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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과 사람

‘제23회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수상한 김아영 작가

전현희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국제교류부)
  • <제페트, 그 공중정원의 고래기름을 드립니다, 쉘 3>(2015), 6채널 사운드설치, 벽 다이어그램
    〈제페트, 그 공중정원의 고래기름을 드립니다, 쉘 3〉(2015),
    6채널 사운드설치, 벽 다이어그램
  • <7인의 보이스퍼포먼스>
    〈7인의 보이스퍼포먼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11월 10일 ‘2015 문화예술발전 유공자’를 발표하였다. 우리나라 문화예술의 발전에 기여한 문화예술인들에게 정부가 수여하는 훈장과 표창을 주는 것으로 ‘문화훈장’과 ‘제47회 대한민국문화예술상(대통령 표창)’, ‘제23회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장관 표창)’ 수상자 32명이 발표됐다. 이 중 미술부문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을 수상한 김아영 작가(www.ayoungkim.com)를 아르코미술관 차승주 큐레이터와 함께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 김아영 작가
    김아영 작가

전현희 : 먼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매년 선정하는 미술부문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에 선정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안타깝게도 현재 프랑스 파리에 체류 중으로 시상식에는 참여하지 못했는데요. 수상 소감 간략히 부탁드립니다. (김아영 작가는 ‘한불상호교류의 해’ 130주년의 일환으로 〈난지x파비옹 레지던시 프로젝트〉에 참여하여 올해 11월 초부터 8개월간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팔레 드 도쿄(Palais de Tokyo)미술관 산하에 있는 파비옹(Le Pavillon) 레지던시에 체류 중이다.)

김아영 : 먼저 수상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현재 저는 레지던시 프로그램으로 파리에 체류 중으로 직접 상을 받지 못해 유감이었습니다만, 제게는 아버지께서 대리 수상하신 것이 남다른 의미가 있었습니다. 지난해부터 지속해 온 프로젝트 〈제페트, 그 공중정원의 고래기름을 드립니다, 쉘〉 시리즈가 제 개인사와 아버지의 이야기들을 조금씩 다루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수상은 그동안 제가 관심을 갖고 있는 것들과 도모해 온 일들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제페트〉 시리즈들 중 일부는 건설회사 직원이었던 작가의 아버지가 머물렀던 산유국 쿠웨이트의 근대화와 한국의 근대화 과정을 교차해 다루고 있다.)

차승주 : 올해는 특히 활발한 활동과 활약을 보여주신 것 같습니다. 제56회 베니스비엔날레 미술전 총감독인 오쿠이엔위저가 기획하는 국제전 《All the World's Future》, 서울시립미술관 전시 등 최근 국내외 굵직한 전시들에서는 역사적 사료 등 공적 기록을 리서치해서 사운드 및 텍스트, 퍼포먼스 등의 다양한 매체적 실험으로 구현된 작품을 보여주었습니다. 최근 작업들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김아영 : 제가 2010년부터 진행한 프로젝트들은 모두 저의 공통된 관심사들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다양한 시공간 위에서 거시사와 미시사가 교차하는 지점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근대의 발명품’이라고 불러도 좋을 만한 요소들이 작품에 계속 등장해오고 있습니다.
2014년부터 시작된 〈제페트, 그 공중정원의 고래기름을 드립니다, 쉘〉 시리즈들에서 저는 근대에 이르러 에너지원으로 재조명된 역청-석유자원과 이에 영향을 받은 다양한 시공간들을 주목하였습니다. 시리즈 중 3번째 버전은 올해 제56회 베니스비엔날레 미술전의 본 전시인 《All the World's Future》(모든 세계의 미래)를 위해 제작되었습니다. 사운드 퍼포먼스 형태로 구현되는 본 작업은 하나의 버전마다 각기 다른 형식을 지닌 독립 프로젝트로 존재하며, 근대의 발명품으로서 석유자원과 이를 둘러싼 이야기들을 다양한 시공간 속 인물들의 형체 없는 목소리를 통해 소환합니다. 뿐만 아니라 맥락(context)과 의미구조를 지닌 언어(리브레토 libretto)가 음악적 구성과 접목되었을 때 나타나는 충돌, 이 충돌을 초월하는 제3의 지점에 대해 탐구하기 위한 시도입니다.

차승주 : 한국과 영국에서 시각디자인, 사진을 전공한 후, 활동 초반에 영상 및 설치 작업을 하다가 본격적으로 최근 작품들에서 사운드 퍼포먼스 형태의 작업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렇게 작업의 내용적, 형식적 스펙트럼이 확장된 어떠한 계기나 경험이 있었나요?

