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호보기
  • 구독신청
  • 구독자의견
  • 아르코발간자료
  • 인쇄
  • 맨위로 이동

칼럼

이동규의 이심전심
“브랜드 네이밍 전쟁”

이동규 (경희대학교 경영대학원 교수 /  창조경영MBA 주임교수)
  • “브랜드 네이밍 전쟁”


현재 글로벌 경제는 미국 금리 인상과 중국경제 둔화라는 두 마리 사자에게 전 세계가 볼모로 잡혀있는 형국이다. 이 와중에 유럽의 심장부인 프랑스 파리에서 발생한 테러로 G20 회의엔 초비상이 걸렸다. 얼마 전 폭스바겐 사태로 강력한 국가브랜드인 ‘Made in Germany'의 명성에 먹칠을 당하는 사태에 이어 유럽경제 분위기도 내리막길이다. 한국경제의 항공모함인 삼성, 현대, LG 등 대기업의 항로에 국민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다.  

그런데 외국인들이 가장 헷갈려 하는 한국 대기업이 바로 현대다. 무엇보다 이름을 부르기가 어렵다는 거다. 최근 제네시스를 별도의 고품격 브랜드로 독립하기로 결정한 현대차를 놓고 프랑스에서는 ‘윤대’라고 읽는다. 브랜드 네이밍은 제품의 성능이나 품질을 뛰어넘는, 고객의 뇌 속에 각인되는 이미지 값을 결정하기에 세계적인 기업 경쟁력의 핵심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른바 작명(Naming)은 한 사람 인생의 운명을 결정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일인데, 이는 기업경영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사실 지금 전 세계는 브랜드 전쟁 중이며, 그 핵심은 바로 네이밍 전략이다.

우선 일본의 국가 이미지는 2차 대전 이후 경제사부로 모셔온 에드워드 데밍(W. E. Deming) 박사 덕택으로 ‘품질일본(Quality Japan)’으로 각인되어 왔다. 유명한 일본 기업 이름에 유달리 ‘Ni’로 시작되는 기업명(Nikon, Nissan 등)이 많은 것도 일본(Nippon)을 떠올리게 만드는 치밀한 심리전략의 일환이다. 소위 ‘원산국 효과(Effect of Origin)’라는 것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인 중국에선 작명 하나가 그 기업의 생명을 좌우하는 일이 흔하다. 외국어를 한자로 바꾸는 작업은 그 기업이나 제품의 성패를 단박에 결정한다. 중국에서 가장 성공한 것 중에 말보로 담배가 꼽힌다. 이 회사는 ‘萬寶路’라는 네이밍으로 수입담배 판매 1위가 되었다. 중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오만가지 보물이 들어오는 길이라는데 안 피울 재주가 없다. 위스키 중 조니워커 레드는 ‘紅方’이고, 올드파 이름은 ‘老伯’이다. 초기 진입 시 추상적인 네이밍으로 추락한 펩시에 비해, 코카콜라는 유명한 ‘可口可樂’으로 대성공을 거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 외에 KFC는 ‘肯德基’, 카르푸는 ‘家樂福’이다. 한국의 경우도 초코파이는 여러 번의 시행착오 끝에 제품명은 ‘하오리요우(好朋友)’, 포장지는 붉은색으로 만들어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였고, 이마트는 중국어로 ‘이마이더(易買得)’ 즉, 쉽게 사고 얻는다는 좋은 뜻으로 진입에 성공하였다.  

