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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이동규의 이심전심
“비즈니스 다이어트(Business Diet)”

이동규 (경희대학교 경영대학원 교수)
  • “비즈니스 다이어트(Business Diet)”


처음 수영을 배울 땐 물을 안 먹으려고 고개를 자꾸 물 밖으로 내어놓게 된다. 그러면 그럴수록 몸은 반대로 가라앉게 되는 것은 누구나 경험했던 일일 것이다. 고개를 물속에 박을수록, 어깨에 힘을 뺄수록 몸은 뜨게 되는 것은 한참 지난 후 알게 되는 원리다. 그러나 일단 뜨는 것을 배우고 나면 가라앉는 것이 더욱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된다. 잠수는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

대표적인 멘탈 운동으로 꼽히는 골프도 마찬가지다. 수많은 운동 종목이 있지만 기업경영과 가장 일맥상통한 경기는 골프다. 골프장이란 시장에서 경쟁자와 함께 공정한 룰을 지키며 각자 자신의 스타일에 따라 목표를 달성해나가는 비즈니스 게임이라 할 수 있다. 그 안에는 과학적 방법론과 함께 전략수립, 고객관리, 커뮤니케이션, 동기부여, 성과관리 등 없는 것이 없다. 그러나 내 공이 잘 맞았는지 궁금해 고개를 드는(헤드업) 순간, 공은 엉망이 된다. 또한 이번에야말로 잘 쳐야지 하고 마음을 먹는 순간 결과는 욕심과는 반대로 가게 되어 있는 것이 바로 골프다. 따라서 골프를 잘 치는 비결을 한마디로 하면 ‘천고마비’(천천히 고개를 들고 마음을 비워라)라고 한다. 여기서 일련의 관통하는 원리는 몸에 힘을 빼야 한다는 것이다. 보통 힘 빼는 걸 배우는 데만 10년이 넘게 걸린다고들 한다.
    
한편 어린 시절 갯벌에서 놀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얕기만 하던 갯벌에서 갑자기 쑤욱 하고 발이 빠질 때의 느낌은 빠져 본 사람만이 안다. 뭉클하며 밑바닥이 내려앉는 느낌에 뇌리에는 이젠 죽었구나 하는 공포감이 엄습한다. 이땐 누구나 본능적으로 몸에 힘을 주고 필사적으로 빠져나오려고 하게 된다. 그러나 힘을 줄수록 더욱 빠져들게 되는 것이 갯벌이다. 갯벌에 빠졌을 때 유일한 생존법은 어깨에 힘을 빼고 마치 낙지가 철조망 통과하듯이 누워서 나와야 한다고 한다. 사막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사방이 모래 천지인 사막에서 차가 빠지면 오도 가도 못하고 꼼짝없이 죽은 목숨이다. 그렇다고 액셀레이터를 밟으면 밟을수록 차는 더욱더 모래 속으로 들어가게 마련이다. 유일하게 살아나오는 방법은 바로 바퀴의 바람을 빼는 것이다. 이러한 지혜는 인생이나 경영이나 마찬가지이다.  

예전에 조갑제 기자는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100장의 원고를 쓰는 것은 쉬운 일이나 이것을 한 장으로 줄이는 건 매우 어렵다.” 세계적인 명연설의 비결은 잡소리 빼기다. 1-1-1 원칙(한 가지 미션을 한 페이지로 기획하여 하루 만에 처리한다), 3S(Simple, Speed, Smart) 원칙 등 경영현장에서 자주 쓰이는 용어들도 그 핵심은 결국 줄이자는 것이다. 줄이는 것은 복잡한 것을 단순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것은 경영흐름상 매우 중요한 덕목이다. 애플을 세계적 기업으로 올려놓은 스티브 잡스가 추구했던 i-시리즈의 키워드가 바로 ‘Simplicity' 즉, 빼기 내지 단순함의 극치다. 그는 생전에 혁신이란 “1천 번의 좋은 제안을 거절하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세계를 제패한 승자의 의미심장한 비유가 아닐 수 없다.  

조직운영에서도 ‘빼기(―)’의 원리는 마찬가지다. 우선 회의시간을 미리 정해서 줄여나가야 한다. 만약 그 시간이 경과하면 거기서 마치는 걸 연습하면 큰 효과가 있다. 결재시간도 줄이고, 보고서도 줄여야 한다. 사실 1페이지로 요약할 수 없으면 보고하지 말아야 한다. 복잡하다는 것은 아직 충분히 이해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을 방증하는 셈이다. 실전 경영에서 말하는 ‘비즈니스 다이어트(Business Diet)’가 이것이다.