김아영 : 저는 저의 관심사들을 어떻게 구현해낼지 등 형식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며, 2011년에 베타니엔스튜디오에 머물면서 이러한 고민들에 더욱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시대에 따라 새로운 방법론과 형식이 고민되어야 한다고 믿고 있기에, 저는 저의 구현방식이 기존에 시도되지 않았던 것이었으면 하고 가능하다면 새로운 방식을 개발하고자 합니다. 그런 이유로 〈제페트〉 시리즈는 각 버전들의 형식이 다릅니다.
또한, 제가 공연과 퍼포먼스라는 형태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저의 열망에서도 비롯됩니다. 저는 작가의 손에서 벗어난 순간이 곧 출발의 지점이 되는 ‘전시’라는 예술 행위를 좋아하는 것과 동시에 이러한 요소들이 어우러져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되는 그 순간의 희열을 경험하고 싶은 열망을 갖고 있습니다.

차승주 : 프랑스 파리에서 현재 하고 계시는 작업에 대해서도 최근의 작업들과 연장 선상에서 이루어지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현재 진행 중인 작업에 대해서도 간략하게 소개 부탁드립니다.  

김아영 : 프랑스에서 체류하는 동안에는 국립 오페라단원들과 협업하여 2016년 6월 팔레 가르니에(국립 오페라극장)의 무대를 제외한 신바로크 양식의 볼룸, 복도, 계단 등에서 퍼포먼스 및 공연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양 기관의 협업 프로젝트로 이루어진 프로그램이기에 프랑스 국립자료원 INA의 자료들을 마음껏 사용할 수 있습니다. 팔레드도쿄와 국립자료원의 협업이 이들에게도 매우 중요한 시도이자 의무로 받아들여지고 있기에, 저는 이러한 풍부한 조건들을 활용하여 어떠한 것들을 끌어낼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또한, 2016년 3월 중순에는 서울시립미술관 협력으로 파비옹 참여작가 및 관계자들이 서울에 모여 3주간의 워크숍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전현희 : 올해 가장 큰 화제가 되었던 베니스비엔날레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많은 분들이 비엔날레에 초청된 과정, 준비기간의 경험들을 궁금해 할 것 같습니다. 대형 전시를 준비하면서 어떠셨는지, 어떤 애로사항들이 있었는지, 또 어떤 값진 경험을 얻으셨는지 궁금합니다.

김아영 : 2015년 3월 베니스비엔날레 재단에서 작가리스트를 공개하기 전까지 모든 진행과 논의를 비밀로 할 것을 계속해서 당부받았습니다. 그렇기에 다른 참여 작가들이 누구일지 전혀 알 수 없었고, 거의 반년 동안을 제 작업에 집중했습니다.
제가 참여하게 된 것은 제 작업과 오쿠이엔위저 감독의 이전 전시가 보여준 지향점이 유사하고 이번 전시의 형식적인 특성 또한 유사한 것이 많은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사회정치적 맥락이 배경으로 존재하면서 예술로서의 자율성 또한 극대화될 수 있는 지점을 지향하고 있다는 인상을 오쿠이엔위저 감독의 이전 전시들에서 받아왔습니다. 저 또한 당시 비슷한 이유로 사운드와 음악의 속성을 가지고 실험(지배적인 언어가 추상적인 소리가 되고, 소리가 곧 언어가 되며, 언어들이 모여 흥얼거릴 수 있는 음악이 되기도 하는 형식적인 실험들)하는 중이었기에 유사한 점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전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136명의 작가가 사운드프로젝트, 오라토리오, 연극, 퍼포먼스 등 실황성(liveness)에 관련된 다양한 방식의 특별 프로젝트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다양하고 다성음악적(polyphonic)인 부분들이 제 작업과 관통하는 지점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억에 남을 만한 멋진 경험은 바로 현지 퍼포머들과의 작업이었습니다. 산마르코 대성당 소속 합창지휘자인 저스틴 라파치올리가 지휘를 맡았고, 합창 경험이 풍부한 혼성 보이스퍼포머 7인이 참여했습니다. 리허설을 시작할 때부터 이미 능숙하게 연습 되어 있었던 덕분에 7회의 퍼포먼스를 멋진 공연으로 만들어 주었습니다. 물론 현지 코디네이터를 통해 퍼포머들을 섭외하는 과정은 비엔날레 재단에서 필요로 하는 예기치 못한 행정적 계약 조건들로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그러나 모든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퍼포머들과의 교감이 제게 멋진 기억을 남겨주었습니다. 소리의 씨실과 날실로 다성성을 체험하게 해 준 것을 아주 기쁘게 생각합니다.

