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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과 사람

Interview _ 무대제작감독 사카 밀로이(Sacha Milroy)

정지인 (아르코예술인력개발원)
  • 무대제작감독 사카 밀로이(Sacha Milroy)
    무대제작감독 사카 밀로이(Sacha Milroy)
  • Frankenstein의 무대모형
    〈Frankenstein〉의 무대모형

2014년 10월, 영국 국립극장에서 20년간 일하며 영국 공연예술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제작감독 사카 밀로이(Sacha Milroy)가 한국을 방문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예술인력개발원이 주최하는 ‘2014년도 국제공연예술전문가시리즈(이하 AIPAPS)’ 첫 번째 행사인 〈무대제작감독 워크숍 및 초청강연〉에 참가하기 위해서였다. 그녀의 워크숍은 10월 28~30일까지 3일간 아르코예술인력개발원 실험무대에서 진행되었고, 초청강연은 10월 31일(금) 마포아트센터 3층 플레이맥에서 열렸다. 그녀는 〈Frankenstein〉, 〈His Dark Materials〉, 〈War Horse〉와 같은 영국 국립극장 주요 작품을 작업해 왔다. 바쁜 일정을 쪼개 한국에 온 그녀를 만나 그녀의 강연과 영국에서의 작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Q. 안녕하세요. 영국에서 11시간 넘게 비행을 하고 한국에 오셨습니다. 처음 공항에서 뵜을 때, 본인 가방보다 더 큰 무대모형 화물을 들고 나타나셔서 놀랐는데요. 워크숍과 강연을 위해 준비해 온 자료가 정말 풍부했는데, 이번 AIPAPS를 어떤 마음가짐으로 준비하셨나요?

준비하는 과정에 정말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워크숍을 어떻게 짜야겠다는 대략적인 아이디어는 있었죠. 우선 각각의 주제에 필요한 자료 리스트를 작성했습니다. 저와 어시스턴트인 Suzy Morgan은 계속해서 진행되는 수많은 공연들의 사진과 도면, 참고자료를 샅샅이 훑고 조사했습니다. 영국 국립극장 안에는 많은 부서가 있는데요. 홍보마케팅부, 디지털 드로잉&디자인팀 등 극장에 있는 거의 모든 부서에 필요한 자료들을 요청했습니다.
제 프레젠테이션은 자료가 생길 때마다 계속 수정되었고, 한국 학생들에게 좀 더 흥미로울 것 같은 자료라고 생각되면 계속 수정했습니다. 충분한 자료를 만들었는지, 강연을 해도 될 정도의 수준인지에 대해 걱정했던 순간도 있었습니다. 정말 걱정했지만, 워크숍이 시작되고 학생들의 반응을 보면서 긍정적인 확신이 들었죠.
 
Q. 이건 꽤 고루한 질문인데요. 어떻게 무대예술 분야에서 일하게 되었는지 말씀해주시겠어요?

전 사실 배우가 되고 싶었어요. 대학에 갔을 때, 제 전공은 음악, 춤, 드라마가 혼합된 연극 학과였죠. 제가 극장을 사랑하는 건 알았지만, 음악적으로도 꽤 많은 경험이 있었어요. 피아노, 플롯, 하프(Harp)도 연주했고 물론 노래도 좋아했죠.
하지만 대학을 졸업하고 2년 뒤에 연기가 아닌 무대기술 쪽으로 가야겠다는 결심을 했습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프리랜서 무대감독(Stage Manager)이 되었고, 스코틀랜드(Scotland) 에든버러에 있는 레퍼토리 극장에서 잠시 동안 무대감독(Stage Manager)으로 일했습니다. 제작감독(Production Manager)으로 일한 지 최초의 9년 동안은, 중간 정도 규모의 투어 공연 회사에서 일했고, 그다음엔 다양한 규모의 극장과 축제회사에서 일했습니다. 2002년에 영국 국립극장에 제작매니저로 합류했고, 2012년에는 안식년을 가지면서 셰익스피어 글로브 극장에서 제작책임자(Executive Producer)로 지냈으며, 2013년 다시 국립극장의 제작감독(Head of Production)으로 돌아갔습니다.
 
