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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정책 이슈

글로벌 시대에 왜 마을문화인가?

박철 (주민자치 편집장)
  • 마을공동체 은평구 e-품앗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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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을공동체 종로구 품애
    마을공동체 종로구 품애
  • 은평구 산새마을
    은평구 산새마을


최근 문화융성시대를 국정기조로 삼고 있는 중앙정부는 지역문화 진흥을 통한 문화융성 기조 구현에 적극 나서고 있다. 현재 문화체육관광부, 행정자치부, 국토교통부, 농림부 등 여러 부처에서 마을공동체 형성과 이를 위한 마을문화 육성에 주력하고 있다. 그리고 서울시의 경우 마을예술창작소, 마을미디어센터, 휴카페, 작은도서관 만들기 등 마을단위 문화활동 개발을 통해 마을문화를 육성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특히 문화체육관광부는 2009년부터 사회적 약자와 지역적, 경제적으로 문화향유가 어려운 지역 주민이 문화예술 기획단체의 도움을 받아 생활 속에서 문화활동을 향유할 수 있도록 ‘생활문화공동체 만들기’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l 주민다움이 파괴된 마을, 새로운 문화 필요

우리나라말도 제대로 못하는 어린아이들을 외국어학원에 보내는 것이 일반화되고, ‘기러기아빠’라는 용어도 이젠 식상할 정도로 글로벌을 외치며, 한류는 ‘세계로, 세계로’를 외치면서 우리나라 땅이 좁다 하고, 문화체육관광부도 이에 발맞춰 문화자원을 관광자원화하고 세계화하기 위한 문화정책을 펼쳐오고 있다. 이처럼 세계화를 외치고 있는 오늘날,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들은 왜 ‘마을문화’에 집중하고 있는가? 이는 산업화시대 성장 중심의 무한경쟁과 이윤추구로 인한 빈부·세대·지역 간 불신, 갈등, 가치혼란으로 붕괴된 공동선(共同善) 구현을 위해 마을문화를 새롭게 정립해 활성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우리는 무한경쟁과 자본주의의 물질만능주의에 함몰돼 풀뿌리자치가 활성화돼야 할 마을에서조차 공적자원과 인간의 가치를 상품화하고, 이웃을 경계하고, 학교친구까지 경쟁상대로 내모는 지경에 이르렀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오늘날 마을의 주인인 주민은 주민다움(정체성)을 파기했거나 파기 당했고, 마을은 주민의 삶터로서의 가치를 창출하지 못한 채 스쳐지나가거나 머무는 곳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또 마을의 전통인 과거, 꿈을 지닌 현재, 그리고 꿈을 펼칠 미래라는 시간적 연결고리가 갈등과 불신 등의 문제만 잔뜩 짊어진 현재에 묶여 있다는 것이다. 이런 마을은 황폐해질 수밖에 없고, 이런 마을에 주민다운 주민이 살 수는 없다.
마을엔 마을과 주민의 꿈(이상)이 함께 어우러짐으로 인해 일어나는 변화(재미)와 주민의 자발적인 기획으로 실행되는 문화강좌, 문화행사, 문화사업의 지속성을 위한 에너지(체계, 제도)가 필요하다. 또 마을은 주민을 따뜻하게 포용할 경제·문화적 풍요, 사회구조 평등실현, 주민 간 성숙한 관계를 이끌어가는 건전한 사고의 각성이 어우러져 성립돼야 한다. 마을은 주민과 주민이 함께 어울려 잘 먹고, 잘 놀고, 잘 쉴 수 있어야 하는 기초적인 생활공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마을은 주민이 오래 머물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과거와 현재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자신의 꿈을 꿀 수 있는 미래(비전)를 제공해야 한다. 또 마을은 사람다움이 살아 숨 쉬는 공간이 돼야 하며, 그러기 위해선 마을이 건강하게 작동되도록 하는 마을문화가 필요하다.

