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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정책 이슈

문화 분야 보조사업 재정 효율화를 위한 전략적 과제

오재록 (전주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 문화 분야 보조사업 재정 효율화를 위한 전략적 과제


문화 분야 보조사업의 내실화가 필요하다. 지속적인 세출 구조조정에도 불구하고 문화체육관광부 소관 보조사업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고 연례적으로 관성화되어 있어 소액다건식 지원이 많다는 비판이 안팎으로 제기되고 있다. 청와대와 기획재정부에서도 보건복지부와 문화체육관광부의 보조사업 규모가 워낙 크고 사업 수가 많기 때문에 어떻게든 손을 대지 않으면 정부 전체의 재정집행 효율화에 어려움이 있다고 보고 있다. 2012년부터 기획재정부 국고보조사업운용평가단에 몸담아오면서 두 해에 걸쳐 문화체육관광부 소관 보조사업들을 평가해 본 경험이 있는 필자는 이와 같은 움직임에 전반적으로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2015년 문화체육관광부 재정(5조 원)의 구성 비율을 보면 문화부 직접사업비 33%, 지자체 보조사업비 30%, 민간 보조사업비 37%로 이루어져 있다. 문화부 전체 예산의 67%, 즉 3조 원 이상이 보조사업으로 구성된 것이다. 2015년 문화체육관광부 소관 보조사업 수(세부사업 기준)도 246개나 돼 전체 부처 중 1~2위를 다투는 수준이다. 이러한 부담 때문에 문화부 스스로 2014년 257개에서 11개의 보조사업을 감축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숫자가 많다.
이 때문에 2015년 5월 13일 대통령 주재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소관 보조사업의 효율적 운용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이에 따라 기획재정부도 보조사업 평가에 많은 인력을 투입하면서 재정의 효율적 운영에 초점을 맞춰 강도 높은 평가를 주문했다. 문화부 스스로도 기획조정실 중심으로 ‘민관 합동 보조사업평가위원회’를 운영하면서 자정 노력에 많은 힘을 기울였다. 그러나 여전히 문화부 보조사업의 비효율적 운영은 일정 수준 계속되고 있다. 필자는 문화 분야 보조사업의 장기적 발전과 건실한 운영을 위해 몇 가지 제안을 드리고 싶다.

첫째, 재정사업 자율평가, 보조사업 운용평가 등을 통해 사업방식을 개선하라는 요구(직접 제작지원 축소 및 공모전환 등)에 대하여 적극적으로 반응하면서 사업단위별로 선제적인 예방 노력에 만전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현재까지의 보조사업 구조조정 방안 및 개선방안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안팎으로 문제가 될 만한 소지를 사전에 차단하거나 없애는 것이 현명하다.

둘째, 과거 직접사업비보다 보조사업을 통한 재정 운용이 더 신축적이고 편리한 측면이 있었기 때문에 직접사업으로 편성해도 될 것을 손쉽게 보조사업으로 편성·운용해왔던 것이 관성으로 계속되는 보조사업들이 있는데, 이제는 보조사업에 대한 재정 통제가 강해지는 추세이므로 직접사업과 보조사업 전체에 대한 합리적 재조정이 큰 틀에서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문제는 이렇게 하는 데 있어서 이해관계자들의 동의를 얻어내야 하고 갈등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부담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문화 분야 전체적으로 이에 대한 내부적 공론화 과정이 필요해 보인다. 문화 분야 구성원 모두 이제는 공멸을 막기 위한 합리적 내부 절충과 타협을 모색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음을 직시할 필요가 있겠다.

셋째, 문화 분야 사업들을 평가하다 보면 예술·체육·관광·공연 등 거의 모든 분야 관계자들로부터 ‘특수성’ 혹은 ‘예외성’에 대한 강조와 이에 따른 특별대우(정부의 보호와 육성)에 대한 기대가 지나치게 크다는 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장하준 교수의 『나쁜 사마리아인들』에서처럼 유치산업(infant industry)의 경쟁력 확보에 필요한 소정의 국가 보호와 육성은 반드시 필요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성년이 되어도 부모 곁을 떠나지 못하고 부모의 지원에만 기대어 삶을 영위하려는 ‘캥거루족’과 같은 존재가 된다면 이건 곤란한 일이다. 일정 정도의 보조와 지원을 받은 이후에는 반드시 자생력을 갖출 수 있는 소기의 성과를 확인시켜 주어야 하고 점차적으로 국가적 지원을 줄여나가는 방향으로 자립의 기반을 넓혀나가야 한다. 물론 아무리 자립하고 싶어도 도저히 그럴 수 없는 특수 분야, 혹은 자생력을 갖추기에는 아직도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한 곳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런 경우 누가 보더라도 국가의 보조와 지원이 여전히 필요하다는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충분한 근거와 이유가 합리적으로 제시되어 한다.


