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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정책 이슈

예술의 산업화, 어떻게 할 것인가?

최봉현 (산업연구원 서비스산업연구센터 연구위원)
  • 예술의 산업화, 어떻게 할 것인가?


최근 이세돌과 구글의 인공지능 프로그램 알파고와의 바둑 대결은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대형 이벤트였다. 많은 사람이 누가 승자가 될 것인지 관심 있게 관전하였다. 이 세기의 대결은 보는 이에 따라 여러 가지 의미로 다가올 수 있다.

많은 이들의 기대와는 달리 알파고의 승리로 대국은 끝났다. 하지만 우리 앞에는 거대한 메시지를 던져주었다. 이는 머지않은 미래에 전개될, 인공지능으로 무장한 기계문명이 우리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것이다. 공상과학 영화에서처럼 컴퓨터가 인간을 지배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우려도 없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정작 중요한 이슈는 이 지능적인 기계가 얼마나 많은 인간의 일자리를 앗아갈 것인가 하는 우려이다.

이 흥미진진한 희대의 대결로부터 앞으로 우리나라 문화예술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관해서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인공지능에 관한 연구는 구글과 같은 세계적인 기업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여러 기업과 연구소 등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추진되고 있다. 자율주행 자동차라든지, 로봇청소기라든지 이미 인간들의 생활 속 곳곳에 침투하고 있다. 소비자로서 인공지능 컴퓨터가 인간의 삶을 윤택하게 해줄 것이라는 기대는 누구나 할 수 있고 또한 분명한 사실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우리가 최첨단의 인공지능으로 무장한 기계를 구입하여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그 기계를 구입할 수 있는 소득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많은 전문가는 이 최첨단의 기계들이 지금 우리가 가지고 있는 많은 직업을 대체할 것이라는 암담한 예측을 하고 있다. 특히, 회계사, 법률가, 신문기자 등 누구나 선망하는 전문직이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한다. 왜냐하면, 고유한 분석 알고리즘을 장착한 인공지능이 인간보다 더 많은 정보에 접근할 수 있고 더 나은 솔루션을 제시할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이미 컴퓨터가 체스 게임에서 세계 일인자를 이긴지 오래되었지만, 전문가들마저도 체스에 비해 훨씬 복잡한 바둑에서 컴퓨터가 세계 최고인 인간 기사를 이기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심지어 이세돌 자신마저도 첫 대국 이전까지만 해도 압승을 예고했었다. 그러나 결과는 인공지능 프로그램이 현재 세계 최고라 불리는 이세돌을 이겼다. 지금과 같은 기세라면 인공지능 컴퓨터가 우리의 일상으로 파고들 날도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

지금 선망의 대상이 되는 많은 일자리를 인공지능이 대체한다면, 우리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보다 감성적이고 창의적인, 그리고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할 것이다. 그런 조건에 아주 적합한 일자리 중에서 하나가 바로 예술 분야이다. 물론 지금도 예술을 전공한 많은 젊은이가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판국인데 더 많은 사람이 시장도 좁고 일자리도 많지 않으며, 더구나 저임금의 예술 분야에 뛰어들어야 하느냐는 반론도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우리 문화예술 분야를 보면 대중적인 영화나 방송, 게임, 음악 등은 불과 20년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산업화가 잘 추진되었으며, 지속적으로 시장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우리는 창의적인 예술가나 사업가들이 K-Pop이나 온라인 게임, 드라마 등 관련 산업 분야에 진입하고 새로운 발전의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는 것을 눈으로 보고 있다.

산업화가 아직도 초보적인 단계에 머물러 있는 미술이나 공예, 문학 등은 소득수준이 증가할수록 시장이 더 커질 수 있는 여지가 충분히 있다. 다만 지금까지는 대중적인 관심과 지지가 부족하였고, 정부도 적극적인 육성 의지를 보인 것도 아니었을 뿐이다. 제아무리 인공지능이 발달해도 감성을 자극하는 예술 분야에서마저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할 수는 없을 것이다. 더구나 예술 분야는 고용창출의 보고(寶庫)이다. 경제나 산업의 관점에서 보면 예술 분야는 제대로 산업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몇 안 되는 분야 중의 하나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예술을 산업화해야 하는가? 예술가는 무엇을 해야 하고, 정부는 무엇을 해야 할지 지금부터라도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한다. 의외로 우리나라에는 모범 사례들이 상당히 많이 있다.

영화산업이나 K-Pop의 발전과정을 보면 예술의 산업화에 대해 시사하는 바를 적잖이 얻을 수 있다. 우리나라 영화산업은 1980년대까지만 해도 제대로 된 산업이라고 평가받지 못하였다. 영화시장의 규모도 작았으며, 1986년 미국의 통상압력 공세에 밀려 영화법을 개정하여 미국 직배사들이 안방에서 배급을 시작하였다. 직배사들에 대항하여 한국영화는 망했다고 절규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오히려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었다. 1990년대 초반 우리 영화시장은 극도로 침체했었지만 새로운 도약의 씨앗은 여기저기 뿌려졌다. 즉, 산업화를 위한 기초단계인 시스템이 바뀌었다. 제작, 투자, 배급, 상영 모든 분야에서 새로운 시스템이 도입되었다. 제작사에 주어지는 인센티브제도는 젊고 유능하고 창의적인 인재들의 유입을 촉진하기에 충분하였다. 게다가 1996년에는 그동안 한국영화에서 보지 못하였던 특수효과로 무장한 최초의 한국형 블록버스터 영화라고 불리는 쉬리가 개봉되었다. 지금에야 다시 보면 어설픈 부분도 있겠지만, 한국도 할리우드처럼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시도는 영화산업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다. 국산영화가 일어서면서 국내 박스오피스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기 시작하였다. 국산영화가 영화시장을 다시 일으켜 세우기 시작한 것이다. 대기업들이 주도한 상영관 시설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는 소비자들에게 쾌적한 감상공간을 제공하였다. 이후 우리 영화산업이 거둔 성과는 과히 세계적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이다. 전 세계적으로 자국영화가 자국시장에서 시장점유율이 50%를 넘어서는 나라는 손꼽을 정도이다. 누구나 아는 세계 영화산업의 최강자인 미국, 사회주의적 통제가 일반화되어 있는 중국, 발리우드라는 독특한 영화 문화를 가진 인도와 날리우드라 불리는 나이지리아 정도일 것이다. 한국은 이미 스크린 쿼터제도 폐지하였지만, 시장시스템만으로도 잘 굴러가고 있지 않은가. 여기에는 정부의 정책이 기여한 바도 크다. 고급 창작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여러 가지 정책도 있었고, 시장실패가 만연한 투자부문에 대한 지원도 영화의 초기 산업화 과정에서 지대한 역할을 했다.

