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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이젠 〈매•마•수〉가 대세!”

김정수 (한양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 문화가 있는날


l 문화가 있는 날
“이젠 더 이상 〈불•금〉도 〈황•토〉도 아닌 〈매•마•수〉가 대세!”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홈페이지의 ‘문화가 있는 날’ 소개 화면에 게시된 카툰에 적힌 글귀이다. “매•마•수”란 ‘문화가 있는 날’, 즉 “매월 마지막 수요일”의 줄임말이다.


  • 매달 마지막 수요일은 문화가 있는 날! 즐겨라 대한민국, 행복한 문화융성! 바쁜일상에 지친 당신! 주말에만 부지런히 문화생활을 즐기던 당신! 이젠 더이상 불금도 황토도 아닌 매마수 가 대세!  매월 마지막 수요일! 문화가 있는날

‘문화가 있는 날’은 매월 마지막 수요일 전국의 박물관•미술관, 영화관, 공연장, 고궁, 도서관, 경기장 등 주요 문화시설의 가격할인 및 야간개장 등을 통해 국민의 문화향유 기회를 확대하려는 정책이다. 주지하다시피 박근혜 정부는 4대 국정기조의 하나로 ‘문화융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문화체육관광부는 문화융성위원회와 함께 “일상 속에서 문화로 행복한 삶”을 구현하기 위한 세부방안으로 2014년 1월부터 ‘문화가 있는 날’ 사업을 시행해오고 있다. 이 사업의 정책목표는 소외계층뿐 아니라 모든 국민이 보다 쉽게 문화를 향유할 수 있도록 접근기회를 확대하는 데 있다. 그리고 이를 위하여 무료 혹은 할인된 가격으로 다양한 문화프로그램을 관람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추는 가격할인이 주된 정책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

‘문화가 있는 날’ 사업을 통해 제공되는 혜택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우선 영화의 경우, 전국 주요 영화관에서 저녁 5~9시에 상영하는 영화의 관람료를 9천 원에서 5천 원으로 할인해준다(일부 적용 제외). 스포츠의 경우, 초등학생 이하 자녀와 입장하는 경우 프로농구, 프로배구, 프로축구, 프로야구 관람료가 50% 할인된다. 공연의 경우, 국립극장 및 국립국악원 특별공연 무료, 예술의전당 무료 및 30% 할인, 한국공연예술센터 30% 할인 등 주요 공연 관람료가 할인된다. 전시관의 경우, 전국 주요 국•공•사립 박물관이나 미술관 등 전시관람 문화시설에서 무료관람 또는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문화재의 경우, 경복궁, 창덕궁, 덕수궁, 창경궁 등 조선 4대 궁궐과 종묘, 조선왕릉 등이 무료로 개방된다. 또한, 전국 국공립 도서관의 야간 개방이 확대되고 각종 문화프로그램이 운영된다.


l 성과 : 문화 접근성 제고

시행된 지 이제 만 2년이 지났는데 지금까지 파악된 자료에 의하면 ‘문화가 있는 날’ 사업은 국민의 문화 접근성 제고에 상당히 기여했다고 할 수 있다. 우선 이 사업에 참여하는 문화 프로그램의 수가 대폭 확대됐다. 시행 첫 달이었던 2014년 1월에는 총 883개의 문화시설이 참여하였는데 11월에는 1,574개로 많이 늘어났다. 그리고 2015년 4월에는 1,816개, 11월에는 2,081개로 계속해서 프로그램 수가 확대되는 추세에 있다. 또한, 참여 기관들의 유형에 있어서도 국공립 문화시설뿐 아니라 다양한 민간단체들의 참여도 많아지고 있다.