l 마을문화는 공통의 가치와 관계 발견에 중요

「문화기본법」 제3조(정의)에서 문화란 문화예술, 생활양식, 공동체적 삶의 방식, 가치체계, 전통 및 신념 등을 포함하는 사회나 사회 구성원의 고유한 정신적·물질적·지적·감성적 특성의 총체를 말한다. 또 「지역문화진흥법」 제2조(정의) 1항을 보면, 지역문화란 ‘지방자치법’에 따른 지방자치단체 행정구역 또는 공통의 역사적·문화적 정체성을 이루고 있는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문화유산, 문화예술, 생활문화, 문화산업 및 이와 관련된 유형·무형의 문화적 활동을 말한다. 그리고 지역문화에서 읍·면·동을 생활권으로 하는 마을문화는 마을의 정체성과 다양성을 토대로 주민의 문화자치공동체성을 키우고, 행복한 문화공간을 확대하며, 마을의 활력 제고와 창조경제 육성의 토대가 되는 일체의 과정을 의미한다.
그러나 ‘문화란 바로 이것이다’라고 정의를 내리기가 쉽지 않다. 문화란 사회사상, 가치관, 행동양식 등의 차이에 따른 다양한 관점의 이론적 기반에 따라 여러 가지 정의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마을마다 고유의 문화와 특성이 존재하며, 마을문화는 마을의 정체성과 특성을 기반으로 시대적 상황에 따라 새롭게 만들 수도 있고, 조성될 수도 있다.
마을문화는 마을(지역사회)의 인권,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예술, 역사, 교육, 복지, 관광, 환경, 안전 등을 형성하는 원동력, 즉 마을의 발전과 주민의 행복한 삶의 근간이 돼야 한다. 또 마을문화는 공통의 역사와 전통을 되살려 계발하고 전승할 뿐만 아니라, 마을을 구성하고 있는 주민이 사람답게 살고자 하는 주체적인 자기 존재의 발견이자, 자신의 가치를 발견해 나가는 과정 속에 공통의 가치와 관계를 발견하고 너와 나, 그리고 우리네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즉, 마을문화는 마을의 주체인 주민이 자발적으로 마을의 문화를 발굴, 계발, 나눔, 즐김, 교육, 발전, 전승시키는 과정과 결과 모두를 의미한다.

l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공유의 문화 돼야

지역 주민들이 마을문화를 생활 속에서 마음껏 즐기고 맛보기 위해서는 ▲‘주민’은 스스로 자신의 정체성과 꿈을 찾을 수 있는 문화를 적극 향유해야 하고 ▲‘마을’은 주민이 주체적으로 자신의 창조력 및 상상력을 맘껏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문화활동의 장이 돼야 하며 ▲‘민-관’은 문화 거버넌스를 구축해 마을공동체 구성원들끼리 평등하게 보장된 삶을 누릴 수 있는 마을규범을 제시해야 하며 ▲‘마을문화센터’는 주민 스스로 지역의 인재와 자원을 활용한 문화사업을 진행함으로써 마을공동체를 활성화해야 한다.
여기서 마을문화센터는 민-관을 연결하는 마을문화 중간지원 역할과 민-민을 연결하는 마을문화협의체 역할이 동시에 작동되는 조직이다. 따라서 정부는 이 조직에 자율권을 부여해 주민(시민)들이 누리고 싶고, 하고 싶어 하는 문화예술을 직접 기획하고 집행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즉, 마을문화센터를 구축하거나 운영할 때는 행정중심의 ‘탑다운 방식’이 아니라, 주민중심의 ‘바텀업 방식’이 돼야 한다.
특히, 마을문화는 ‘마을의 발전’과 ‘주민의 행복한 삶’에 있어 ‘공공성’을 중시한다. 서로 다른(차이를 드러내는) 삶의 방식을 토론하고, 표현하는 의사형성 과정 그 자체가 중요시 되는 것이다. 즉, 마을문화는 자기만족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이웃과 함께 어우러져 형성되는 것으로 마을문화 사업은 주민의 뜻에 의해 선정되고, 주민과 마을에 꼭 필요하며, 마을 전체를 위한, 그리고 주민 스스로 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마을에 있어 문화사업은 수익창출에 중점을 두기보다 사업과정은 물론, 사업 결과에서도 마을공동체 형성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점에서 마을문화 사업은 시장경제논리에 의한 이윤추구와 무한 경쟁이 아니라, 주민이 윤택한 삶을 누릴 수 있는 기회제공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마을에 있어 공공성은 다양한 주민이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공동의 틀거리를 찾는 것이고, 이 과정에서 마을문화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마을문화는 주민 누구에게나 열려있고, 그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나눔과 공유의 문화가 돼야 한다. 또 마을문화공동체는 내부의 연대는 물론 세대, 이웃, 더 나아가 지역 간의 지속적인 연대를 통해 자신만의 정체성에 집착하지 않고 새로운 것과 만남으로써 마을의 정체성을 끊임없이 변화시켜 나가야 한다.
따라서 지역 주민을 문화예술의 수혜자로 보는 행정중심의 시각, 이윤추구에 입각해 주민을 소비자로 보는 기업중심의 시각, 그리고 자본주의에 길들여져 문화적 즐거움조차 상품화하고 규격화하려는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즉, 정부는 아이디어 창출부터 기획, 제작, 나눔, 어우러짐까지 주민이 기획자이자 공급자이자 수혜자가 될 수 있도록 하는 문화예술 틀거리를 만들기 위한 제도마련 및 행정‧재정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박철
박철

월요신문, 보건신문을 거쳐 우먼타임스 편집위원 등 기자로서 활동하다 (사)한국공공자치연구원에서 공무원을 주 독자층으로 한 지방자치 전문지인 〈공공정책21〉 편집장을 역임했고, 현재는 (사)한국자치학회에서 발행하고 있는 주민자치 전문지인 〈주민자치〉 편집장을 맡고 있다.

(사진 : 주민자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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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5.09.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