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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이동규의 이심전심
“제4의 물결”

이동규 (경희대학교 경영대학원 교수)
  • “제4의 물결”


차가 오래되어 신차로 바꾸려 하는 내게 누군가 말해주었다. “이번에 바꾸는 차는 자네가 직접 운전하는 생애 마지막 차가 될 수도 있다는 걸 알아야 하네. ㅋㅋ”

현재 인류에게 있어 최대 위협은 무엇일까? 이 도발적 질문에 대해 최근 영국 가디언 지는 “세계적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과 테슬러의 일론 머스크 회장은 바로 인공지능(AI)이라고 경고했다.”라고 보도하였다. 그 핵심은 빅데이터(big data)와 딥러닝(deep learning) 기술에 있다. 이미 단 1초 만에 루빅스 큐브를 풀어내는 사건이 일어났으며, 유럽 바둑 최고수를 꺾은 로봇은 조만간 세계 최강 이세돌 9단과 역사적인 빅매치를 앞두고 있기도 하다.

그렇다!!
무언가 우리가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엄청난 변혁의 격랑이 몰려오고 있음이 분명하다. 제3의 물결(정보화혁명)을 훌쩍 뛰어넘는 작금의 새로운 제4의 물결의 정체는 무엇일까? 이러한 새로운 흐름과 변화를 가리켜 혹자는 꿈의 사회(dream society), 초현실사회(surreal society) 또는 휴먼 르네상스의 도래 등으로 미화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과거 세계화, 글로벌화라는 우아한 표현이 선후진국 간 지식과 정보수준 차이에 따른 빈부 격차를 더욱 엄청나게 벌려놓은 걸 보면 이번에도 낙관할 일은 절대 아닐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매년 글로벌 경제의 화두를 제시해온 스위스 다보스포럼은 2016년 핵심 타이틀로 ‘제4차 산업혁명의 이해(Mastering the Fourth Industrial Revolution)’를 내걸었다. 그리고 이는 3차 산업혁명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과 바이오, 물리 등의 경계를 융합하는 기술혁명이라고 정의하였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3D 프린팅, 무인자동차, 사물인터넷(IoT), 로봇, 바이오, 드론, 초음속철도 등등…. 4차 혁명의 자궁에서 속속 태어나는 비밀병기 앞에서 기존에 우리가 접해온 산업은 맥없이 쓰러져갈 전망이다. IT와 금융이 결합한 핀테크(Fin-tech) 돌풍은 현금의 종말도 예고하고 있다. 실제로 덴마크는 일부 동전을 제외하곤 기존의 화폐를 전면 추방하기로 결정하였다.

학문 간·산업 간·기술 간 융합을 토대로 한 소위 ‘융합경제(convergenomics)’의 가공할 파워는 이미 20세기 제조 문명의 유산을 그 뿌리째 흔들어대고 있다. 선도 독일은 이미 ‘Industry 4.0’을 모토로 기존의 산업구조를 전면 교체해나가고 있으며, 일본은 국가 주도의 로봇 신전략, 그리고 미국의 산업인터넷과 중국의 제조 2025 플랜 등이 진행되고 있다.

돌이켜보면 과거 앨빈 토플러 박사가 정리한 것처럼 인류는 그동안 3번의 거대한 혁명 즉 농업혁명, 산업혁명 그리고 정보화혁명을 경험하였다. 농업혁명은 인간의 입을 해결해주었고, 산업혁명은 팔과 다리를 대신해준 동력혁명이었으며, 정보화혁명은 인간의 머리를 대신해주었다. 이젠 고독한 인간의 변덕스러운 마음을 대신해주는 감성혁명이 시작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분명한 것은 최근 우리 앞에 현란하게 펼쳐지고 있는 새로운 물결은 과거 그 어떤 것보다도 광범위하고 거대한 흐름이란 점이다.

최근 발간된 〈제4차 산업혁명〉에서 저자는 ‘모든 것이 연결되고, 보다 지능적인 사회로의 진화’라고 요약하고 있다. 초연결, 초지능, 초산업, 초경제 등은 제4차 산업혁명을 상징하는 키워드들로서 그 본질은 한마디로 ‘생각하는 만물 혁명’이다.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을 기반으로 사이버 세계와 물리적 세계가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하나의 통합시스템으로서 이른바 ‘지능형 CPS(Cyber-Physical System)’를 구축할 것이란 예측이다.

