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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통신

[프랑스] 한불수교 130주년 기념
화려하게 막을 올린 한불 상호교류의 해

장지영 (국민일보 기자, 공연 칼럼니스트)
  • 한불수교 130주년을 기념하는 ‘한불 상호교류의 해’의 ‘프랑스 내 한국의 해’ 개막작인 종묘제례악과 프랑스 관객
    한불수교 130주년을 기념하는 ‘한불 상호교류의 해’의 ‘프랑스 내 한국의 해’ 개막작인 종묘제례악과 프랑스 관객


지난 9월 18일 프랑스 파리의 국립 샤이오극장 장빌라르 대극장. 한불수교 130주년을 기념하는 ‘한불 상호교류의 해’의 ‘프랑스 내 한국의 해’ 공식 개막작인 종묘제례악이 끝나자 1,250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로부터 박수가 쏟아졌다.  
국립국악원이 이날 선보인 종묘제례악은 조선왕조의 역대 제왕과 왕후의 신주를 모신 사당인 종묘에서 이들을 기릴 때 사용하는 기악과 노래, 춤을 가리킨다. 세종대왕이 직접 곡을 쓰고 노랫말을 만들었다. 조선시대 궁중문화의 총체적 역량이 담긴 한국 전통예술의 정수로 꼽힌다. 이번 공연을 위해 연주자 50명, 무용단 35명 등 85명의 예술단원과 전문 제작진을 포함해 총 120명이 참여했다. 중요무형문화재 제1호인 종묘제례악이 해외에서 이렇게 대규모로 공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종묘제례악을 시작으로 파리는 물론 프랑스의 여러 지역에서 한국 관련 문화예술 행사가 잇따르고 있다. 종묘제례악과 같은 날 파리의 국립 장식미술관에선 한국 공예·패션·디자인을 보여주는 전시 《Korea Now》(2016년 1월 3일까지)가 시작되는 등 내년 8월까지 1년간 문학, 미술, 무용, 영화, 연극, 음악 등 거의 모든 장르에서 공식 인증된 행사만 149건이 펼쳐질 예정이다.