Q. 정말 쉬지 않고 한 분야에서 경험과 경력을 쌓아오셨고,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수없이 많은 크리에이티브팀과 작품들을 만나셨을 텐데, 잊을 수 없는 작품이나 협업의 순간이 있으신가요? 있다면 그 이유와 배운 점은 무엇인가요?

제작감독으로서의 하이라이트는 〈Frankenstein〉, 〈His Dark Materials〉, 〈War Horse〉입니다. 모두 국립극장 내 올리비에 극장에서 이루어진 작품이죠. 수없이 많은 제작적, 기술적 도전이 있었습니다. 〈War Horse〉에서는 창작에 대한 수많은 목소리가 있었고, 팀은 이를 관리하고 해내기 위해 정말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물론 이 공연 자체가 무척 특별하기도 하고요.
제가 배운 것들 중에 하나는 ‘자신이 얼마나 준비했느냐와 상관없이 일은 언제나 잘못될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이 잘하고 있느냐는 것은 문제나 위기를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달려있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안정적이며 신중하고 침착한 의사결정을 하기 위해 제작감독이 필요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크리에이티브팀과 테크니컬팀간의 신뢰를 가지는 것입니다. 제가 배운 게 또 있다면, 그건 ‘즐겨야 한다’는 거죠.

Q. 한국에 계시는 동안 공연예술분야에서 일하는 몇몇 스태프들을 만나셨습니다. 그들에 대한 인상이나 영국과 한국의 스태프 간의 차이 등 느끼신 게 있으신가요?

뭐라 말하긴 어렵지만… 아마 저희가 제작과정을 좀 더 세밀하게 만들어 놓은 것 같습니다. 영국에서는 크리에이티브팀과 어떻게 일해야 하는지, 테크니컬팀 등 서로가 어떻게 협업해야 하는지가 잘 정립되어 있어요. 특히 영국 국립극장은 지난 10년 동안 이를 잘 정립해 왔죠. 이건 아마 한국과 조금 다른 점일 것 같네요.
 
Q. 제작감독(Production Manager)의 역할에 대해 말씀해주신다면요?

제작감독은 협력자(Collaborator), 의사전달자(Communicator), 문제해결자(Problem Solver)입니다.
크리에이티브팀 포부의 조력자, 시간과 돈, 사람과 자원의 매니저, 테크니컬팀의 리더의 역할을 합니다. 또한, 무대장치 요소를 결정짓는 과정을 감독·관리하는, 좋은 의사결정자로 필요한 커뮤니케이터가 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어떤 스트레스 상황에서도 침착해야 합니다.
 
Q. 저녁 늦게까지 일하시고, 주말도 극장에 나오시면서 스트레스를 받으실 텐데요. 그럼에도 이 일을 사랑하고 즐기시는 것 같아요. 직업에 대한 본인만의 철학이 있으신가요?

긍정적이게, 열정적으로, 열성을 다하자!
될 수 없다고 말하는 대신 해결책과 대안책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No”라고 말하는 건 누구에게나 쉽습니다. 실패가 두려워서 무언가를 도전하지 않는다는 건 어리석죠. 일을 할 때, 사람들의 의견을 열린 마음으로 들어야 하고, 스스로에게도 솔직해져야 합니다. 문제가 발생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해결책을 찾을 시간을 스스로가 가져야’ 하고, 다음 주쯤이면 이 문제에 대해 새카맣게 잊게 될 거라는 것, 다만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할 거라는 걸 알아야 합니다.
 
Q. ‘한국 공연예술 스태프들이 이것만은 꼭 알았으면 좋겠다’ 하는 것이 있을까요?

저는 사람들이 크리에이티브팀과 그들의 예술관에 관여하고, 작품제작 협업과정에서 한 명의 구성요소로 가능한 한 많이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스태프들은 그들이 구상한 것을 무대에 이루어 내고 싶어 하고, 그것도 ‘최대한 좋은 상태’로 만들고 싶어 합니다. 또한, 크리에이티브팀과 일한다는 것은 종종 예산을 줄여야 하는 상황과 부딪히게 되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크리에이티브팀이 디자인을 시작하기 전에 명확한 한도를 설정하고, 실질적인 아이디어에 피드백을 주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지출을 시작하기 전에, 예산을 정확하게 책정하고 손익 계산을 마치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하죠.
 