가장 우려되는 건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소득계층별 부의 불평등 심화다, 둘째는 대량실업이다. 특히 AI를 탑재한 로봇들은 심지어 성매매 여성의 직업까지 인간의 모든 직업군을 넘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심지어 다음 세대에는 로봇 상사에게 결재를 받아야 할 것이라는 웃지 못할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최근 열린 미국 과학진흥협회(AAAS) 연례회의에선 “이제 우리는 기계들이 모든 분야의 업무에서 인간보다 더 훌륭한 성과를 내는 시대를 목격하고 있다. 향후 30년 내 인공지능으로 인해 전 세계 일자리의 절반 이상이 사라질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문제는 2010년 이래 계속 추락하고 있는 한국의 국가경쟁력이다.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2015년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한국은 전년도와 같은 26위를 기록했다. 1위는 스위스, 2위는 싱가포르, 3위는 미국이다. 한때 세계 11위까지 올랐던 우리나라의 국가경쟁력 하락 요소를 보면 거시경제(5위)와 시장규모(13위), 인프라(13위), 기업혁신(19위) 등은 비교적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금융·노동·정부 부문이 경쟁력을 갉아먹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전체 기업의 매출도 줄어들고 있다. 주식회사 한국의 연간 매출액이 줄어든 건 통계청이 조사를 시작한 2006년 이후 처음으로 지난 세계 금융위기 때도 없었던 일이라고 한다. 특히 대한민국 성장동력의 핵심인 수출마저 꺾이고 있다. 주력업종 대부분이 수출에서 침몰하면서 일부에선 팔 게 없다는 자조도 터져 나오고 있다. 게다가 내수 부진에 북핵 문제까지 겹치면서 현재 국내 경제는 사면초가다. 국민이 느끼는 경제적 행복지수도 2012년 이래 최저수준이다. 한국판-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이 시작될 것이란 우울한 전망도 들려온다. 작금의 세계에선 기존 경제학 이론은 이미 용도 폐기된 지 오래다. 금리와 유가가 떨어지는데도 주가는 폭락하고, 심지어 예금을 하면 거꾸로 보관료를 내야 하는 황당한 (-)금리시대를 맞고 있기도 하다.

IMF 당시처럼 이번에도 역시 구조조정만이 해답이라는 목소리가 여기저기 터져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번 파고의 본질은 과거 그것들과는 전혀 다른 종류의 물결이고 보면 그러한 20세기형 항생제나 대증요법들만 가지고는 어림없다. 기존의 사고를 완전히 갈아엎는 대전환이 필요하다. 사실 주식회사 대한민국의 성장 간판은 크게 3가지(제조업, 재벌, 수출)로 대표된다. 그러나 이제 제4차 산업혁명의 핵심경쟁요소는 SW 전쟁이다. 한국이 아시아 500대 기업순위에 단 한 개도 못 낀 유일한 낙제분야가 바로 소프트웨어 산업이다. 국내 창의적인 젊은이들이 피땀 흘려 개발해놓으면 순식간에 베끼고, 훔치고, 전문가를 빼내 가 버리는 업계의 고질적 문제가 키워온 국가적 비극이다.

사실 아인슈타인,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 주커버그와 같은 천재는 전국에 얼마든지 있다. 문제는 그들의 능력을 마음껏 길러낼 수 없는 우리 사회의 파행적 불임 구조에 있다. 그 결과 공무원이나 교사와 같은 자격시험에는 구름같이 인파가 몰리고 있다. 특히 이 나라 젊은이들의 기업가정신 쇠퇴는 매우 걱정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흙수저-금수저론이 판을 치며 도전정신으로 충만해야 할 청년들의 이마를 쥐어박고 있다.

그렇다고 고민만 하고 있을 한국인은 아니다. 희망적인 것은 블룸버그가 평가한 혁신지수에서 우리나라(91.31점)가 3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는 거다. 블룸버그는 관련 기사 첫머리를 "아이디어의 세계에선 한국이 왕"이라고 뽑았다. 한국은 제조업 부가가치와 고등교육 분야에서 1위, 연구개발 투자와 첨단기술 분야에서도 2위를 기록했다.

더욱이 인구의 절반(여성)이 생명공학 제품인 김치를 제조할 줄 아는 세계 최고의 바이오 국가이자 김치 종주국임에 비해 글로벌 성공작이 없던 한국의 바이오, 제약 및 화장품산업에 새로운 빛이 비치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최근 한미약품, 아모레퍼시픽, SPC 등의 사례가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선도 삼성그룹에선 지난 1993년 이건희 회장의 프랑크푸르트선언으로 유명한 “마누라와 자식을 빼곤 다 바꿔라”는 말 대신 이번에는 “자식만 빼고 전부 팔아라”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자신의 심장인 PC 부문을 매각하여 오늘날 더욱 강력해진 기업을 만들어낸 IBM이나, 오른팔인 전자를 잘라내고 헬스케어로 변신한 필립스를 보라. 바이오와 헬스케어를 미래 신수종사업으로 삼고자 하는 삼성의 전략적 선택에 귀추가 주목되는 까닭이다.

바야흐로 인류는 경제, 사회, 문화, 예술 등 분야를 막론하고 미지의 세계로 들어서고 있다. 따지고 보면 이것은 어느 누구도 가보지 못한 두려운 초행길일 것이다. 그러나 결연한 의지와 창조적 사고로 도전하는 사람들에게는 대단히 새롭고 흥미로운 여행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사실 이 지구상에서 가장 우수하고 창의적이라고 평가받아온 한국인이 아니던가.


이동규
이동규

국내 대기업과 공공기관의 경영•정책자문교수, 기획예산처 정책자문위원, 행자부 정부혁신관리위원(대통령 표창), 대통령직속 지역발전위원회 평가위원을 거쳐 기획재정부 공공기관 정부경영평가팀장을 역임하였다. 현재 경희대 경영대학원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한국품질경영학회 및 생산관리학회 부회장, 서비스경영학회 이사를 맡고 있다. 기타 행정자치부 정책자문위원, 코레일 발전자문위원, 금융소비자원 이사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대표저서인 ‹한국인의 경영코드›(21세기북스) 외 품질경영과 서비스 분야에 관한 10여 권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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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6.0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