또한, 이 사업을 통해 국민의 문화프로그램 접근성이 높아진 것으로 파악된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조사에 의하면 ‘문화가 있는 날’의 인지도는 2014년 11월 기준 35.4%에서 2015년 3월 조사 결과 40.2%, 9월 조사 결과 45.2%로 계속 증가하였다. 그뿐만 아니라 실제 문화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비율 역시 2015년 3월 기준 28.6%에서 9월 조사에는 37.2%로 증가하였다. 참여자들을 대상으로 한 만족도 역시 2014년 3.86점(5점 만점)에서 2015년 4.02점으로 증가하였다. 특히 만족스럽다는 답변이 80.4%나 되었던 반면 불만족스럽다는 답변은 겨우 1.2%밖에 되지 않았다. 또한, 참여자들의 재참여 의사는 95.3%, 타인 추천 의향은 98%나 될 정도로 ‘문화가 있는 날’ 사업 참여에 따른 체감 만족도는 매우 높다는 것이 확인된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문화가 있는 날 제도적 개선방안〉 보고서에 의하면 이 사업으로 인해 실제 문화시설 관람객의 수도 유의미하게 증가한 것으로 파악된다. 즉, ‘문화가 있는 날’과 그 전날 혹은 그 전주 수요일의 문화시설 관람객 수를 비교한 자료들을 보면 대체로 ‘문화가 있는 날’의 관람객 수가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다. 예컨대 영화의 경우, 2014년 1월부터 2015년 5월까지 ‘문화가 있는 날’의 평균 관람객 수는 514,486명이었다. 이는 그 ‘이전 주 수요일의 평균 관람객 수’ 410,758명 및 ‘해당 월의 수요일 평균 관람객 수’ 412,229명보다 훨씬 더 높은 수준이다. 이러한 현상은 공연의 경우에 있어서도 동일하게 나타난다. ‘문화가 있는 날’의 공연 관람객 수가 평균 5,044명이었음에 비해 그 ‘이전 주 수요일’의 평균 관람객 수는 그보다 낮은 4,192명에 그쳤다.

관람객 수의 증가는 곧 수익 증가로 이어지게 된다. 사실 ‘문화가 있는 날’ 사업에 참여하는 문화시설이나 단체 입장에서는 그 날 하루 무료입장 혹은 가격할인을 제공함으로 인한 영업 손실이 우려될 수도 있다. 하지만 실제 자료들을 검토해보면 가격 혜택으로 인해 관람객 수가 늘어난 관계로 총매출액은 오히려 다른 날에 비해 더 많아지는 경향이 발견된다. 앞의 보고서에 의하면, 영화관의 경우, ‘문화가 있는 날 평균 매출액’은 약 35.1억 원으로 ‘이전 주 수요일 평균 매출액’인 31억 원 및 ‘월별 수요일 평균 매출액’인 31.7억 원보다 더 높았다. 공연의 경우에도 ‘문화가 있는 날’의 평균 매출액이 약 7천6백만 원으로 그 ‘이전 주 수요일의 평균 매출액’ 6천2백만 원보다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l 한계 : 문화 격차

이처럼 상당한 정책성과를 거두었음에도 불구하고 ‘문화가 있는 날’ 사업의 현황을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아쉬운 부분도 없지 않다. 우선 일반 국민의 문화 소비/수요 측면에서 보면 문화프로그램별 선호의 편차가 심하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2015년 9월 조사에 의하면 ‘참여하고 싶은 프로그램’ 1순위인 영화관람은 40.4%, 2위인 공연관람은 21.5%인 반면 박물관•미술관 전시관람은 7.9%, 고궁 등 문화재는 5.4%에 그쳤다. 2014년 1년 동안 분야별 예술행사 관람률을 조사한 문화향수실태조사 결과 역시 이와 비슷한데, 영화가 65.8%나 되었던 반면 미술전시회는 고작 10.6%에 그쳤다. 이러한 불균형적인 문화소비 패턴은 인구 사회학적 차원에서도 발견된다. 즉, 연령이 높을수록, 교육수준이 낮을수록, 소득수준이 낮을수록, 그리고 대도시보다 읍면지역에서 문화예술행사 관람률이 낮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처럼 우리나라 국민의 전체적인 문화향유 수준이 향상한 것이 사실이라고 해도 세부적으로 구분해보면 매우 불균형적인 문화소비행태 및 문화격차(cultural divide)가 존재함을 알 수 있다.

