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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이동규의 이심전심
“내 애인은 인공지능”

이동규 (경희대학교 경영대학원 교수)
  • 사진: CES 공식 페이스북(https://www.facebook.com/CES)
    사진: CES 공식 페이스북(https://www.facebook.com/CES)


매년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전자전시회 ‘CES 2016’의 키노트 스피치를 통해 본 미래 트렌드 키워드는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그리고 스마트 카로 압축된다. 기타 가상현실(VR), OLED TV, 유인 드론 등도 큰 인기를 끌었다. 특히 무인차가 가져올 변화는 가히 상상초월이다. 일단 무인차 운행이 일반생활에서 가능해지려면 매우 정교한 스마트 센싱, 10cm 정도까지도 집어내는 초정밀 내비게이션, 초고도 위성통신기술, 입체 영상 디스플레이 등 최고 난이도 기술이 총출동해야 한다. 사회적, 제도적 문제도 만만치 않다. 가령 좁은 골목길에서 구글 차와 애플 차가 충돌했다면 두 회사 간 소프트웨어상 잘잘못을 어떻게 입증할 것인가? 보험처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 이제 자동차는 사실상 가전제품화될 것이며, 모든 전자회사가 노리는 히든카드 시장이 될 것으로 사료된다.  

“1980년대에는 PC가 큰 화제였습니다. 1990년대는 인터넷의 등장으로 모든 것이 바뀌었습니다. 10년 뒤에는 스마트폰 탄생으로 많은 것이 달라졌습니다. 이제 10년 후에는 모든 것이 연결된 놀라운 세상이 올 것입니다.” 인도 출신의 구글 CEO인 순다 피차이의 말이다. 바야흐로 모든 것이 연결되고 지능화되는 이른바 제4차 산업혁명이 태동하고 있다.

한편, 전 세계에 매일 쏟아지는 방대한 빅데이터를 체계화해서 활용하려면 사물인터넷(IoT)을 기반으로 하여 인공지능(AI)과 머신러닝(기계학습)을 쓸 수밖에 없다. '머신러닝(Machine Learning)'이란 컴퓨터가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학습하고, 그 축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특정 질문이나 상황의 결과를 정확히 예측하는 기술을 말한다. 음성인식, 자동번역에서 무인차, 헬스케어에 이르기까지 검색을 넘어 생활 전반의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구글이 올인하고 있는 신사업 분야다. 그들이 생각하고 있는 머신러닝의 수준에 대해 최근 구글 지주회사인 알파벳의 에릭 슈미트 회장이 밝힌 ‘현대 물리학 논문을 쓸 정도’라는 말에선 전율까지 느끼게 된다.
이미 체스나 장기와 같은 논리적 두뇌게임의 챔피언 자리에서 인간은 밀려난 지 오래다. 최근에는 가위바위보와 같은 심리 게임에서조차 100전 100승 한다고 한다. 그 비결은 초고속 카메라에 있는데, 상대방 손의 초기 동작만 보고 1천분의 1초 만에 뭘 낼지 파악해 인간과 동시에 손을 내밀어 이긴다는 거다. 더욱이 인공지능을 탑재한 첨단 알고리즘은 빅데이터와 맞물려 무서운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실제로 마이크로소프트의 음성 비서 서비스인 ‘코타나’는 작년 아카데미 수상자 24명 가운데 20명을 정확히 맞힌 바 있다.  

그러나 하이테크는 인간에게 엄청난 부와 편익을 제공해 주지만, 역설적으로 인간의 일자리를 위협하는 불편한 존재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육체적 노동직뿐만 아니라 고등동물인 인간 고유의 영역으로 인식되어 온 분석력, 창의력 나아가 감성적 능력을 요구하는 직업에까지도 왕성하게 진출하고 있다. 피터 노왁이 최신 저서인 『휴먼 3.0』에서 미래 사회를 지배할 새로운 인류라고 부르고 있는 로봇이 대표선수다.

여기서 ‘로봇(Robot)’이라는 단어는 체코 소설가인 카렐 차페크가 희곡 〈Rosuum's Universal Robots〉(1921년)에서 처음으로 사용했다. 로봇의 어원은 체코어로 ‘노동’을 의미하는 단어인 'robota'다. 전체 줄거리는 인간의 노동을 대신 수행하도록 만들어진 로봇이 주인에게 반역하여 인간을 몰아내고 자신들만의 세상을 만든다는 내용이다. 로봇에 대한 인간의 공포는 세계적 명장,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스페이스 오디세이(2001 : A Space Odyssey)〉에서도 잘 나타난다. 여기 등장하는 로봇인 HAL 9000은 인간에 대항하여 명령과 통제를 거부하는 건방진 로봇이자 인공지능이 가져올 두려운 미래상을 보여 주는 좋은 사례다.
 
