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에서 장쩌민 국가주석이 2020년까지 전면적인 샤오캉 사회를 달성하겠다고 선언한 이후 샤오캉은 중국 경제발전의 중대 목표로 여겨지고 있다. 머니투데이의 보도(2015.11.04)에 따르면 정영록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중국의 1인당 국민소득이 연 7000~800 달러라고 알려져 있지만, 중국 서북쪽 지역은 1000~2000달러가 안 되는 저성장 상태에 있기 때문에 대형 거점도시에 있는 인구를 중심으로 보면 평균 1만 달러가 넘었다고 설명한다. 지역 간 소득 불균형 해소는 샤오캉 사회로의 진입에 있어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농촌의 샤오캉 없이, 극빈 지역의 샤오캉 없이는 전면적인 샤오캉 사회 건설 또한 없다는 것을 중국 정부도 잘 알고 있다.


  • 015년 양회 기간 중 리 총리가 예술품 전자상거래가 기세를 몰아 비상해야 한다고 말했다는 내용을 담은 만화 (출처: 壹号收藏)
    2015년 양회 기간 중 리 총리가 예술품 전자상거래가 기세를 몰아 비상해야 한다고
    말했다는 내용을 담은 만화 (출처: 壹号收藏)
  • 2014년 중국 지역별 GDP 차이 분포도 (최고 2만 달러, 최저 3천 달러, 자료: 方舆论坛)
    2014년 중국 지역별 GDP 차이 분포도 
    (최고 2만 달러, 최저 3천 달러, 자료: 方舆论坛)

정협위원 중국미술관 우웨이샨(吴为山) 관장은 도시와 농촌, 서로 다른 사회 계층 간 문화관념 및 문화생활 수준의 거대한 차이를 극복하는 일이 시급하다는 점을 알렸다. 그는 전면적인 샤오캉 사회로 진입하기 위해 문화샤오캉 서비스의 발전이 요구되고 있다면서 이를 위해 “일준이중삼정사실(一准二重三精四实)”을 성취하자고 주장했다. 첫째 빈곤 구제의 대상 선정은 엄준하게, 둘째 문화 기구가 자체적으로 활력을 찾도록 하는 일은 중대시 되게, 셋째 빈곤 구제의 수단은 정교한 작품으로, 넷째 이 사업들이 실사구시의 방법으로 효과를 낼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문화부 중국예술연구원 연구생원의 허슈에이파(何水法) 교수는 미술관이나 박물관의 소장품이 수장고가 아닌 전시장으로 나와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서양의 미술관 또는 박물관의 경우 다수의 고전 작품을 전시하는 상설전의 작품 회전율이 높은 반면, 중국의 경우 장기간 같은 작품을 전시하는 경향이 있어 관람자의 재방문율이 저조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국민이 기증한 작품이 빛을 보고 예술작품과 국민의 소통이 확대되려면 국공립 미술기관의 소장품 전시를 확대시키는 규범 제정이 필요하다는 것이 이 제안의 골자다.
개혁개방이 시작된 1978년 이후 37년만인 2015년 12월, 중앙지도부는 중앙도시공작회의(中央城市工作会议)를 개최하여 도시발전의 새로운 기조를 설정하고 향후 발전 및 관리 방향을 제시했다. 시진핑(習近平) 주석과 리커창 총리 등 18대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 위원 7인(七大常委)이 모두 참석한 이 회의는 도시관리 규범과 법률, 공간의 건설과 관리, 사회와 시민의 조화로운 공존 등의 내용을 포괄하는 도시계획을 전면적으로 재정비하기 위해 개최되었다. 1978년 약 18%에서 2014년 55%까지 증대된 도시화 진행 과정에서 나타난 교통•생태•생활환경 등에 연관된 각종 도시병 치료의 방법 또한 모색했다. 올해 2월 국무원은 특색있는 도시의 풍광 조성,  도시건축물의 수준 향상, 도시 공공서비스 개선, 거주지 적합환경 조성 등 9개 부문의 30개 조항으로 구성된 “도시규획건설 관리공작 강화와 관련한 의견(城市规划建设管理工作的若干意见)”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전 세계인의 조롱거리가 되고 있는 ‘탐대’(贪大, 지나친 거대함) , ‘미양’(媚洋, 서양식 추종), ‘구괴’(求怪, 기괴함 추구)한 건축물은 앞으로 제재를 받게 된다.


