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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SIDance, PAMS, SPAF, 그리고 국립발레단
문화융성과 예술 공연, 그리고 공공성

장광열 (무용평론가)
  • 〈Sun〉 안무 호페쉬 쉑터
    〈Sun〉 안무 호페쉬 쉑터 ⓒGabriele Zucca
  • 〈징슈필〉 Conception 마기 마랭
    〈징슈필〉 Conception 마기 마랭 ⓒ박상윤
  • 아프리카 남미 댄스 익스체인지
    아프리카 &남미 댄스 익스체인지 ⓒ박상윤

10월을 전후로 한국의 공연예술계, 특히 수도 서울은 연일 춤으로 넘쳐났다. 한국을 대표하는 공연예술축제인 서울세계무용축제(Seoul International Dance Festival, 이하 SIDance)와 서울국제공연예술제(Seoul Performing Arts Festival, 이하 SPAF)에다 올해 10회째를 맞은 서울아트마켓(Performing Arts Market in Seoul, 이하 PAMS)의 쇼케이스와 링크 공연, 그리고 M극장과 포스트극장 등 춤 전용극장에서의 기획공연에 이르기까지 세계 최대의 춤 시장인 뉴욕과 파리의 춤 공연 숫자에 버금갈 정도로 서울의 경우 많게는 하루 9~10개의 춤 공연이 관객들을 기다렸다.
그중에서도 SIDance의 〈징슈필〉과 PAMS 무용 쇼케이스에 선보인 〈인간의 리듬〉, SPAF의 〈Sun〉, 그리고 국립발레단의 〈교향곡7번〉과 〈봄의 제전〉은 춤 공연의 양식 면에서 단연 주목을 끌었고, 막이 내린 후에도 여전히 많은 이야기들을 남겼다.

l 호불호가 극명했던 〈징슈필〉, 지역 공연장과 유명 축제의 협업이 만들어낸 모범적인 유통 사례

공연 전 마기 마랭의 최신 안무작이라고 알려졌던 〈징슈필(Singspiele)〉(9월 25일,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은 마기 마랭(Conception)과 다비드 망부슈(Performer), 뱅자맹 르브르똥(Set Design)의 공동작업의 산물이었다.
한 명의 남자는 종이 가면을 사용, 각기 다른 인물의 페이스로 변화시키면서 정장 수트, 실크 드레스, 화려한 기모노 등 갖가지 옷을 걸치고 벗으면서 각기 다른 움직임을 절충시킨다. 무대 오른편에서부터 왼편으로 천천히 이동하는 것으로 1시간의 공연이 끝나는 이 작품은 춤 공연을 기대하고 왔던 관객들에게는 단순한 퍼포먼스 같은 완전히 다른 양식의 공연으로 받아들여졌고, 결국 호불호가 극명하게 표출된 무대였다.
“원 맨 멀티쇼”라고 표기한 프랑스 언론의 표현이 공연의 성격을 가장 잘 대변해주고 있다. 이 작품은 춤과 텍스트 외에도 소리, 리듬, 시각적 이미지가 절충되었던 안무가 마기 마랭의 여타 작품과 비교해 보더라도 그녀의 흔적을 발견하기란 결코 쉽지 않았다.
안무란 말 대신에 콘셉트(Concept)란 단어를 사용하고 있는, 수년 전부터 보여지고 있는 유럽의 춤 공연 형태와 견주어 보더라도 〈징슈필〉에서 마기 마랭의 콘셉션은 충분히 논란이 될 만했다.
올 2월 프랑스의 툴루즈에서 초연된 이 작품은 9월 19일과 20일 대전예술의전당에서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공연되었고, 이어 서울에서 선보였다. 지역의 공연장에서 초청한 해외 단체의 작품이 서울의 유명 춤 축제와 연계해 더 많은 관객들에게 볼 기회를 제공한 이 같은 협력 과정은 춤 상품의 유통 확장을 넘어 관객들을 위한 효율적인 서비스란 점에서도 바람직한 사례가 아닐 수 없다.