이와 관련하여 2013년 발표된 옥스퍼드대 연구결과는 기술발전으로 인해 20년 이내에 현재 직업의 약 47%가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이들은 700개의 직업군을 대상으로 각 직업에서 진행되는 컴퓨터화 속도 및 임금, 필요 학력 등을 종합, 분석했는데 우선 텔레마케터가 사라질 공산이 가장 컸다고 한다. 이외에도 약사, 굴착기 운전기사, 동물 관리인, 시계수선공, 손해사정사, 전화교환원, 부동산중개인, 현금출납원 등도 장래 없어질 직업군으로 분류되었다.

문제는 현재 기계가 일자리를 대체하는 속도가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속도를 훨씬 앞지른다는 점이다. 이것은 과거 산업혁명 때와는 전혀 다른 양상이다. 이미 일본에선 오래전 피아니스트 로봇이 나오더니 은행 텔러나 호텔 벨보이 로봇도 등장했고, 중국의 음식점에는 국수를 가늘게 잘라내는 누들봇이 들어섰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병원에선 로봇약사가 약을 지어준다. 벽돌 쌓고, 창문 닦고, 집 짓는 정교한 양손 로봇도 개발되었다. 작년 수천 명이 근무했던 독일 공장에선 근로자들이 일으킨 파업에 대해 로봇을 투입하여 완전 진압한 데 이어, 최근 중국에서는 2만 명이 근무하던 공장에서 로봇을 투입한 뒤 결국 로봇을 관리하는 직원 100명만 남은 사례도 보고되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 언론계에선 ‘로봇 저널리즘’이 화제다. 특히 결과가 숫자로 쉽게 나타나는 스포츠 분야나 금융 보도에선 알고리즘 기자가 자동으로 기사를 작성하고 있다. 가격 측면에서 보아도 현재 일반 산업용 로봇 가격은 1천만 원 대로 떨어졌으며, 미국 자동차회사의 산업용 로봇 운영비는 일반 맥도날드 매장 직원의 임금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라고 한다. 그들은 노조도 없고 휴일에도 쉬지 않으며, 야근 잔업수당도 안 받고 성실하게 일만 한다는 거다.
당연히 ‘로봇이 내 일터를 빼앗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급속히 커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19세기 영국의 섬유산업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방직기계를 파괴했던 ‘러다이트 운동’을 다시 벌여야 할 때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향후 로봇과 인공지능에 의해 대체될 것으로 보이는 직업은 상당수의 지적 전문노동 분야도 포함될 것이 확실하다. 미국 NBC 방송은 약사, 변호사, 운전사, 우주비행사, 점원, 군인, 베이비시터, 재난구조원 등을 선정했다. 반면에 섬세한 사람의 손길이 필요한 이발사, 승무원, 코디네이터, 제빵사 등과 고도의 창의성이 필요한 예술가와 종교인, 기타 시니어 산업과 같이 다른 사람과 정서적으로 교감을 나눠야 하는 직업은 끝까지 자리를 지킬 것으로 전망된다. 사실 로봇 목사나 목탁을 든 로봇 스님은 영 아닌 것 같긴 하다. 현재 세계적으로 이들이 잠식하는 인간의 일자리 전망에 대해선 낙관론과 비관론이 팽팽하다. 미래에 등장할 새로운 직업군에 대해 토머스 프레이 다빈치 연구소장은 “10년 후 일자리 60%는 아직 탄생하지도 않았다. 증강현실(AR) 건축가나 도시농업경영자, 소셜교육 전문가, 기후변화 전문가 등의 직업이 생겨날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한다.

최근 개그콘서트 프로에도 나오는 〈HER〉는 원래 스파이크 존즈 감독의 2013년 미국 영화다. 대필작가로 살아가는 주인공 테오도르는 아내와 이혼을 준비 중인데, 그 공허함을 채우기 위해 현실의 여인 대신 인공지능 여인인 사만다와 섬세한 사랑에 빠지고 그동안 그녀가 사귄 수많은 애인들에 대한 질투심도 느낀다. 여기서 사만다는 맞춤형 운영체제를 통해 스스로 생각하고 진화하며 사랑을 이어나가게 된다는 파격적인 설정이다. 이제 우리는 누구나 인공지능 애인과 환상적인 연애에 빠질 수 있는 아찔한 시대에 들어서고 있는 것이다.


이동규
이동규

국내 대기업과 공공기관의 경영·정책자문교수, 기획예산처 정책자문위원, 행자부 정부혁신관리위원(대통령 표창), 대통령직속 지역발전위원회 평가위원을 거쳐 기획재정부 공공기관 정부경영평가팀장을 역임하였다. 현재 경희대 경영대학원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한국품질경영학회, 생산관리학회 부회장, 서비스경영학회 이사를 맡고 있다.
기타 행정자치부 정책자문위원(창조정부 3.0), 한국철도공사(코레일) 경영자문단 위원장, 금융소비자원 이사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대표저서인 『한국인의 경영코드』(21세기북스) 외 품질경영과 서비스 분야에 관한 10여 권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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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6.01.18]