전문가를 가리켜 ‘전적으로 문제가 많은 사람’이라는 것은 자기 분야만 알고 다른 분야는 나 몰라라 하기 때문에 나온 말이다. 전쟁에서도 최고로 우수한 사람들만 뽑은 군대가 전투 성적이 좋지 않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자부심이 강한 전문가들로 구성된 조직문화에서 나타나는 부작용을 조직이론상 ‘전문적 관료주의(Professional Bureaucracy)'라 부른다. 더욱이 조직이란 것은 원래 놔두면 계속 커지게 되고, 종국에는 자신의 본업은 망각하고 엉뚱한 사업을 열심히 하게 되는 아이러니를 종종 보게 된다.

인사조직 이론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두고 ‘파킨슨 법칙’이라 부른다. 이것은 오래전 영국 경제학자인 파킨슨(C. N. Parkinson)이 평소 "왜 공무원의 숫자는 계속 늘어만 가는데, 업무는 비효율적으로 이루어지는가?"에 대한 의문을 품고 그 원인을 수학적으로 규명해서 이코노미스트지에 발표한 사회생태학적 법칙을 말한다. 이 법칙은 한마디로 공무원의 수는 업무량과 관계없이 늘어난다는 것으로, 그 원인은 끊임없이 새로운 자리를 마련해야 하는 관료조직의 속성 때문이라는 것이다.

실제 업무량과 관계없이 불필요한 일자리가 생기고, 이를 관리하기 위해 또다시 새로운 일거리가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예컨대, 1914년 영국 해군의 병력은 15만 명이었고, 해군본부의 관리자는 2천 명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1928년에는 해군 병력이 10만 명으로 감축되고, 군함 역시 62척에서 20척으로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해군본부 인원은 3,560여 명으로 오히려 2배 더 늘었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그는 여기서 유능하지 못한 사람은 공무원과 군인이 되고, 유능한 사람은 비즈니스맨이 된다고 하면서 공무원들은 자신들을 위해 일을 일부러라도 만들어 내며, 예산심의에 필요한 시간은 예산액에 반비례한다는 등 신랄한 풍자를 토로한 바 있다. 공공부문 외에 민간부문에서도 이러한 내용은 깊이 유념해야 할 문제다.  

조직 진단 작업을 해보면 이러한 차이는 극명하게 드러난다. 웬만한 조직이라면 사실 있을 건 다 있다. 그러나 그 운영성과는 하늘과 땅 만큼 차이가 난다. 문제는 각각의 관리요소 등이 어딘가에 제멋대로 흩어져 산만하고, 비효율과 낭비가 만연해있으며, 무엇보다 핵심사업에 초점이 맞추어져있지 않다는 것이다. 역시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은 절대 진리다. 씨름에서도 맷집보단 기술이고, 체중보단 근육이다. 비즈니스 다이어트는 조직의 체중을 줄이고 근육을 늘리는 일이다. 줄이면 살고 늘리면 죽는다.

결국 평소에 자신의 몸매 관리하듯이 줄이고, 빼는 연습을 하지 않으면 조직은 비대해지고 순환은 막히고, 기업문화는 관료주의로 흐르게 되어 있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다. 살을 빼건, 힘을 빼건, 잡소리를 빼건 결론은 비즈니스에서 빼는(―) 것은 고수고, 더하는(╂) 것은 하수인 셈이다. 


이동규
이동규

국내 대기업과 공공기관의 경영·정책자문 교수, 기획예산처 정책자문 위원, 행자부 정부혁신관리 위원(대통령 표창), 대통령직속 지역발전위원회 평가위원을 거쳐 기획재정부 공공기관 정부경영평가 팀장을 역임하였다. 현재 경희대 경영대학원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한국생산관리학회 부회장, 품질경영학회, 서비스경영학회, 문화예술경영학회 이사를 맡고 있다. 기타 행정자치부 정책자문위원(창조정부 3.0), 코레일 경영자문단 마케팅위원장, LG그룹 경영자문 교수, 금융소비자원 이사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대표저서인 『한국인의 경영코드』(21세기북스) 외 품질경영과 서비스 분야에 관한 10여 권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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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5.09.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