l 100여 명의 외국 델리게이트들이 열광한 PAMS 초이스 〈인간의 리듬〉
 
(재)예술경영지원센터가 주최한 PAMS는 올해로 10년째를 맞았다.
한국 공연예술단체의 해외 경쟁력 및 자생력 강화, 해외 진출을 희망하는 우수 공연예술 작품을 발굴하여 전략적인 해외 진출 지원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2005년에 처음 시작한 PAMS는 출범 당시 공연 작품의 국제적인 유통 구조가 빈약했던 국내 공연예술계의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았었다.
10월 7일부터 11일까지 국립극장 일원에서 열린 2014년 PAMS에는 350여 명의 외국인을 포함해 1,700여 명이 참가 등록을 했다. 부스 전시, 학술행사, 네트워킹 등의 프로그램 중 가장 중심이 되는 것은 아무래도 공연 프로그램이다. 이중 PAMS 초이스는 매년 공모와 심사를 통해 선정된 작품을 대상으로 쇼케이스 기회가 주어지며, 유명 국제 공연예술 축제나 마켓에 집중적으로 홍보된다. 올해 PAMS 초이스에는 모두 10개의 작품이 선정되었으며 이 중 3개가 무용 작품이었다.
그라운드제로프로젝트의 〈아가페(Agape)〉(안무 전혁진)는 춤이 중심이 되면서 다양한 오브제가 결합된 작품이었고, 시나브로 가슴에의 〈휴식(Rest)〉(안무 김제영)은 스포츠와 춤을 결합시킨 소극장용 2인무 작품이었으며, 엠비규어스 댄스 컴퍼니의 〈인간의 리듬〉(안무 김보람)은 5명 무용수들의 움직임 변주에 중점을 둔 작품이란 점에서 각각 그 차별성이 확연하게 비교되었다.
이 중 10월 9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공연된 〈인간의 리듬〉은 음악의 색깔에 따라 적절하게 변주되는 댄서들의 움직임 조합과 춤의 분위기를 기막히게 변화시키는 절묘한 타이밍, 그리고 댄서들의 출중한 움직임 등이 결합된 수작(秀作)으로 극장을 가득 메운 해외 델리게이트들로부터 뜨거운 갈채를 받았다.
최근 세계 춤 계의 조류는 무용을 중심으로 타 예술 장르가 넘나드는, 또는 영상이나 테크놀로지 등이 춤에 접목되는 크로스오버 경향을 넘어, 무용수들의 움직임, 춤이 절제된 콘셉트의 공연을 넘어, 다시 몸으로 돌아가는(Back to the Body) 경향이 농후해지고 있고 그런 점에서 〈인간의 리듬〉은 유럽이나 미국 등 춤 축제나 춤 전용극장의 감독들에게는 구매 의욕을 자극시키는 상품으로서의 경쟁력이 그만큼 높아 보였다.
국제 춤 시장에서 한국 안무가들에 의해 창작된 컨템포러리 댄스의 상품으로서의 경쟁력은 아직은 미약하다. 한국 안무가들의 작품만으로 원 나이트 공연을 한다고 했을 때 자발적으로 표를 사서 입장하는 관객들을 확보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아직은 대한민국이란 나라가 갖고 있는 문화예술적인 이미지가 약하고, 한국 안무가들의 우수성에 대한 공신력 또한 부족한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나라 안무가들의 창작 공연이 해외 무대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PAMS와 같은 마켓의 기능이 중요하다. 출범 10년을 맞는 PAMS는 그런 점에서 새로운 변신이 필요하다. 외국의 델리게이트들을 위해 편성한 올해 PAMS 링크 춤 공연 프로그램의 경우 24개로 그 가짓수가 너무 많고, SIDance나 SPAF의 경우 모든 공연을 연계시키고 있는 등 선별 과정이 없이 나열식으로 배정되어 산만하고 변별력이 없는 등 적지 않은 문제점을 노출시켰다.
PAMS가 공신력 있는 아트마켓으로서의 기능을 다하려면 마켓의 성격에 맞는 질 높은 프로그래밍이 절실히 필요하다. 이와 함께 전년에 이어 올해도 국제행사의 프로그램이라고 하기에는 부실하기 그지없었던, 개막 프로그램도 반드시 보완되어야 할 것이다.