  • 2015년 12월 중앙도시공작회의에 참여한 시 주석과 리 총리 (출처: planning.org.cn)
    2015년 12월 중앙도시공작회의에 참여한 시 주석과 리 총리 (출처: planning.org.cn)


이러한 국가계획의 추진과 같은 맥락에서 중국예술연구원 예술창작원의 주러겅(朱乐耕) 원장은 정협에서 현당대 공공예술이 도시발전에 일정한 역할을 하도록 함으로써 국제적 수준의 공공예술 인문경관(문화경관)을 조성하자는 제안을 펼쳤다. 그에 따르면 도시화 진행의 속도가 나날이 빨라지고 있는 중국에서 주요 도시들의 건축물이 외관 설계에만 치중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베이징의 국가대극원, 니아오차오(鸟巢) 올림픽경기장, 워터큐브(水立方) 수영장 등이 그 예이다. 이들은 주요 인문경관 사이트로 유명세를 타고 있지만, 도시의 공공예술경관은 여전히 부족하다. 그는 주요 건축물의 실내외 공간을 예술화시키는 작업이 도시화 진행의 과정에서 예술가가 역할을 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보고, 도시를 예술화하는 환경에 현재의 공간들이 얼마나 기여할 수 있을지를 고려해보자고 제안한다. 지속가능한 예술적 도시경관 조성을 위해서는 도시계획과 건축 부문에서 예술가의 참여를 확대시켜야 한다는 것이 주 원장의 주장이다.