한편 문화의 공급 측면에 있어서도 상당한 편차가 존재한다. 우선 문화기반시설의 지역적 분포를 보면 수도권 및 대도시에 집중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예를 들면 등록 공연장의 경우, 2014년 기준으로 전국에 992개가 있는데 이 중 56.7%인 562개가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다. 극장의 경우, 전국 356개 중에 49.4%인 176개가 수도권에 몰려 있다. 박물관의 경우는 총 809개 중 35.8%인 290개가, 미술관의 경우는 총 202개 중 42.6%인 86개가 수도권에 위치하고 있다. 광역자치단체별 분포를 보면, 우선 박물관의 경우, 서울에만 122개가 있는 반면 부산 16개, 대전 15개, 대구 13개, 광주 10개, 울산 9개에 불과하다. 미술관의 경우, 서울에 38개가 있는 반면 광주 7개, 부산과 대전이 각 5개, 대구가 4개에 불과하며 울산에는 아예 미술관이 하나도 없는 실정이다.

이러한 심한 지역적 불균형 현상은 예술활동 현황 통계를 통해서도 유사하게 나타난다. 2014년의 경우, 문학활동(단행본 발간)은 총 8,635건이었는데, 이 중 89%인 7,689건이 수도권(서울 6,265, 경기 1,424)에서 이루어졌다. 시각예술의 경우, 전체 1만 3,248건 중 67.4%인 8,927건이 수도권(서울 7,533, 경기 1,394)에서 이루어졌다. 서양음악의 경우는 전체 8,146건의 55.4%(4,515건), 국악의 경우는 전체 1,601건의 48.8%(781건), 무용의 경우는 전체 1,155건의 52.5%(606건), 그리고 연극의 경우는 전체 4,018건의 44.5%(1,787건)가 서울과 경기도 지역에서 활동이 이루어졌다. 이는 문화기반시설 및 예술활동이 수도권과 대도시 지역에 집중되어 있다는 것은 문화의 공급 측면에서 매우 심각한 지역적 격차가 존재함을 뜻한다. 이러한 문화적 불균형 혹은 문화격차는 앞으로 우리나라 문화정책에 있어서 가장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의제라고 할 수 있다.

l 대책 방안

그렇다면 ‘문화가 있는 날’ 사업이 “생활 속 문화의 확산”이라는 정책목표를 충실히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대책은 무엇일까? 우선 그 힌트를 ‘문화가 있는 날’ 프로그램을 관람한 적이 없는 이들이 밝힌 불참의 이유에서 찾아볼 수 있을 것 같다.

2015년 9월 조사에 의하면 전체적으로 불참의 가장 큰 이유는 ‘평일이라 시간을 내기가 어려워서’(61.7%)였고, 그다음이 ‘인근에 이용 가능한 문화시설이 적어서’(10.1%)였다. ‘문화가 있는 날’을 일주일의 중간이자 업무 피로도가 가장 높은 수요일로 정한 것은 직장인들의 참여가 쉽지 않다는 점에서 이 사업의 태생적인 한계일 수도 있다. 하지만 주변에 문화시설이 충분하다면 시간적 제약도 충분히 극복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서울지역 응답자 중 이용 가능한 문화시설이 적다는 이유를 꼽은 비율은 4.6%인 반면 부산•경남은 14.9%, 강원•제주는 26.1%나 되었다. 그리고 특별•광역시의 경우 8.4%인 반면 군•읍•면은 그 두 배인 16.4%였다. 불참 이유 3위인 ‘문화프로그램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얻기 어려워서’는 9.7%였는데 이는 지역적으로 큰 편차가 없었다.