l SPAF의 가장 뜨거운 작품, 호페쉬 쉑터의 〈SUN〉        

SPAF는 연극과 무용이 중심이 되는 공연예술 축제란 점 외에도 국내외 안무가들의 작품이 함께 선보인다는 점에서 같은 기간에 열리는 SIDance와 유사하다.
올해 해외 프로그래밍의 경우 SIDance가 여러 나라의 크고 작은 서로 다른 규모의 작품이 혼재한 양상을 보였다면, SPAF는 가짓수가 적은 대신, 큰 규모의 성격에서도 판이한 프로그래밍을 선보였다는 점에서 대조되었다.
벨기에 니드컴퍼니의 〈머쉬룸(Mush-Room)〉(안무 그레이스 알렌 바키)이 음악과 댄서들이 거의 쉼 없이 내뱉는 텍스트, 그리고 천장에 매달려 움직이는 버섯 세트가 주는 시각적인 효과가 지배하는 작품이었다면, 영국 호페쉬 쉑터 컴퍼니의 〈SUN〉(안무 호페쉬 쉑터)은 댄서들의 움직임에 의한 폭발적인 에너지를 만끽한 강렬한 작품이었다.
오래전 부산국제무용제에 초청되어 자신의 춤을 선보이기도 했던 호페쉬 쉑터는 안무가로 성공, 유럽에서 가장 핫한 안무가로 부상했으며, 2010년 〈Political Mother〉, 2012년 〈반란〉과 〈당신의 방〉을 LG아트센터에서 공연하여 국내 관객들로부터도 호평을 받았다.
“이 작품의 마지막 장면을 잠깐 보여드릴게요.”라는 자막과 함께 짧은 춤이 선보여지고 “이제 우리가 어디로 흘러가는지 아시겠죠. 다 괜찮을 거예요.”라는 자막으로 처리한 작품의 도입부는 실로 파격적이었다.  
그는 영화나 문학 작품에서나 볼 수 있는 ‘플래시-포워드(Flash-Forward)’ 기법을 무용에 사용했다. ‘플래시-포워드’는 이야기 도중 미래의 한 장면을 삽입하는 표현 기법으로, 화면 등이 뒤의 장면으로 갑자기 건너뛰는 것을 말한다.
이 도발적이고 강렬한 첫 장면은 관객들을 꼼짝없이 작품에 몰입하도록 했고 한순간도 무대 위에서 시선을 벗어나지 않게 만들었다. 18세기를 연상시키는 바로크풍의 실크 블라우스와 바지 의상, 종이로 만든 양들과 늑대의 등장, 길게 고함을 내지르는 여인과 탬버린을 들고 연신 무대를 휘젓는 스토리텔러의 등장, 그리고 의도된 잦은 암전은 유머와 공포가 공존하는 독특한 분위기로 끌고 갔다. 작품 속에서 읽혀지는 안무가의 메시지는 감각적인 음악과 분출하는 무용수들의 역동적인 군무가 주는 강렬함에 이내 파묻혀 버렸다.
이 작품은 무용이 인간의 몸을 매개로 하는 예술임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으며 “더 이상 새로운 움직임은 없다.”라고 말하는 안무가들의 고민을 여지없이 부정하게 만들고 있었다.
끊임없이 자신들의 몸을 혹사하는 14명의 댄서들 중 한국인 무용수 김예지의 움직임에도 시종 눈을 뗄 수 없었다. 〈머쉬룸〉에서 허성임의 열연과 함께 해외 프로무용단에서 맹활약하는 한국인 무용수들의 출중함을 확인하는 순간 전해진 자부심은 또 다른 즐거움이었다.

