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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아르코 공공미술 시범사업 ‘지역재생+예술’

[철원] 공공미술 프로젝트 ‘전환’
역사, 기억, 그리고 재맥락화(Recontextualization)

이채관 (기획자, 숙명여대 문화예술행정학과 겸임교수)
  • 피스 큐브(Peace Cube)
    피스 큐브(Peace Cube)


l 철원, DMZ, 그리고 안보관광

'철마는 달리고 싶다'는 말로 상징되는 철원의 역사적 경험들은 우리나라 근대사의 상처와 아픈 기억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舊철원과 新철원으로 대변되는 철원의 역사는, 6.25 전쟁 이전 북한의 땅이, 전쟁 이후 한국의 땅이 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이념적 혼란과 상처들이 온전하게 남아있는, 아직 해결되지 않은 민족사적 근대 경험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도시를 상징한다.
이러한 근대사의 아픈 기억으로 상징되는 도시 철원은, 전쟁이 끝난 이후에도 이데올로기의 전쟁터였으며, 안보관광이라는 이름으로 상징되는 한국 근대사의 이념적 용광로였다. ‘과거의 기억과 경험’은 철원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미래를 옭아매는 족쇄로 기능했다. 딛고 일어설 수 없을 만큼 강력한 과거 기억의 그림자가 철원의 삶 속에 여전히 드리워져 있다.

철원은 다양한 의미들이 중첩되어 있는 공간이다. 남과 북이 연접해 있는 덕분에 자연 자원을 풍부하게 유지/보존하고 있는 천혜의 땅이자, 비무장 지역으로 상징되는 공간임과 동시에, 남북 분단이라는 역사적 갈등 구조에 기반한 중무장된 공간이다. 전쟁 이후 꾸준히 생성되어 온 일상적인 삶이 영속되고 있는 공간이며, 한편으로는 ‘안보관광’으로 상징되는 냉전체제의 모습들이 여전히 남아 있는 공간이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근대사의 가장 비극적인 사건인 한국전쟁이 벌어졌던 대립과 갈등의 공간이면서, 남과 북의 ‘소통’과 ‘공존’이 가능한 공간이다.

철원은 과거라는 역사적 굴레를 벗고 새로운 미래를 상징하는 탈근대의 공간으로 표상된다. 이번 프로젝트는 우리의 미래를 품고 있는 철원을 통해 공존과 공생, 그리고 평화라는 인류의 가치를 공공미술을 통해 구현해내고자 함이다. 철원의 역사적 삶과 현재적 일상, 그리고 미래적 가치들이 공존하는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통해 철원이 지닌 맥락과 의미의 ‘전환’을 모색해보려 한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공공미술을 기반으로 철원이 지니고 있는 문화적, 경제적, 역사적 선순환의 계기를 제공하려 한다. 냉전으로 상징되는 슬픈 근대 역사의 경험이 일상화된 기억이 되어버려 이제 전혀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 낯선 풍경의 철원을, 공공미술을 통해 재맥락화 시킴으로써, 새로운 ‘인식’과 ‘활동’, 그리고 의미의 전환을 도모할 것이다.

l 피스 큐브(Peace Cube), 기억 아카이브, 주민 참여, 평화 대장정 그리고 전환(Transformation)

이번 철원 공공미술 프로젝트 ‘전환(Transformation)’은 크게 다섯 가지의 활동으로 구성된다.

가장 먼저 배영환 작가가 참여하는 물리적이고 상징적 공간인 ‘피스 큐브(Peace Cube)’는, 철원을 방문하는 관광객들이 처음 접하는 안보관광 출발지 앞에서, 철원의 미래와 평화를 상징하는 문화적 공간을 만날 수 있도록 하는 프로젝트이다. 이는 주민들이 일상적으로 즐기는 문화 공간을 제공할 뿐 아니라, ‘안보’라는 일방향적 도시이미지를 보다 미래지향적이고 문화적인 철원으로 바꾸어내기 위한 상징적 공간으로 조성될 계획이다. ‘피스 큐브’는 전쟁과 분단이라는 철원이 지니고 있는 역사적 기억을, 평화와 공존, 그리고 상생이라는 미래 가치로 전환하기 위한 물리적 공간이며, 동시에 현재적 삶을 살아가는 철원 주민들의 일상적 피곤을 달래고 함께 소통할 수 있는 공공 공간(Public Space)으로 설계된다. 또한 이 공간은 철원의 문화 활동 중심지(Community Hall)로 기능할 수 있을 것이며, 철원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과거를 현재적 맥락에서 재구성해 보존하는 아카이브 기능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즉, 과거의 기억에 기반하여 새로운 철원의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는 공간(Archiving Space)이 될 것이다.