l 업계 정책 재조정을 통한 시장발전 도모

아트론 아트그룹의 완지에(万捷)회장이 정협에서 내놓은 제안 중 제1항목은 예술시장의 세금에 관련된 건의이다. 중국의 예술품시장 세수는 1급 시장(예술가와 직접 거래하는 딜러, 화랑 및 아트페어)과  2급 시장(소장가 또는 중개인을 거쳐 거래하는 딜러, 화랑 및 경매회사), 개인소득세로 나뉜다. 이 중 1, 2급 시장의 거래별 거래세 차이가 20~40%로 너무 크다는 점과 개인소득세가 비교적 높다는 점이 세금 포탈 현상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때문에 2급 시장에서의 다회 유통에 대한 세금 공제 정책과 예술창작자의 개인소득세 세율 조정이 필요하다고 완 회장은 주장한다. 중국은 2006년부터 연 수입 12만 위안(약 2천여만 원) 이상의 소득자에게 자진 소득신고 의무를 지우고 있는데, 예술가 또한 자진신고 대상자에 포함된다.
중국문화보(中国文化报, 2015.5.9)의 보도를 바탕으로 예술품 거래에 관련된 중국의 세금제도를 살펴보자면 다음과 같다. 연 매출 총액 80만 위안(약 1억 5천여만 원) 이하의 화랑은 소규모기업의 납세규정에 따라 공제항목 없이 3%의 부가가치세를 내고, 연 매출 총액 80만 위안 이상의 화랑은 일반 납세규정에 따라 매입매출 대비 발생 부가가치에 따라 17%의 부가가치세를 낸다. 화랑은 예술가로부터 직접 또는 대리자로서 작품을 구매하므로 매입 영수증을 발행하여 공제를 받기가 거의 불가능하며, 이 때문에 실제로는 부가가치의 17%가 아닌 매출금액의 17%를 세금으로 내야 할 수밖에 없다. 반면 경매회사의 거래세는 경영세로 간주되어 세율이 중개수수료의 5%에 그친다. 중개수수료를 경매 낙찰가의 20%까지 올린다고 해도, 경매회사의 납세액은 예술품 경매가의 1%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화랑에 비해 경매회사의 납세부담이 너무 적은 것이다. 1급 시장에서 정상적인 교역이 이루어질 때 예술가는 20%의 소득세를 내야 하고 화랑은 17%의 부가세를 내야 하니, 한 점의 예술품이 예술가로부터 소장가에게 도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세금의 부담이 원가의 30%를 넘는 셈이다. 때문에 예술가는 화랑을 통한 작품 판매를 꺼리게 되고, 화랑은 비공개으로 거래를 진행하려고 하다 보니 경영은 어려워지고 적자는 늘어난다.
2급 시장이 1급 시장을 잠식할 가능성을 없애려면 세율 통일이 필요하다고 완 회장은 주장한다. 경매시장을 제외한 예술품 경영업계를 소액 납세자로 간주하여 연 매출 총액에 상관없이 부가가치세 비율을 3%로 통일하고 연 매출액 500만 위안(약 9억여 원) 이상의 납세자에게는 문화창작류 서비스기업에 적용하는 6%의 부가가치세를 징수하자는 것이다. 그는 이러한 세율 조정이 거래를 활성화하고 세금탈루를 위해 동원되는 갖가지 편법을 근절시킬 것이라고 본다.
국가화원 원무위원인 서화가 얜공다(言恭达) 정협위원은 예술금융(艺术金融)업의 발전 문제를 제기했다. 예술금융이란 서로 다른 예술자원의 가치체계가 만들어내는 금융산업의 한 형태로서, 예술품 자산을 사업의 토대 및 유대의 수단으로 삼아 투자•융자를 진행하는 산업 및 그에 연관된 서비스업을 포괄한다. 독창적 예술품, 예술 파생상품, 예술자문, 예술교육, 시장서포트 등에서 파생되는 서비스가 연관 서비스업이다. 가장 친숙한 형태의 예술금융업으로는 미술품담보 대출이 있겠다. 은행이 투자자에게 판매를 주선하고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아트뱅킹, 자산운용사가 투자자들의 투자금을 모아 작품에 투자한 뒤 발생한 이익을 나누는 아트펀드 등도 비교적 알려져 있는 예술금융의 한 형태다. 국내에서는 1997년 하나은행이 최초로 미술품담보 대출서비스를 시행하고 2001년 서울옥션과 협업을 추진하였으나, 기업 또는 고위층 인사의 비자금 조성 과정에 악용되고 부실 저축은행의 엉터리 대출 사건 등이 터지면서 신뢰도에 타격을 입었고, 대부분 손실을 면치 못했다. 그러나 세계적 경매업체 소더비나 골드만삭스, JP모건, 모건스탠리 등의 글로벌 투자은행은 미술품을 투자 자산으로 활용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작년 10월 글로벌 사모펀드인 칼라일 그룹(The Carlyle Group)과 자산은행 방크 픽테(Banque Pictet)는 지정된 80여 명의 화가에 대한 투자에 대출을 제공하는 3천억 원 규모의 금융서비스 “아테나 아트 파이낸스”를 출시했다.
금융전문잡지 영대금융《英大金融》의 2015년 8월 보도를 근거로 중국 예술금융의 족적을 살펴보자. 2007년 민생은행이 중국은행업감독관리위원회로부터 처음으로 예술기금 영업허가증을 발급받아 “스페셜자산관리: 예술품투자계획 제1호”라는 상품을 출시하여 2년 동안 중국근현대서화, 중국당대예술품 등에 투자했다. 2009년 건설은행은 폴리옥션의 모회사인 폴리문화그룹주식유한회사(保利文化集团股份有限公司)와 중국국가투자신탁유한공사(中国国投信托有限公司)와 합작하여 중국에서 처음으로 예술품신탁상품을 출시했다. 2011년의 호황기를 거쳐 발행규모가 55억 위안(약 1조 64억여 원)까지 치솟았지만 시장의 엄격히 통제된 관점과 태도로 인해 예술신탁의 운용이 아직 모호한 시기에 있음을 드러냈고, 30억 위안 상당의 예술품신탁상품이 만기지불에 어려움을 겪었다. 2014년 예술품신탁 발행 수는 한 자릿 수로 급격히 떨어졌고, 발행규모 또한 10억 위안(약 1830억여 원)을 넘지 못했다. 이러한 실패에서 업계는 외국의 성공사례에서 보듯 예술품에 대한 투자는 단기간에 결과를 낼 수 없고 최소한 10년 이상, 길게는 30년의 세월이 필요하다는 교훈을 얻었다. 얜 위원의 제안은 이 업계가 아직 출발하는 단계에 있는 만큼 플랫폼 구축, 과학기술 도입, 인터넷 서비스 도입 등의 인프라 구축에 정부가 관심을 갖고 지원을 강화해 달라는 것이다. 또한 이것이 투자에 중심을 두는 사업이니만큼 철저한 관리 감독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관련 규정과 법률의 제정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 2000~2013년 중국 예술품 경매시장 교역총액 (단위: 억 위안, 출처: 2013 중국예술품시장 연례보고, 자료: 鑫财富周刊)
    2000~2013년 중국 예술품 경매시장 교역총액
    (단위: 억 위안, 출처: 2013 중국예술품시장 연례보고, 자료: 鑫财富周刊)