l 예술감독의 안목을 확인시킨 국립발레단의 〈교향곡 7번〉, 〈봄의 제전〉

올해 2월 초에 국립발레단의 단장 겸 예술감독으로 부임한 강수진이 온전히 자신의 생각에 의해 결정한 정기공연 작품은 안무가 우베 숄츠의 〈교향곡 7번〉과 클렌 테들리의 〈봄의 제전〉이었다.
10월 16일부터 19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한국의 관객들에게 처음 선보인 이들 두 작품은 그동안 몇몇 해외 발레단과 유니버설발레단, 그리고 국립발레단이 간간이 보여주었던 컨템포러리 발레와는 다른 성격으로 주목을 끌었다.
〈교향곡 7번〉이 음악과 댄서들의 움직임 조합을 중요시하는 네오 클래식 발레의 유형에 가까웠다면, 〈봄의 제전〉은 서양의 현대무용에서 보여지는 보다 자유로운 구성과 파격적인 움직임으로 대비를 이루었다.
몸 전체를 감싼 의상과 정형화된 움직임에 익숙해진 국립발레단 무용수들에게 신체의 라인을 분명하게 드러내는, 몸에 딱 달라붙는 타이즈 차림의 의상과 남성 무용수들의 경우 온몸을 드러내는 적지 않은 노출과 안무자에 의해 조합된 움직임 ― 빠른 템포로 이루어지는 시작과 정지, 잘 사용하지 않던 근육에 의한 완급의 조절 ― 등은 그 자체로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평자의 이 같은 우려가 완전히 불식된 것은 아니지만 국립발레단의 무용수들은 어렵기로 소문난 두 작품을 기대 이상으로 소화해 냈다. 〈교향곡 7번〉에서 여성 무용수들의 움직임은 〈봄의 제전〉의 주축 무용수였던 남성 무용수들에 비해 전체적으로 신체의 유연성이나 춤의 질에서 상대적으로 앞선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현대적인 감각의 작품에서 요구되는 시선 처리나 동작 사이사이의 유연성과 파트너십, 음악과 춤의 앙상블 조합에서는 아쉬움을 남겼다.  
두 작품의 선택은 국립발레단 신임 예술감독으로서 강수진의 감각과 안목을 가늠할 수 있는 잣대란 점에서도 이번 공연에 대한 관심은 컸고 결과는 긍정적이었다. 클래식 작품 위주로 공연하던 과거와는 달리 이즈음 세계 일급 메이저 발레단들은 컨템포러리 발레 작품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컨템포러리 발레 레퍼토리는 관객 확보, 다양한 공연기획, 재원 확보, 그리고 발레단의 효율적 운영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반면에 컨템포러리 발레의 레퍼토리 확보를 위해서는 유능한 안무가 및 스태프들과의 협력 작업이 매우 중요하다. 돈만 있다고 해서 훌륭한 작품을 모든 발레단에서 공연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강수진은 메이저 단체인 슈투트가르트발레단에서 30년 동안 활동하면서 다양한 스타일의 발레 안무가들과 작업했고 또한 단원들의 훈련과 작품을 지도하는 적지 않은 숫자의 유능한 트레이너들과도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강수진이 구축한 이 같은 폭넓은 인맥과 유연한 대인관계가 해외 유명 극장 및 페스티벌 진출과 공동 작업, 명작 컨템포러리 발레 레퍼토리의 확보 등 국립발레단의 국제교류와 단원들의 훈련 체계를 업그레이드시키는데 크게 기여할 것이란 기대는 기우가 아니었다.
아무 발레단에나 선뜻 내주지 않는 작품을 짧은 시간 안에 공연할 수 있도록 섭외하는 수완과 국제적인 인맥, 쉽지 않은 작품에서 보여준 국립발레단 단원들의 변모된 모습을 지켜보면서 메이저 발레단으로 세계무대에서 경쟁할 수 있는 국립발레단의 새로운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던 것은 확실히 한국 발레의 앞날을 위해서도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SIDance와 SPAF, PAMS, 그리고 국립발레단은 수억 원에서부터 수십억 원에 이르는 돈을 정부로부터 지원받고 있다. 앞서 언급된 모든 작품들은 서울에서만 공연되어졌고 관객들의 대부분은 서울 시민들이었다.
올해 프랑스에서 초연된 최신 작품인 〈징슈필〉이 대전예술의전당을 통해 대전과 SIDance에서 공연된 것과 반대로 국고 지원을 받아 초청되거나 제작된 작품들은 대한민국의 수도뿐 아니라 각 지역의 국민들에게도 공연 감상의 기회가 골고루 주어져야 한다.
‘문화융성’은 특정한 지역과 관객들에게 집중되어 있는 문화예술 감상의 기회를 골고루 확대하는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되고 변화되어야 한다. 요란한 구호보다 우리에게 더 절실히 필요한 것은 예술 공연과 문화정책에서의 공공성 회복이다.


  • 국립발레단 〈교향곡 7번〉, 〈봄의 제전〉
    국립발레단 〈교향곡 7번〉, 〈봄의 제전〉
    (사진: 국립발레단)
아르코 로고

[기사입력 : 2014.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