삶 속에서 간혹 잊어버리는 인류 보편적 가치인 평화와 공존, 그리고 상생의 의미를 반성적으로 사유할 기회를 제공할 뿐 아니라, 철원 주민의 기억과 현재적 삶을 살피는 기능이 결합된 복합공간으로서의 피스 큐브를, 철원의 다양한 맥락들의 방향을 바꾸어내는 전환의 계기로 작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본 프로젝트의 목적이다.       

또한 이 ‘피스 큐브’는 인류의 보편적 사유체계가 가장 추상적인 형태로 표현된 세계의 다양한 문자들을 활용한 문자 기둥으로 표현되어, 공간 자체가 세계 염원을 담은 상징적 공공미술 작품으로 기능할 것이다. 또한 구체적 활동들이 이루어지는 물리적 공간으로 조성되어, 공공적 기능을 품은 상징적 공간으로서의 예술작품으로 구현될 것이다.  

두 번째 프로젝트는 ‘아카이빙 네트워크’와 함께 진행하는 ‘기억 아카이브’ 프로젝트이다. 이를 통해, 철원이라는 도시가 상징하는 특성적 기억들을 수집할 뿐 아니라, 주민들의 염원들을 모아 냄으로써 미래 철원의 가치를 살펴보게 될 것이다.
지역 주민들의 생애사와 마을의 형성 과정을 포함한 주민들의 ‘기억 속 마을역사’를 함께 구술/채록하고, 국가에 의해 정책적으로 민북마을로 이주해 온 주민의 경험과, 젊은 세대가 만들어가는 미래지향적인 철원의 모습들을 콘텐츠화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특히, 기존 구술 작업이 철원에서 태어난 사람들 중심으로 이루어졌다면, 이번 아카이브 프로젝트는 철원으로 이주한 주민들과 현재를 살아가고 미래를 꿈꾸는 젊은 세대들의 이야기들이 중심이 될 것이다.   
현재 철원에 대한 아카이브는 정부단위뿐 아니라 민간단위에서도 꾸준히 지속되어 왔다. 이는 철원이 지닌 역사적 기억들이 한국 근대사에서 얼마나 중요한가를 상징적으로 반영한 것이다. 하지만 기존의 아카이브 작업들, 특히 구술 아카이브는 원주민의 삶과 경험을 중심으로 채록되어, 한국전쟁 이후 민통선 안쪽으로 이주된 사람들의 삶의 과정과 철원 주민들의 일상, 미래가치, 혹은 미래 지향적 희망에 대한 구술 연구는 부족한 편이다. 또한 기존에 확보된 기록물과 연구성과는 대체로 연구에 활용될 사료를 발굴하는 성격으로, 시민들이 이용하기에 안정적으로 정리-관리-보존되지 못하였으며, 다양한 이용자들의 눈높이에 맞춰 가공되지 못한 한계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이번 아카이브 프로젝트는 철원의 역사와 미래를 살필 수 있는 ‘접근성’을 보다 편리하게 설계하고 실재적 효용성을 강화할 수 있도록 하였다. 아카이브가 단순히 과거의 사료를 정리하는 것이 아니라 철원 주민들의 미래에 대한 희망을 모아 냄으로써, 새로운 철원으로 성장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아카이브에서 서비스되는 콘텐츠를 통해, 철원이 지닌 역사적 정체성을 다시 살펴보고 세대 간, 그리고 철원의 방문객인 관광객과의 소통을 강화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철원의 모습을 통해 한국전쟁이라는 한국 근대사의 슬픈 기억들을 미래적 관점에서 재설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아카이브를 통해 모색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철원의 모습은 과거와 미래, 기억과 구체적 삶 사이에서 유동적이며, 이 유동적 정체성이 철원의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 가는 자산이 될 것이다. 아카이브를 통해 철원의 미래를 설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다.