주목할 것은 ‘문화예술에 관심 없어서’는 고작 5.5%, ‘보고 싶은 문화행사가 별로 없어서’도 5.3%에 불과했다는 점이다. 이는 우리나라 국민의 잠재적 문화 욕구가 상당히 높은 수준임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할인율이 높지 않아서’는 겨우 3.5%에 불과했는데, 이는 입장료 가격이 문화프로그램 불참의 큰 이유가 아니라는 것이다. 결국, 문화향유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 것은 여유 시간과 인근 문화시설의 부족 때문이지 문화에 대한 무관심이나 비싼 입장료가 큰 걸림돌이 되는 것은 아님을 알 수 있다.

여기서 정부와 문화예술 단체의 보다 적극적인 역할이 요청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2월 22일 ‘2016년 문화가 있는 날 사업계획’을 발표하면서 문화기본법의 개정을 통해 ‘문화가 있는 날’의 법제화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문화가 있는 날’ 사업을 통해 모든 국민이 골고루 문화적 혜택을 누리도록 하기 위해서는 우선 우리나라의 ‘문화적 양극화’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정부는 다양한 문화기반시설 및 예술활동들이 지역적으로 고르게 활성화될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직간접적인 지원을 더 늘려야 할 것이다. 문화공급의 지역적 불균형이 심한 상태하에서는 ‘문화가 있는 날’ 사업의 수혜자 역시 지역적으로 편중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기존의 문화시설이나 단체들이 이 사업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정부가 더 충실한 제도적 유인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문화예술 단체 및 시설 입장에서도 보다 더 다양하고 적극적인 전략들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정부의 문화정책은, 비유컨대, 사람들로 하여금 물가에 가기 쉽게 만들어 주는 것이다. 물가에 데려왔다고 해서 사람들로 하여금 억지로 물을 마시게 할 수는 없다. 물이 마시고 싶어져야만, 물맛이 좋다고 느껴야만 비로소 사람들은 물을 마시게 된다. 소비자들이 시간과 거리의 제약을 무릅쓰고라도 찾아오게 하려면 그 이상의 큰 매력을 기대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더 많은 소비자를 더 큰 매력으로 유혹하는 것은 문화예술계 현장의 몫이다. 마트의 시식코너가 하는 일이 바로 이것이다.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더 찾는다는 말이 있다. 문화 소비도 마찬가지이다. 흔히 문화예술을 경험재라고 한다. 매력적인 문화향유의 경험을 한 소수의 사람을 통해 새로운 소비자들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수 있다. 물론 하루아침에 이루어질 수 있는 일은 아니다. 그러나 정부와 문화계의 현명한 협력이 이루어진다면 우리나라 국민의 잠재적 문화욕구가 풍성한 문화향유로 현실화될 것이라 믿는다.


김정수
김정수

고려대 법과대학과 대학원을 졸업한 후 미국 Yale University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고려대 공공행정학부에 재직하였으며 현재는 한양대 정책과학대학 행정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한국문화정책학회 창립이사, 한국정책학회 편집위원장, 문화체육관광부 자체평가위원, 공공기관 경영평가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주요 관심분야는 문화정책과 정책이론이다. 주요 저서로는 『문화행정론:이론적 기반과 정책적 과제』(학술원 우수도서 선정), 『스크린쿼터의 추억:한국영화 의무상영제도 변천사』 등이 있으며, 주요 논문으로는 「스크린쿼터와 딴따라:대중문화에 대한 정부개입과 문화산업경쟁력에 관한 시론」, 「미녀와 야수:문화행정의 새로운 패러다임 모색」, 「불확실성, 결정오차, 그리고 제비뽑기의 역설:문예진흥기금 지원심의방식에 대한 역발상」, 「문화생산의 글로벌화에 따른 새로운 문화정책 패러다임의 모색:우리나라 영화산업의 사례를 중심으로」, 「(신)한류에서 배우는 문화정책의 교훈」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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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6.03.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