불꽃 튀는 글로벌 네이밍 전쟁터에서 가장 치열한 전장은 역시 자동차 시장이다. 인류가 만든 최고의 기계라 평가받는 ‘메르세데스 벤츠(Mercedes Benz)’의 경우를 보자. 칼 벤츠와 고트리브 다임러라는 두 명의 독일인이 의기투합하여 만들어낸 다임러 벤츠 AG사가 나중에 메르세데스 벤츠라는 이름을 쓰게 된 연유는 다임러사의 판매 대리인이었던 에밀 예리네크라는 사람 때문이었다. 어느 날 그는 15살 난 딸을 태우고 파티에 다녀오는데, 평소 자기 딸을 좋아하던 귀족의 아들이 백마를 타고 따라오면서 속삭였다고 한다. "사랑하는 메르세데스 양! 당신이 타고 있는 멋진 이 백색 다임러 차도 그대처럼 아름답소. 이 차도 당신처럼 메르세데스라고 부르고 싶소." 옆에서 듣고 있던 예리네크는 “바로 이거다.”하며 무릎을 쳤다. 그 후 메르세데스 다임러라고 이름 붙여진 이 차는 각종 자동차경주에서 상을 휩쓸기 시작했고, 1926년 다임러 자동차가 벤츠와 합쳐지면서 메르세데스 벤츠로 이름을 바꾸어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브랜드 가치나 이미지 등이 자동차를 구매하는 핵심 요소로 자리 잡으면서 엠블럼의 중요성도 더욱 커지고 있다. 자동차 엠블럼 가운데는 동물을 형상화한 것이 많다. 페라리와 포르쉐는 모두 말을 엠블럼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프랑스 푸조는 사자 모양, 람보르기니는 설립자의 출생 별자리를 따서 황금색 소를 그려 넣었다. 벤츠가 내세우는 삼각별 모양의 엠블럼은 육지와 바다, 하늘에서 모두 최고가 된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아우디는 1932년 독일 삭소니아 지방의 4개 회사가 합병하면서 이를 상징하는 네 개의 링(ring)을 엠블럼으로 삼았다. 검은색 원 안에 파란색과 흰색으로 4등분 된 원을 지닌 형태의 BMW 엠블럼은 항공기 엔진을 제조했던 기술력을 강조하기 위해 비행기 프로펠러 위에 BMW 알파벳을 적은 광고를 내보낸 데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네이밍 전쟁에서 빠질 수 없는 사례 중에 캐논(Canon)이 있다. 카메라와 복사기 등으로 유명한 이 회사 상표명 유래에도 흥미로운 이야기가 숨겨져 있다. 창립자인 요시다 고로(吉田五郎)는 불교 신자로서 특히 관세음보살에 대한 신앙심이 강했다고 한다. ‘관음(観音)’을 일본어로 ‘칸논(かんのん)’이라고 발음하는 데에서 착안하여, 실제 제품명은 그와 비슷한 ‘Canon’(영어로 규범 등의 의미)으로 정해졌다. 관음과 발음도 비슷한데다 수출할 때 서구인들에게도 친근하고, 영어 단어로서도 좋은 의미가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1인당 소득 3만 불 시대를 넘어 비로소 명실상부한 선진국으로 진입할 수 있는  전략적 변곡점에 서 있는 주식회사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비전 슬로건은 무엇인가? 지난 시대 우리의 그것은 한마디로 ‘잘살아보세’였다. 모든 국민이 쉽게 이해하고 마음으로 공감하고 따랐다. 또한 그 목표는 ‘소득 1,000달러, 수출 100억 달러’였다. 모든 국민이 이해할 수 있는 단순 명쾌한 비전과 목표라 할 수 있다.

한편, 지금 지구에는 친디아(Chindia) 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그 한 축인 인도는 이를  인디나(Indina)로 바꿔 부를 정도로 경제성장의 탄력을 받고 있다. 국민들이 믿는 신의 수가 3,000만 가지나 된다는 인도의 뉴델리 공항에 내리면 대뜸 ‘Incredible India’라는 글귀가 눈에 들어온다. 이렇듯 세계 모든 국가는 그 나름대로 자신의 정체성과 대표적 콘텐츠를 알릴 목적으로 자신만의 국가 슬로건을 갖추고 있다.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구가하고 있는 싱가포르는 ‘Uniquely Singapore’, 일본은 ‘Yokoso(Welcome) Japan’, 말레이시아는 ‘Truly Malaysia’, 뉴질랜드는 ‘100% Pure New Zealand’, 브루나이는 ‘A Kingdom of Unexpected Treasures’, 남태평양 피지는 ‘Tropical Gateway’이다. 과거 유럽의 문제아를 벗어나 상당한 도약을 이룬 아일랜드는 ‘Live A Different Life’라는 컨셉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해내고 있다.

우리나라도 지난 2002년부터 ‘Dynamic Korea’라고 작명을 했는데 별로 아는 사람이 없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무엇보다 내부 고객, 즉 우리 국민이 가장 원하는 콘셉트를 담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최근 서울시가 정한 기존의  ‘Hi, Seoul’을 대체한 ‘I Seoul U’를 두고도 치열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일단 쉬워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자신만의 고유한 이미지를 매우 함축적으로 표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도 고객의 관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캐논처럼 흥미로운 비하인드 스토리가 스며들어 가면 금상첨화다. 기업의 비전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회사가 가지고 있는 비전이나 홍보 슬로건들이 복잡하거나 재미가 없다면 이제라도 정말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김춘수 시인은 그 유명한 〈꽃〉에서 이렇게 노래하였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이동규
이동규

국내 대기업과 공공기관의 경영·정책자문교수, 기획예산처 정책자문위원, 행자부 정부혁신관리위원(대통령 표창), 대통령직속 지역발전위원회 평가위원을 거쳐 기획재정부 공공기관  정부경영평가단 팀장을 역임하였다. 현재 경희대 경영대학원 창조경영MBA 주임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한국생산관리학회 부회장, 품질경영학회, 서비스경영학회 이사를 맡고 있다.
기타 행정자치부 정책자문위원(창조정부 3.0), 코레일 경영자문단 위원장, 금융소비자원  이사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대표저서인 『한국인의 경영코드』(21세기북스) 외 품질경영과 서비스 분야에 관한 10여 권의 저서가 있다.


아르코 로고

[기사입력 : 2015.1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