넷째, 비효율적 재정지출 해결을 위해 보조사업자들의 예산 낭비 방지 마인드 확산이 필요하다. 보조사업 집행과정에서 문화부 및 관계기관 등과의 협조체계 구축과 함께 보조사업자들의 의견수렴을 통해 집행관리 개선이 이루어지도록 민관이 함께 노력할 필요가 있다. ‘재정 300조 시대’를 맞이하여 효율적인 재정 관리에 대한 공감대 확산이 필요하고 예산 누수 방지를 위한 예산 편성에 만전을 기하고 건전하게 집행하는 관계자들의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다섯째, 각자도생의 집단이기주의 추구는 자칫 공멸을 불러올 수 있게 하는 암적 요소로 기능할 소지가 많은 만큼, 합리적 수준에서 양보와 절제의 미덕으로 최적의 접점을 다 같이 찾을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체육 분야의 경우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의 통합이 결정된 마당에도 양측은 각자 수천억 원에 달하는 보조금 및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고, (정치적으로) 통합을 무력화시키는 기도도 시도하는 등 정부의 재정 효율화 추진에 부담을 주는 행태를 보여주고 있어 문제로 지적되는데, 이는 장기적으로 볼 때 결코 현명한 처사가 못 된다. 눈앞의 단기적 이익에 급급하지 말고 멀리 내다보면서 장기적인 공생의 길을 모색하는 지혜로움이 필요한 시기다.

여섯째, 문화 분야 보조사업들의 경우 법적 근거가 불충분한 사례가 상대적으로 더 많으므로 법령의 구속력을 충분히 확보하고 법령과 보조사업 간의 연계성을 한층 뚜렷하게 만들어주어야 한다. 또 보조사업의 목적을 명확하고 타당하게 기술해야 하고, 보조사업의 구성(내역사업 등)을 명확하고 실효성 있게 가져가야 한다.

일곱째, 보조사업 부정수급 사례 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보조사업 관리감독체계를 적정화하고 보조율과 보조금 규모를 합리화해야 한다. 불요불급한 국고지원을 줄이고 일회성 행사 지출을 억제하면서 자부담 비율을 확대하는 방안이 핵심적으로 필요하다. 또 중장기 재정부담 수준을 합리화할 방안을 스스로 제시함으로써 정부의 보호와 지원 이후 자생력 있게 경쟁력을 갖추어 발전하는 건강한 모습을 기대하게 해주어야 한다.

끝으로, 예술창작이라는 명분으로 이루어지는 각종 프로그램이나 행사가 다수를 위한 일반이익(public interests)보다 소수를 위한 특수이익(private interests)에 봉사하는 결과로 전락하지 않도록 유의하고, 내역사업의 타당성과 실효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불요불급한 부분은 덜어내고 합목적적 사업들로 구조를 재편하여 사업목적과 수단이 모두 정당화되도록 개선할 필요가 있다.


오재록

오재록

연세대학교에서 행정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전주대학교 행정학과 교수(학과장, 공공관리연구소장)로 재직 중이다. 2012년부터 기획재정부 국고보조사업운용평가단 평가위원으로 활동 중이고 2013~2014년에는 기획재정부를 대리하여 전국 공공기관 재정담당자 교육(보조사업 관련)을 실시하였으며, 2015년에는 문화체육관광부 민관 합동 보조사업평가위원으로 참여하였다. 과거 국무총리실 자체규제심의위원, 국민권익위원회 자문위원, 행정자치부 지방규제개혁추진실적 평가위원, 통일부 통일교육위원, 전북통일교육센터 사무처장, 전라북도 규제개혁위원 등으로 정부에서 활동했고, 2016년 현재 한국행정학회 연구이사, 한국정책학회 총무이사, 한국정책분석평가학회 편집위원, 정부학연구 편집위원 등을 맡아 학계에서도 활발히 활동 중이다. 청년 시절 정부(부패방지위원회) 및 국회사무처 5급 공무원을 지내 실무에도 밝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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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6.0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