Q. 영국 국립극장이 잘 조직화된 비밀은 무엇인가요? 또 영국 국립극장 성공의 비결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제 생각에 비결은 기술적 전문가(Technical Expertise)를 프로젝트 바로 일선에 배치한다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제작감독(Head of Production)인 제가 작품 계획의 아주 초기 단계부터 개입하게 되죠. 저와 제 팀원들이 예산과 일정에 대해 조언하고, 각각의 프로젝트에 대한 명확한 한계를 설정할 수 있게 크리에이티브팀을 도와줍니다. 또한, 영국 국립극장은 굉장히 명확한 제작과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영국 국립극장은 굉장히 높은 생산 가치와 긍정적이고 유연한 태도도 가지고 있습니다. 그 과정을 자세히 살펴보면,
  1. 내부 회의(1차) : 작품에 할당될 예산, 자원, 스태프를 정함
  2. 내부 회의(2차) : 크리에이티브팀이 작업 가능한 예산 및 일정 등에 대한 윤곽을 그림
  3. 1차 무대모형(White Card Model) 검토 : 시간과 예산 내에서 해당 디자인이 가능할지에 대한 피드백
  4. 대략적인 원가 피드백 : 크리에이티브팀에게 바뀌어야 할 부분을 알려줌
  5. 최종 모델 검토 : 최종 모델을 보고 예산 검토를 하고, 최종적으로 예산을 확정
  6. 최종 예산 승인 : 각각의 팀에서 사용하게 될 예산에 대해 동의
  7. 정기적인 예산 업데이트 : 제작매니저(Production Manager)와 제작감독(Head of Production)이 정기적으로 예산을 업데이트하고, 경영진과 프로듀서로부터 피드백을 받음
 
Q. 아르코예술인력개발원에서 3일간의 워크숍을 가지셨는데요. 어떠셨나요?

6시간 동안 계속 말한다는 게 정말 힘들다는 걸 알았죠. 하하하. 정말 많이 말했어요! 이 워크숍을 준비하기 위해 많은 걸 했지만, 사람들이 관심 있어 할지, 유익해할지 확신이 없었습니다. 첫날에는 학생들이 무슨 생각하는지도 알기 어려웠죠. 하지만 점점 워크숍이 진행되면서 참가자들이 긍정적인 피드백을 해주고, 저도 더욱 집중하게 되면서 걱정을 덜고 즐겁게 마무리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Q. 이번이 첫 한국 방문이셨죠? 영국 국립극장으로 돌아가 동료분들에게 가장 이야기해주고 싶은 게 무엇인가요? (한국 음식, 패션, 거리, 사람들, 미술관, 건물 등)

제일 좋았던 건 광장시장에서 먹은 팬케이크예요. 빈대떡이었나요? 한국인들이 퇴근 후에 친구들과 모여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 보기 좋았어요. 시끌벅적한 그 느낌도 너무 좋았고요. 한국가구박물관과 무대미술가 윤시중과의 인터뷰, 비빔밥과 한국식 BBQ도 기억에 남습니다. 자하 하디드(Zaha Hadid)가 디자인한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건물도 정말 마음에 들었어요. 서울을 다 둘러보기에는 슬프게도 시간이 많지 않았지만, 정말 멋지고 아름다운 시간이었습니다. 이 모든 걸 진행해주고 함께 해준 아르코예술인력개발원 측과 참가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처음엔 여기가 낯설었지만 이젠 한국이 그리울 것 같네요.
 
감사합니다. 저도 에너지 넘치는 워크숍과 초청강연에 감명받았습니다. 7박 8일간의 일정이 끝나는 지금이 너무 아쉽네요. 이제 한국이 익숙해지고 좋아지셨다니, 가까운 미래에 또 뵐 수 있길 기대하겠습니다.

네. 고맙습니다. 잘 지내요!


  • 무대제작감독 워크숍 작품제작 협업에서 제작감독의 핵심역할 을 진행 중인 모습
    무대제작감독 워크숍 〈작품제작 협업에서 제작감독의 핵심역할〉을 진행 중인 모습

    (사진: 아르코예술인력개발원)


[기사입력 : 2014.1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