중국에서 예술금융은 최근 다시 날개를 펼치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2011년 중국예술품소장투자정점포럼(中国艺术品收藏投资高峰论坛, China Art Collection and Investment Forum, CACIF)에서 “예술품금융화시대의 소장과 투자”라는 제목의 토론회가 열렸고, 2015년 2월 첫 번째 《중국예술금융연회 및 중국예술금융신년포럼(中国艺术金融年会暨中国艺术金融新年论坛)》이 열렸다. 이 모임은 중국예술산업연구원과 웨이팡은행이 주관하고 중국예술품업계협회, AMRC예술시장연구센터, 푸단대학경제학원, 산시문화산업투자그룹, 산동성상업연맹, 웨이팡화랑협회 등의 단체가 참여했다. 이 자리에서 “중국예술금융데이터뱅크시스템(中国艺术金融数据库)” 출범식이 진행되었고 『중국예술금융발전연도연구보고(中国艺术金融发展年度研究报告, 2014)』의 출간 소식이 발표됐다. 이에 따르면 2014년 중국의 예술금융시장의 규모는 2013년보다 61.5% 성장한 123억 4천만 위안(약 2조2,580억여 원)에 도달했고,  2015년도 보고는 553억 1천만 위안(약 10조 1천억여 원)까지 규모가 켜졌다는 분석을 내놨다. 보고서는 또한 전통적인 금융의 업태인 은행업, 신탁업, 보험업 등이 쇠퇴하는 현실을 고려하여 새로운 방식의 예술금융업을 개발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친다. 예술품의 자산화, 금융화, 증권화 과정에서 인터넷+문화+금융의 매커니즘이 발전의 주축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신창타이의 시대에는 인터넷, 예술품과 사치품의 감정평가, 전당포, 경매의 서비스가 결합된 형태의 새로운 예술금융 상품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세계 경제를 쥐었다 폈다 하는 G2 중국이지만 국가 급성장의 이면에는 혼란스러운 시스템, 격렬히 충돌하는 가치, 해결불가능해 보이는 문제 등이 산재되어 있다. 정협 위원들의 제안은 업계에 관련된 법안이 발의되기 이전에 그 필요성을 제시하고 토론하는 장의 기초자료이다. 이들이 현행 법률과 정책의 문제점을 검토하고 제도개선을 위한 의견을 개진할 때 어떤 목소리로 어떤 사항을 논의하는지 자세히 들여다보면, 지금 업계에서 떠오르는 핫이슈가 무엇인지를 한눈에 알 수 있고 이들이 얼마나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는지를 느낄 수 있다. 동시에 여전히 개발도상국 수준에 머물러 있는 갖가지 문제점들의 적나라한 면모를 직시할 수도 있다.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려 똑바로 바라보아야만 해결의 첫 단계로 진입할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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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6.03.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