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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정책 이슈

문화교류의 필수 전략 : 듣기

신혜선 (오하이오 주립대학교 방문연구자, 상명대 강사)
  • 무슬림 예술축제 Muslim Voices: Arts & Ideas (출처: http://muslimvoicesfestival.org)
    무슬림 예술축제 Muslim Voices: Arts & Ideas
    (출처: http://muslimvoicesfestival.org)
  • 워싱턴 한국문화원 K-Art Gallery 전시 (출처: http://www.koreaculturedc.org)
    워싱턴 한국문화원 K-Art Gallery 전시 (출처: http://www.koreaculturedc.org)

l 좋은 관계 만들기의 중요성

최근 하버드의 한 연구팀은 1938년부터 무려 75년 동안 진행해온 연구결과를 발표하였다. 다양한 배경을 가진 참여자 724명의 삶을 추적, 관찰하여 분석한 결과 가족, 친구, 공동체(커뮤니티)에서 좋은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더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영위하고 있음(“Good relationships keep us happier and healthier”)을 밝힌 것이다. 요컨대, 사람들의 행복과 건강이 그들이 맺고 있는 ‘관계’와 깊은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혹자에게는 그다지 새로울 것이 없을지도 모를 이 연구결과는 그러나 우리가 쉽게 잊고 사는 관계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일깨워 줌과 동시에 우리의 삶 가운데 무엇이 우선순위에 있는지 생각해보게 해준다.
좋은 관계를 형성하고 지속하는 것은 사회적 차원에서도 역시 중요하다.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이 함의하는 개념이 대표적으로 그것을 보여준다. 간략히 말해 사회적 자본은 사람들이 그들이 가진 네트워크(가족, 친구, 직장 동료 등) 구성원과 가치를 공유함으로써 서로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이를 바탕으로 형성된 신뢰가 다시 그들 간의 협동/협력의 원동력이 되는 것을 일컫는다(Putnam 1993, 2000). 이는 개개인의 관계와 참여를 통해 형성된 신뢰가 사회적 차원으로 긍정적인 영향력, 또는 생산성의 형태로 표출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처럼 좋은 관계는 개인의 건강과 행복뿐만 아니라 사회의 안녕과 활성화에도 긍정적 기여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l 말하기와 듣기 사이의 균형

최근 우리나라의 국제문화교류정책은 그 범위가 확대되어 한국문화원과 같은 해외거점기관이 제공하는 문화교류 프로그램 외에도 한국페스티벌 개최, 저개발 국가 대상 문화산업 진흥 지원 등 우리 문화를 알리고 대한민국의 긍정적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문화체육관광부, 한국문화관광연구원 2014). 이러한 정책적 시도에도 불구하고, 시행 중에 있는 문화교류 프로그램들은 여전히 일방향적(own-way) 스토리텔링 전략에서 벗어나지 못한 듯한 인상을 준다. 의도된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다소 비효율적인 일방향 교류에서 벗어나 균형 있는, 즉 쌍방향 교류(two-way interaction) 중심의 정책설계가 주요함에도 말이다.
이렇게 편중된 교류 양상은 현재 문화다양성 관련 문화정책과도 어느 정도 일맥상통한다고 할 수 있다. 어떤 이유에서든지 이방인으로 우리나라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이주민들에게 원활한 적응을 돕기 위한 국어 교육 및 문화지원을 제공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나라에서 나고 자란 국민들이 낯선 동반자들에 대해 적극적으로 이해하려는 노력도 병행되어야 한다. 다시 말해, 잠재적인 오해와 마찰을 줄이기 위해서는 소수(underrepresented)민족의 문화에 대해 듣고 이해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는 것이다.