전현희 : 작가님은 2009년 AYAF(ARKO Young Art Frontier)로 선정되시고, 현재 유럽에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계십니다. 보통 신진작가들이 국제적으로 활발하게 활동하는데 장벽을 많이 느끼는데요. 작가님처럼 되기를 희망하는 후배 예술가들 또는 활발한 국제교류를 꿈꾸는 시각예술가들에게 줄 수 있는 조언이나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김아영 : 저의 경우에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잇따른 지원(2009년~2010년 AYAF 선정, 2011년 독일 베를린 베타니엔 스튜디오 참가)이 제가 가지고 있던 관심사와 작품 활동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하는 데 결정적인 힘이 돼주었습니다. 지원금들이 모두 제가 유럽에 체류하던 시기에 결정되었기 때문에 다원화된 환경에서 지속적으로 작업할 수 있도록 해주었습니다. 특히, 2011년 베타니엔 스튜디오에서 보낸 1년의 시간은 제가 작업과 리서치에만 완전히 집중할 수 있도록 해주었으며, 저는 이 기간 동안 작업에 집중하며 〈PH 익스프레스〉(2011)라는 작품을 완성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AYAF 지원을 받은 다양한 분야 예술가들이 모이는 자리를 통해 김희라 작곡가를 만나 〈제페트〉 시리즈의 협업을 시작하게 된 것도 제게 큰 의미가 있습니다.
저는 예술가의 활동 방식에 정답은 없다고 생각하며, 제가 국제 활동에 조언을 줄 수 있을 만한 위치에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모든 예술가들이 스스로의 작업 활동과 관심사에 대한 열정이 비슷하다고 생각했을 때, 더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은 외국어 소통능력, 고집, 그리고 유연함 등이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저의 경험에 빗대어 보자면, 다면적인 사고가 시야를 넓히는 데 많은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저는 짧지도 길지도 않은 해외 체류 경험과 과거 여러 전공 분야에서 경험을 쌓아왔기에 어떠한 문화 및 영역에 완전히 종속되지 않고, 경계에 있음을 자주 느껴왔습니다. 이것은 내부자도 외부자도 아닌 시선이기에 소속감이 없다는 측면에서 단점이 되기도 했지만, 관심을 갖는 현상에 대해 다면적으로 사고하는 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가능하다면 구축된 시스템을 등한시하지 않고, 전유, 재이용 등의 방법들을 활용하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제가 이렇게 몇 가지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저는 본인 스스로가 본인에게 가장 적합한 방법들을 가장 잘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전현희 :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시각예술뿐만 아니라 다양한 예술 분야의 예술가들을 지원하는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작가님도 문예진흥기금 후원으로 여러 가지 레지던스프로그램 및 전시 등에 참여하셨는데요. 시각예술 분야 예술가로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 혹은 예술가 지원정책 등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김아영 : 종종 유럽에서, 다양한 기관들의 유연한 협력관계를 통해 단순한 프로젝트에서부터 거대한 프로젝트까지 공동 프로덕션이 활발히 벌어지고 있는 모습을 봅니다. 하나의 프로젝트를 위해 예술기관뿐만 아니라 다양한 기관이 모여 각 기관들의 특화된 자원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프랑스 미술관인 팔레드도쿄, 국립자료원, 국립오페라단 간의 협업프로젝트가 있습니다. 경제적인 지원과 더불어 기존의 인프라구조를 활용할 수 있는 유연한 조건들이 있다면 예술가들에게 매우 유익할 것이라 생각됩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경제적인 지원의 수단은 있지만 이러한 협업프로젝트들이 쉽게 일어나지 않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예술가들에게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문예진흥기금 등 여러 기관의 지원금은 작업의 지속성 여부를 결정할 만큼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향후, 경제적 지원뿐만 아니라 다양한 기관들과 연계하여 여러 자원을 제공하는 프로젝트들이 생긴다면 무척 흥미로울 것 같습니다.  

전현희 : 바쁜 와중에도 인터뷰에 참여해주신 작가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PH 익스프레스(2011), 2채널 비디오, 31분
    〈PH 익스프레스〉(2011), 2채널 비디오, 31분
  • 레일웨이 트래블러스 핸드북, 6채널 사운드 드라마, 약 28분, 서울 문래예술공장 박스씨어터 설치
    〈레일웨이 트래블러스 핸드북〉, 6채널 사운드 드라마, 약 28분,
    서울 문래예술공장 박스씨어터 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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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5.1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