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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정책 이슈

예술지원, 국민을 위한 정책설계가 되어야

정창호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기획조정부)
  • 예술지원, 국민을 위한 정책설계가 되어야


l 문제정의와 정책설계

정책문제 해결을 위해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문제의 본질이 무엇인지 규명하는 것이다. 보다 개선된 욕구를 가지고 있는 관련 집단들이 정책환경에 어떤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지 정확히 파악해야만 실현 가능한 범위 내에서 상응하는 정책 처방을 결정할 수 있다(Majone, 1989). 따라서 엉뚱한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는 ‘3종 오류’를 범하지 않기 위해 언급되는 문제정의 과정은 “이미 반 이상 문제를 해결한 것”이라고 할 만큼 정책분석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진다(Dunn, 2012; Wildavsky 1987).
그러나 문제정의 과정은 생각만큼 녹록지 않다. 먼저 시간적·비용적으로 많은 노력이 필요하지만, 대부분의 정책결정가들은 대안제시 요구의 시급성 때문에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는 과정에 충분히 할애하지 못하고, 오히려 해결책을 마련하는데 우선을 두고 있다. 둘째, 대부분의 문제들은 단순하게 정리되기보다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선호가 뒤엉킨 복잡성으로 문제정의가 확실히 보장되지도 않는다. 셋째, 통상 이해관계자들이 일컫는 문제표현은 공익적 차원에서 접근하기보다는 자신들이 처한 상황에 기반을 두고 문제로 제시하는 경향이 있다(Weimer & Vining, 2005). 예컨대 정부의 환경오염 관련 규제는 자본가에게는 부정적인 반면, 환경단체는 긍정적인 입장에서 접근하므로 규제 수준에 대한 가치갈등이 상반되게 나타난다.
그래서 문제정의 과정은 제대로 된 문제 상황 인식과 더불어 이해관계자들이 주장하는 다차원·다종류의 문제 표현들이 과연 정책적으로 다루어야 할 문제인지 여부를 정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 다음에 공익적 차원에서 무엇이 가장 우선시 되는지, 그리고 이를 위해서 어떤 방향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지 등의 대안을 도출하는 정책설계(policy design)를 해야 한다(Dryzek, 1983). 정책설계는 특정 사회문제를 개선시키거나, 정책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정책과정을 고안하고, 발전시키고, 꼼꼼히 조율해 나가는 과정이다. 공론화 과정을 통해 문제를 파악하고 그에 기반하여 정책대안을 제시하는 노력도 정책설계의 일환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일방향이 아닌 양방향 소통과정은 하나의 절대적 정답을 찾아내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입장에서 접근하는 공유된 이해(shared understanding)로서 정책의 정당성을 확보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l 예술지원정책 환경의 복잡성

문화예술정책은 타 분야 정책에 비해 예술에 대한 정치·경제·사회·문화적 가치갈등이 더 다양하기 때문에 문제의 본질을 규명하는 과정도 더 어렵다. 역으로 생각하여 정책대안으로서 국가가 문화예술을 지원해야 한다면, 그 문제의 본질은 무엇일까? 통상적으로 문화예술은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재화이지만, 공공재로서 시장기제에만 의존할 경우 문화예술 진흥이라는 정책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현재 우리의 정책환경이 예술활동을 하기엔 매우 힘들고 척박하다는 점을 언급한다. 이는 모두가 동의하는 진부한 논의 같지만, 세부적인 정책논의로 들어갈수록 미세한 인식의 차이가 정책결정에 어려움을 줄 수 있다.
몇 가지 예를 들어 보면, 무한한 잠재력으로서 예술이 꼭 필요한 재화라고 할 때 예술을 국민의 창의성 증진이나 국가 경제의 발전을 주도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인식해야 하는가, 아니면 인간 본연의 기본권으로서 예술 자체가 갖는 의미에 중점을 두어야 하는가? 전자는 예술지원의 성과로서 경제적, 사회적 가치가 어떻게 변화되고 있는지 제시하기 위한 노력이 이루어질 것이고, 후자는 성과적 접근보다는 예술활동 그 자체에 의의를 둔다. 이는 예술지원을 바라보는 사회의 정책맥락에 따라 정해질 것이다.
지원 대상 및 범위에 대해서도 예술가나 예술단체에 집중 지원해야 하는지 또는 향유층 중심에서 지원해야 하는지, 우수한 예술을 지원해야 하는지 또는 새로운 시도가 이루어지는 다양성에 중점을 두어야 하는지, 아니면 생활예술 중심으로 지원해야 하는지, 모두가 중요하다면 각각 어느 정도로 비중을 둬야 하는지 등에 대한 고민이 발생한다.
예술지원정책 수립과정에서 각각의 정책 선택은 해당 시기의 예술정책을 둘러싼 사회환경에 의해 영향을 받고 그에 기반하여 적절한 맥락적 접근을 취하는 방법이 가장 바람직할 것이다. 이것이 예술정책을 설계하는 데 가장 중요하면서도 가장 어려운 부분이다.