l 문화•예술을 통한 듣기

건국 당시부터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이주민과 원주민으로 구성된 미국의 경우, 문화적 다양성 및 그에 대한 존중은 그들에게 있어 늘 강조되는 가치이자 동시에 이루어야 할 사회적 목표로 자리 잡혔다. 지금도 미국은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기 위한 기회를 끊임없이 만들고 있으며, 문화예술은 종종 그 과정에 있어 훌륭한 촉매제 역할을 하기도 한다. 서로에 대한 이해에 있어 문화예술의 정책적 도입은 미국 내 문제뿐만 아니라 국제관계 있어서도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때로는 정치•군사적으로 대립관계에 있는 지역과도 문화예술교류를 통해 소통의 창구를 마련해 놓고 있다.
2001년 9/11테러와 2003년 미국의 이라크 군사공격으로 시작된 미국-이라크전으로, 미국과 중동지역 국가들 간의 대립관계는 악화되었다. 이에 따라 밖으로는 중동지역에서의 미국과 미국인에 대한 이미지는 추락하게 되었고, 안으로는 미국 내에 거주하는 무슬림 또는 중동 출신 이주민들이 직접적인 위협의 대상이 되는 문제가 생겼다.
이렇게 정치•군사적 대립이 사회•문화적으로 빠르게 전이되고 있는 가운데, 2009년 미국의 수도인 워싱턴 디시와 세계 예술활동 중심지 중 하나인 뉴욕에서 중동지역 문화에 대한 이해와 토론을 할 기회가 마련되었다. 하나는 독립공공문화예술기관인 케네디 센터에서 열린 아라베스크 페스티벌(Arabesque: Arts of the Arab World)이었고, 다른 하나는 아시아 소사이어티, 브루클린 음악 아카데미(Brooklyn Academy of Music: BAM), 뉴욕대 소속 Center for Dialogues의 공동 주관으로 개최된 무슬림 예술축제(Muslim Voices: Arts & Ideas) 였다



ARABESQUE FESTIVAL

MUSLIM VOICES

주관처

The Kennedy Center of Performing Arts

BAM, Asia Society, and NYU Center for Dialogues

대상지역

아랍 국가 (Arab League 회원국)

이슬람 지역 (중동, 아프리카, 아시아, 미국거주 디아스포라)

개최장소

The Kennedy Center, Washington, D.C.

뉴욕 내 극장, 갤러리, 학교시설 등, Brooklyn & Manhattan, NY

시기

2009년 2월 23일 – 3월 15 일

2009년 6월 5일 – 14 일

참여인원

22개국에서 모인 약 800명의 예술가

23개국 출신의 300명 이상의 예술가

협력단체

미국과 아랍리그 회원국의 정부 및 공공기관

지역 비영리 예술단체

주 후원처

아랍 정부, 기업, 왕립기관 출처 펀드와 소수의 미국민간재단

미국민간재단, 뉴욕 시 정부 및  NEA

프로그램

앙상블 음악, 무용, 오케스트라, 합창, 연극, 영화, 시각예술,
패션, 음식, 문학, 포럼

앙상블 음악, 무용, 연극, 영화, 시각예술, 문학, 전통예술(예: Sufi),
컨퍼런스

(출처: 신혜선 (2012). “The Arts and International Cultural Relations: Muslim Voices: Arts & Ideas,” 미발표 자료)

위의 두 문화교류 사례는 다음 세 가지 측면에서 살펴볼 필요성이 있다.

첫째, 해당 페스티벌 모두 쌍방향 교류를 근거로 하여 상대를 이해하고자 마련된 문화교류 프로그램이라는 것이다. 두 프로그램의 공통된 목표는 시민들에게 중동지역의 문화를 소개하고 열린 토론의 장을 마련하여 중동 지역민이나 이민자들의 문화에 대해 오해나 편견을 버리고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었다. 사회 내의 작은 목소리였던 그들의 외침을 시민들이 무대를 통해 보고 들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둘째, 다양한 주체의 적극적인 참여가 주요한 역할을 했다는 점이다. ‘Muslim Voices: Arts & Ideas’의 경우, 민간 주도의 행사였던 동시에 국제교류단체(Asia Society), 공연장(BAM), 학계(NYU Center for Dialogues) 이 세 분야의 협력을 통해 이루어진 문화교류 프로그램이었다. 또한 각 분야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분업 및 협력을 통해 축제를 기획하고, 지역 내 관련 단체들의 협력 또한 이끌어내어 참여 중심의 축제를 만들었다.