세 번째 프로젝트는 주민 참여 프로젝트로 ‘공공미술 삼거리’가 함께한다. 고석정을 활력의 장소로 변화시키기 위해 철원의 아이들과 마을 주민, 그리고 예술가와 관광객이 함께할 수 있는 참여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가장 먼저, 예술가와 아이들이 함께 예술제작소를 상시 공간으로 운영하고 철원 주민들이 함께하는 워크숍 등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러한 예술제작소 운영을 통해 아이들에게는 흥미와 학습을, 부모들에게는 아이들과의 다양한 대화를 통해 삶의 지식들을 전수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일상화된 관계가 아닌, 예술을 통해 지역 내 새로운 관계와 의미들을 생성해 내는 것이 시민 참여 프로젝트의 목적이다. 또한 주민 참여 프로그램을 통해 형성된 관계와 지역 커뮤니티의 움직임을, 고석정 프로젝트의 오프닝에 마을축제의 형식으로 선보임으로써 주민 참여 프로그램의 성과를 공유하고, 함께 만들어 가는 공공미술 프로젝트로 의미화할 예정이다.    

네 번째 프로젝트는 젊은 기획팀 ‘최게바라 기획사’와 함께 만들어 가는 ‘DMZ 남북 청년 대장정’ 사업이다. 남북 청년들이 만나 서로를 적이 아닌 친구이자 동료로 느껴보는 시간을 가져보고, 통일의 의미를 다시 새겨보는 기회를 가질 예정이다. 이 프로그램은 남북 청년들이 함께 기획에 참여하며 만드는 화합의 장으로서, 주민과 관광객들을 초청하여 사상과 이념에 기초하는 것이 아닌, 우리가 살아가는 구체적 삶에 기반해 평화를 이야기하는 참여형 페스티벌이다. 이 페스티벌을 통해 분단과 냉전의 상징적 장소로서의 철원을, 평화와 공존의 미래적 장소로 전환하는 시도를 해본다. 보다 구체적으로, 남북 청년 100인이 프로그램을 공동으로 기획하고, 서울에서 철원으로 함께 이동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배영환 작품이 개막에 맞춰 공연하는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할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전시 프로젝트 ‘전환’을 진행한다. 이인희, 도완영, 그리고 김승회가 참여하는 이 전시는, 철원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을 제안하는 프로젝트이다. 철원은 한반도 어느 지역보다 분단과 냉전의 역사적 기억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곳이다. 안보관광이 지역의 대표적인 이미지가 되어, 철원이 지닌 다양한 역사 문화적 자원과 미래적 가치는 공유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철원에서 산다는 것’에 주목하여 예술가들이 새로운 관점으로 철원을 들여다보려 한다. DMZ의 존재, 국경의 의미, 무장한 군인, 안보관광 등의 풍경을 넘어 ‘철원이라는 곳에 사는 삶의 풍요로움과 자연의 아름다움, 그리고 미래적 가치를 가득 품은 공간으로서의 철원은 어떤 방식으로 이해될 수 있을까?’라는 오랜 숙제를 예술가의 시점에서 재구성해 보는 전시가 될 것이다. ‘삶과 자연, 그리고 미래가 공존하는 새로운 철원은 어떻게 가능할 것인가’라는 숙제를 작가의 상상에 기대어 살펴볼 것이다.  
    
l 철원, 공공미술 그리고 전환

오래된 역사 공간으로서의 철원의 삶을 재맥락화하고, 보다 미래 지향적 관점에서 ‘공동’의 삶을 구성해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준비한 공공미술 프로젝트 ‘전환’. 물리적 기반을 조성하는 것은 물론, 동시에 주민 참여에 기반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함으로써 물리적 공간으로서의 상징성을 부여하고, 마을 주민들이 공공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는 실용적 가치를 부여하는 복합공간을 조성한다. 기억을 현재적 관점에서 재구성하고, 구체적 삶을 미래적 관점에서 재설계할 수 있는 계기로써의 공공미술 프로젝트는, 도시재생의 의미를 넘어 우리의 마음과 기억을 재생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할 수 있으면 한다. 기억의 도시를 현재적 삶이 살아 움직이는 구체적 도시로 재상징화할 수 있는 활력 프로젝트로써의 공공미술. 물리적 공간의 조성을 넘어 의미를 재구성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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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5.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