l 예술지원정책의 추진방향

필자는 공적지원으로서 예술지원이 필요한 이유는 단지 시장기제가 적용되기 어려운 공공재이기보다는 예술의 고유한 가치와 무한한 잠재력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사회적 가치가 크기 때문이라고 본다. 개인적 차원에서의 예술은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인간 정신활동의 산물이자 가치이며, 국가적 차원에서의 예술은 국민들의 창의력과 상상력 제고를 통한 경제적 가치추구, 지역·이념·세대 등의 사회갈등으로부터의 통합 등 국민의 행복과 연계되는 막강한 사회적 가치실현의 매개체로서의 의의가 있다. 따라서 예술지원은 개인에서 국가적 차원에 이르기까지 유·무형적 가치 실현의 동력으로, 그 필요성을 보다 적극적인 차원에서 인지하고 접근할 필요가 있다.
지금은 사회 전반에 그 가치가 확산되어 국가발전의 기본 원리로 작동하는 문화융성 시대이다. 이러한 정책맥락에서 볼 때, 예술지원 방향의 출발점은 예술가, 향유층 범위에서 벗어나 국민 전체라는 점을 항상 염두에 두고 정책설계를 해야 한다. 모든 정책방향은 국민에게 어떻게 다가갈 것이며, 어떻게 만족시킬 수 있는가에 맞춰져야 한다. 이는 예술 지원이 오히려 더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함을 의미한다. 예술가 지원 중심에서 나아가 예술가들과 국민들이 지속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환경조성 확대가 필요하다. 향유자가 없는 공연은 사회적으로 예술의 가치를 인정받기 어렵다. 예술성과 대중성의 간격이 크다면, 예술지원정책 방향도 점증적으로 그 간격을 좁히는 차원에서 향유층이 이전에 체험하지 못했던 예술 공연에 자연스럽게 흥미와 호감을 느낄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대부분의 예술공연 단체에서도 규모의 영세성으로 인하여 경영에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관객의 확대는 필수불가결한 사안이 아닐 수 없다.
관객의 저변확대를 위한 체계적 접근을 위해서 문화예술시장의 맥락과 향유자 입장에서의 문화소비 패턴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특히, 관객의 욕구 파악과 그에 따른 세분된 맞춤형 관객 유도방식이 필요하다고 본다. 문화예술 관람객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분류하여 유형별 특징을 파악하고, 향유 경험이 없는 잠재적 고객대상자들을 미래 관객으로 확대하기 위한 전략적 접근방법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노력이 지속될 경우, 예술시장을 고객의 특성에 따라 세분화하고, 장르별 실정에 맞는 특화된 영역으로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한정된 재원 내에서 모든 예술가가 만족할 수 있게 지원하기는 어렵지만, 기획사업 등 규모가 큰 사업 등에 일정 기준을 정해 과감히 시도하는 방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예술지원에 소액다건이 많다는 것은 지원 결과의 위험부담을 줄이겠다는 것과 같다. 누구에게 집중 지원을 할 경우, 그 결과에 대한 보편적 당위성을 누가 설명할 수 있겠는가? 이는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작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단순 소액규모의 소모성 지원보다는 예술 생태계에 파급력을 줄 수 있는 기획력 있는 대규모 예술사업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예술현장의 의견반영, 전문성 제고 등 예술지원의 정책기능 강화와 함께 면밀한 검토를 통한 사업 구상이 요구된다. 공공 재원 뿐 만 아니라 민간 자본 투입을 적극 유도할 수 있는 공공-민간 협력체계 구축도 활성화해야 한다. 또한 지원을 위한 심의과정에서도 관객의 특성을 잘 알고 있는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제도적 보완도 필요하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예술지원사업 역시 가장 큰 우선순위는 국민이라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으며, 예술지원의 방향도 문화예술에 대한 국민의 관심 증대 및 참여 활성화가 될 것이다. 예술이 갖는 복잡한 맥락 속에서 예술위원회는 예술지원정책에 대한 국민의 공감대 형성을 활성화하는 촉진자로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현장 의견을 정리하고 조율하는 통합자로서, 그리고 정책에 반영시키는 중재자로서의 역할 수행이 중요한 시점이다.

[참고 문헌]
Dryzek, J. S. (1983). Don't Toss Coins in Garbage Cans: A Prologue to Policy Design. Journal of Public Policy, 3(04): 345-367.
Dunn, W. N. (2012). Public Policy Analysis: An Introduction (5th ed.). Pearson Education, Inc.
Majone, G. (1989) Evidence, Argument and Persuasion in the Policy Process. New Haven, CT: Yale University Press.
Weimer, D. L. & Vining, A. R. (2005). Policy Analysis: Concepts and Practice, 4th Edition. New Jersey: Prentice Hall.
Wildavsky, A. B. (1987). Speaking Truth to Power: The Art and Craft of Policy Analysis. Transaction Publishers.



김인설

정창호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기회조정부에 재직 중이며 정책연구를 담당한다. 주된 관심분야는 정책이론, 문화정책 등이며, 주요논문으로는 「Is legitimized policy always successful?」(2015) 「사회간접자본시설 공공갈등 유형화에 대한 탐색적 연구」(2015), 「문화재보수정비 이해관계자 정책문제 비교연구」(2015), 「The Importance of Feedback: Policy Transfer, Translation and the Role of Communication」(2014), 「정보화마을 공동체 형성에 관한 연구」(2014), 「정책문제 구조화를 통한 문제정의에 관한 연구」(2013)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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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6.0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