l 역대 최대 규모의 국가 간 문화예술 교류

올해 한국과 일본은 국교 정상화 50주년을 맞았지만 양국의 정치적 관계가 워낙 냉랭하다보니 변변한 문화예술 교류는 찾아보기 어렵다. 이에 비해 내년에 수교 130주년을 맞게 되는 한국과 프랑스는 대대적인 문화예술 교류가 이뤄지고 있다. 시즌제로 운영되는 유럽 문화예술계의 특성상 프랑스에서는 올해 9월부터 내년 8월까지 한국 관련 행사들이 치러지며 한국에서는 내년 3~12월 프랑스 관련 행사들이 진행될 예정이다. 양국에서 1년 반에 걸쳐 상호교류의 해가 치러진다는 점에서 한국으로서는 역대 최대 규모의 국가 간 문화예술 교류로 기록될 전망이다.
한불 상호교류의 해는 지난 2010년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이 이명박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한국을 문화 시즌에 초청하겠다고 제안하면서 비롯됐다. 프랑스에는 1985년부터 문화 시즌이란 이름 아래 짧게는 3개월, 길게는 1년간 외국과 문화예술을 교류하는 정책이 실시되고 있었다. 현재 앵스티튀 프랑세(IF·프랑스문화원)가 총감독을 임명하고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책임을 맡고 있다. 국가 차원에서 행사가 이뤄지고 전국의 수많은 문화예술 기관이 참가하기 때문에 미디어에 자주 노출되는 등 해당 국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실례로 프랑스에서 헝가리 문화 시즌 뒤에 프랑스 국민들 사이에 헝가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여행 붐이 일기도 했다. 또 이번에 한국 문화 시즌이 결정된 이후 한국과 프랑스 간 기업인 및 취업 인턴의 상호 진출 지원협정을 맺는 등 경제적 교류가 강화됐다.
파리에서 치러진 종묘제례악 공연 중 만난 프랑스 측 총감독인 아녜스 베나이에는 “문학, 공연, 음악, 미술, 학술 등 모든 분야에 걸쳐 다채롭고 풍요로운 한국문화가 이번에 본격적으로 프랑스에 소개될 수 있어 기쁘다.”면서 “프랑스인들이 ‘빨리빨리’로 대변되는 한국의 에너지에 깊은 인상을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번 한불 상호교류의 해에 치러지는 한국 관련 문화예술 행사는 거의 모든 장르에 걸쳐 있으며 유례없을 정도로 많은 편이다. 당장 시즌 초반인 9~10월만 봐도 공연으로는 파리가을축제(9월 9일~12월 31일 파리와 인근 도시의 주요 문화시설)에서 만신 김금화(84), 판소리 명창 안숙선(66), 현대음악 작곡가 진은숙(54) 그리고 현대무용 안무가 안은미(53) 등 한국을 대표하는 여성 아티스트 4인방이 초청됐다.
김금화는 9월 20일 파리를 대표하는 시립극장인 테아트르 드라빌에서 〈만수대탁굿〉을 공연했고, 안숙선은 9월 21일 세계 연극계의 거장 피터 브룩이 이끌었던 극장인 테아트르 뷔페 드 노르에서 후배인 남상일과 함께 〈수궁가〉를 입체창(역할을 나눠 부르는 형식)으로 선보였다.
또 안은미가 청소년과 함께 만든 〈사심없는 땐쓰〉, 중년남성들과 함께 한 〈아저씨를 위한 무책임한 땐쓰〉, 할머니들과 함께 만든 〈조상님께 바치는 댄스〉까지 춤의 인류학 보고서라는 평가를 받는 ‘땐스 3부작’이 9월 23일~10월 10일 사이에 테아트르 드라빌 등에서 모두 10회 공연됐다.
또 진은숙은 10월 9~10일 라디오프랑스홀과 11월 27일 필하모니홀에서 〈오케스트라를 위한 로카나〉 등 대표작부터 최근 신작까지 다채롭게 선보일 예정이다. 특히 진은숙이 서울시향에서 직접 기획한 ‘아르스 노바’를 통해 발탁한 젊은 작곡가 박정규, 신동훈, 박선영, 서지훈의 곡도 이번에 함께 연주된다.
전시 분야에서는 굵직한 것만 보더라도 우선 파리에서 한국 문화의 독창성을 보여주는 공예와 패션 그리고 그래픽을 총망라한 국립 장식미술관의 《Korea Now》(9월 19일~2016년 1월 3일)와 기메박물관의 재불 작가 이배의 개인전(9월 18일~내년 1월 25일)이 열리고 있다. 지역에서도 전시가 잇따르고 있다. 프랑스 중부 상트르주에 있는 샹보르성에서는 소나무 사진으로 유명한 배병우가 1년간 샹보르성에 머물며 찍은 사진들을 전시한 《샹보르성 사진전》(9월 26일~2016년 4월 10일), 북부의 중심도시 릴에서는 정연두, 최정화, 서도호 등 한국 현대미술의 대표 작가들을 소개하는 《서울, 빨리빨리》(9월 26일~2016년 1월 17일)가 개막했다.
이외에도 10월에는 파리 팔레드도쿄에서 이불의 실험적인 설치미술 전시(10월 19일~2016년 1월 31일), 퐁피두센터에서 천과 바늘을 매개로 한 보따리 작업으로 유명한 김수전 전시회(10월 26일~2016년 1월 4일)가 열릴 예정이다.

l 한국 아티스트들에 대한 프랑스의 높아진 관심

한불 상호교류의 해는 3~4년간 국가 차원에서 차근차근 준비됐기 때문에 성과도 확실히 남다른 편이다. 아직 초반이지만 준비가 부족했던 김금화의 굿을 제외하고는 종묘제례악을 비롯해 안숙선의 판소리와 안은미의 무용 공연 등은 기대 이상의 성과를 얻었다.
종묘제례악은 한국 관객들에게도 쉽지 않은 만큼 프랑스 관객들에게 제대로 전달될 수 있을지 우려됐다. 하지만 불어로 된 상세한 해설 책자와 자막 등을 통해 음악과 춤, 제례의 의미를 전달해서인지 프랑스 관객들 대부분은 80분 공연 내내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공연을 관람한 베르나르 페브르 다르시에 아비뇽 페스티벌 전 집행위원장은 “품위 있고 화려한 종묘제례악을 직접 볼 수 있어서 기쁘다. ‘한불 상호교류의 해’의 개막작다운 가치와 무게감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안숙선의 경우 후배 소리꾼 남상일과 함께 판소리 〈수궁가〉를 선보여 프랑스 관객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극중 인물에 따라 역할을 나눠 부르는 입체창으로 선보인 공연에서 관객들은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공연이 끝나자 일제히 일어나 박수를 치거나 “브라보”를 외쳤다. 안숙선과 남상일 그리고 고수 조용수는 5번이나 무대로 다시 나와야 했고, 이례적으로 앙코르곡까지 불렀다. 안숙선 명창이 〈진도 아리랑〉에 맞춰 어깨춤을 추자 프랑스 관객들도 따라서 췄다.
이날 〈수궁가〉의 성공은 자막이 큰 역할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프랑스에 거주하며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는 한유미-에르베 페조디에 부부가 만든 자막은 〈수궁가〉의 해학과 풍자를 제대로 전달하는데 성공했다. 덕분에 판소리 특유의 발성법과 낯선 한자 단어 때문에 내용이 확실히 전달되지 않는 한국 관객보다 프랑스 관객이 더 먼저 그리고 더 크게 웃음을 터뜨릴 수 있었다.
안무가 안은미에 대한 프랑스 관객들의 관심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땐스 3부작이 이미 공연 전에 매진된 탓에 극장 밖에 ‘티켓 구함’이라는 종이를 든 관객을 여럿 등장할 만큼 인기였다. 공연이 시작된 이후엔 무용 공연으로는 드물게 객석에서 웃음이 자주 터져 나왔다. 관객들은 인간의 몸을 소재로 솔직하고 유쾌한 안무를 보여준 안은미에 환호했다. 안은미는 “우리 몸은 시간의 층위를 가진다. ‘땐스 3부작’은 인간의 몸에 기록된 흔적을 보여주기 때문에 이곳 프랑스 관객들도 바로 공감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이외에 한국 작가들의 전시회에 대해서도 프랑스의 권위지인 르몽드가 두 페이지에 걸쳐서 자세하게 소개하는 등 호평을 얻었다.  