K-Pop은 영화와는 좀 다른 측면에서 산업화에 성공한 사례이다. 2000년을 전후로 MP3 파일과 인터넷이 대중화되면서 기존의 음반산업은 급격히 붕괴되었다. 과거 유명하였던 레코드회사들이 줄줄이 도산하였다. 기존과 동일한 방식의 음악사업은 더 이상 설 곳이 없었다. 이때 이수만의 SM 기획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시장에 등장하였다. 수익기반을 기존의 음반에서 노래와 댄스라는 탄탄한 기본기로 무장한 아이돌 그룹을 육성하여 수입원을 다양화하였다. 음악 자체의 품질향상을 위하여 창작과정에서 해외의 유능한 작곡가와 세계적인 프로듀서와 협업하는 것은 기본이었다. 투자와 노력의 성과는 국내시장을 넘어서 K-Pop의 세계화와 한류의 확산이라는 큰 성과를 거두었다. SM의 성공은 음악산업에 일대 혁신을 가져왔고, SM이 제시하는 비전을 따라 YG, JYP 등 후발 주자들도 연이어 성공 가도에 올라섰다.

이쯤에서 다시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결로 돌아가 보면, 이 세기의 대결은 국내외의 각종 언론 매체와 인터넷을 통해 바둑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데 크게 기여하였다. 비록 이세돌은 다섯 번의 대국에서 단 한 번밖에 이기지 못하였지만, 바둑에 대한 세간의 관심을 유도하는 데 크게 기여하였다. 물론 그 열기가 바둑의 대중화와 보급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지만, 앞으로 바둑에 대한 관심과 열기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미술이나, 공예, 음악, 문학에 대해서도 이처럼 대중적인 관심과 지지가 있었던 적은 많지 않았다. 대중의 관심은 곧 수요 창출로 이어질 수 있다. 대중의 관심을 환기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선결요소가 필요하다. 양질의 작품이 있어야 하고, 예술계를 대표하는 스타가 필요하다. 물론 알맹이 없는 산업화가 능사는 아니다. 예술의 산업화는 철저히 계획되고 준비되어야 한다. 그리고 적절한 분야에 대한 과감한 투자와 함께 시장을 열 수 있는 작품들이 창작되어야 할 것이다.


  • 예술의 산업화, 어떻게 할 것인가?2


혹자는 예술의 산업화라는 용어에 반감을 품을 수도 있을 것이다. 예술 고유의 속성을 유지하면서 시장을 활성화함으로써 대중이 참여하는 예술산업은 많은 예술가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기존의 예술품 시장이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시장이라면 예술산업 활성화를 위한 새로운 시장은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시장이어야 한다. 그렇게 변화하기 위해서는 창의적인 작품으로 시장을 창출하거나 시장 확대를 위하여 시장성 있는 작품이 창작되도록 하는 매개체가 존재해야 한다. 예를 들면, 대중음악 시장을 주도하는 SM이나 YG와 같은 기획사의 역할을 생각해 볼 수도 있다. 시장의 트렌드를 읽고 창작자와 소비자의 참여를 촉진해야 예술시장이 성장하고 이 산업으로 고급 인재가 유입될 수 있다. 예술의 대중화는 관광산업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으며, 수출산업화 되어 해외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예술의 산업화와 예술시장 활성화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고가의 작품이나 고급 예술품시장은 그 시장대로 필요하고, 대중들이 쉽게 접근하고 소비할 수 있는 대중적인 예술시장의 창출이 필요하다. 장롱 깊숙한 곳에 감춰두고 값이 뛰기를 기다리는 작품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감상하고 즐길 수 있는 그런 예술시장이 열려야 한다. 때마침 문화체육관광부가 올해는 문화의 산업화, 산업의 문화화라는 슬로건을 들고 나왔다고 한다. 예술의 산업화 추진을 위한 좋은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최봉현

최봉현

산업연구원 서비스산업연구센터 연구위원으로 재직 중에 있다.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서비스 R&D 분과 위원, 문화체육관광부 공공기관장 및 단체장 경영평가단 위원, 기획재정부 재정제도 과제심사위원, 민관확대콘텐츠정책협의회 민간위원(문화관광부/미래부) 등 다양한 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주요연구 분야는 영상, K-Pop 등 문화콘텐츠, 문화분야 국가재정 운영계획, 저작물 보호 등이며, 문화예술이 갖는 국민경제적 파급효과에 관심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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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6.03.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