셋째, 미국과 중동지역, 양측에서의 재원 출자가 있었다는 점이다. ‘Arabesque Festival’ 사례를 보면, 미국 내에서 조성된 후원금보다 축제에 초대된 중동국가로부터의 재정지원이 축제를 시행하는 데 더 큰 역할을 했다는 것(Shin 2013)을 알 수 있었다. 이것은 물론 민간후원이 활발한 미국 내에서도 큰 문화교류행사의 재원조성($10 million)을 충당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있었다는 것(물론 상황적으로 영향을 미친 요인들이 있으나 각설하기로 한다.)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반드시 주최기관의 정부나 공공기관에서 독자적으로 자금출자의 부담을 떠안지 않아도 됨을 보여준다. 즉, 초대된 상대 측 역시 그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자 하는 의욕 및 필요가 있다면 그들의 재정지원을 통해서도 문화교류의 기회를 만들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한 확인이 된 것이다.

l 문화정책전략으로써의 관계 형성

좋은 관계 형성은 비단 개인의 건강과 행복만 증진시키는 데만 국한되지 않는다. 문화 간, 사회 간, 국가 간에도 좋은 관계를 형성하는 것은 개인의 그것과 비슷한 수준 또는 그 이상의 긍정적인 역할을 해낼 수 있다. 좋은 관계를 맺는 데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상대방에게도 이야기할 기회를 주는 것이며, 그들이 스스로를 설명할 수 있는 장을 열 수 있도록 도와 서로에 대한 이해를 높여가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은 자칫 감정적으로 보일 수 있겠으나, 다분히 전략적이기도 하다. 관계 형성을 통해 안으로는 사회자본을, 밖으로는 우리나라의 소프트파워를 향상시키고자 함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지속적인 타 문화권과의 좋은 관계형성에 대한 노력은 한류 및 창조경제 등과 같은 다양한 방면에서 긍정적 영향을 이끌어 내는 토대가 될 것이라 기대한다.

〈참고자료〉

문화체육관광부/한국문화관광연구원 (2014). 2013 문화예술정책백서.
신혜선 (2012). “The Arts and International Cultural Relations: ‘Muslim Voices: Arts & Ideas’,” 미발표 자료.
Shin, H (2013). “Post-9/11 International Artist Exchanges between the United States and the Middle East,” Journal of Arts Management, Law, and Society 43, no.4. pp. 203-214.
Muslim Voices: Arts & Ideas, Website. http://muslimvoicesfestival.org/
Waldinger, R. (2015) “What makes a good life: Lessons from the longest study on happiness,” TED talk.    https://www.ted.com/talks/robert_waldinger_what_makes_a_good_life_lessons_from_the_longest_study_on_happiness#t-362730
Putnam, R. D. (1993) Making Democracy Work: Civic Traditions in Modern Italy. Princeton: Princeton University Press.
Putnam, R. D. (2000). Bowling Alone: The Collapse and Revival of American Community. Simon & Schuster Paperbacks.


신혜선

신혜선

2015년 오하이오 주립대학교에서 문화정책•예술경영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귀국 후 성균관대학교와 한양대학교를 거쳐 현재 상명대 문화예술경영학과에 출강 중이며, 오하이오 주립대학교 방문연구자와 한국문화경제학회 신진협력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연구관심 분야는 문화 간 교류 및 예술가 교류, 문화예술을 통한 사회통합, 문화정책, 다양한 형태의 시민예술참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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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6.03.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