이번에 한국 작품들이 프랑스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것은 기본적으로 파리에서 권위 있는 극장이나 미술관 그리고 축제의 프로그램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덕분에 언론에 자주 소개될 수 있었고, 관객들은 신뢰감을 가지고 티켓을 미리 구입했다. 프랑스에서 아직 한국 문화에 대해 기본 정보조차 부족한 상황을 고려하면 꽤 성공적인 셈이다. 물론 이번 상호 교류와 관련해 프랑스에 비해 한국 측이 더 많은 비용을 부담했지만 좋은 성과를 얻은 것은 분명하다.
그동안 한국 공연의 해외 교류는 대체로 1년도 남지 않은 시기에 결정되었기 때문에 현지에서 괜찮은 극장을 대관하기도 어렵고, 대관한다 하더라도 홍보가 안 돼 현지 교민이나 주재원 초대로 채워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일회성 이벤트로 끝나는 이런 교류는 예산 낭비일 뿐이다. 문화 교류는 무엇보다 지속성이 중요한 법이다. 한불 상호교류의 해를 통해 한국의 좋은 아티스트들이 프랑스에 알려지는 계기가 만들어진 이후 후속 프로그램이 없으면 큰 효과를 보기 어렵다.  
안은미의 경우 파리가을축제가 끝난 뒤 내년 1월 프랑스 남부 6개 도시와 3월 스위스 6개 도시 투어가 예정돼 있다. 이런 안은미의 맹활약은 단지 한불 상호교류의 해 프로그램에 포함되어서만이 아니다. 앞서 파리여름축제에서 2013년 〈심포카 프린세스 바리〉와 2014년 〈조상님께 바치는 땐스〉가 소개돼 주목을 받았기 때문이다. 당시 르몽드와 파리마치 등 프랑스의 유력 신문과 잡지가 잇따라 호평을 쏟아낸 바 있다. 파리여름축제는 내년 8월 안은미를 다시 초청해 신작을 만들 계획이다.
파리가을축제 예술감독인 임마뉴엘 드마르씨-모타는 “한국이 정부 차원에서 자국 아티스트들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 노력하는 것에 큰 인상을 받았다. 한불 상호교류의 해가 정치적으로 시작된 것이지만 이를 계기로 한국의 좋은 아티스트들이 프랑스에 알려지길 희망한다.”면서 “다만 이런 작업은 지속성이 중요한 만큼 한국의 여러 관련 기관이 한불 상호교류의 해 이후에도 연결되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 에펠탑, 개막할 때 한국과 프랑스의  빨강, 파랑, 하양을 이용한 조명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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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빨강, 파랑, 하양을 이용한 조명쇼
  • 파리의 장식미술관, 한국 공예·패션·디자인을 보여주는 전시 《Korea Now》
    파리의 장식미술관,
    한국 공예·패션·디자인을 보여주는 전시 《Korea Now》
  • 한불 상호교류의 해 한국 측 총감독 최준호, 프랑스 측 총감독 아녜스 베나이에
    한불 상호교류의 해 한국 측 총감독 최준호,
    프랑스 측 총감독 아녜스 베나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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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5.1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